[크리스마스] NYT "메시아 탄생, 정치적 이용 금물...가난한 자들 위한 복된 소식돼야"
[크리스마스] NYT "메시아 탄생, 정치적 이용 금물...가난한 자들 위한 복된 소식돼야"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0.12.25 07:09
  • 수정 2020.12.25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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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록펠러센터 앞에 지난 2일(현지시간) 크리스마스 트리가 점등돼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록펠러센터 앞에 지난 2일(현지시간) 크리스마스 트리가 점등돼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23일(현지 시각) 크리스마스를 맞아 기독교 지도자와 성탄의 의미를 되새기는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의 문답식 칼럼을 게재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전문이다.

필자가 가끔 올리는 기독교 관련 인터뷰를 읽어주시는 독자들께 감사를 표합니다. 오늘은 짐 월리스(Jim Wallis) 목사님과의 대화를 소개합니다. 그는 작가이자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기독교 목사입니다.

크리스토프 : 메리 크리스마스, 목사님. 목사님은 복음주의 기독교도이지만 진보주의자입니다. 그래서 목사님이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정말 궁금합니다. 목사님은 예수가 베들레헴에서 처녀의 몸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믿습니까?

월리스 : 제가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성경 속 ‘성모 마리아의 찬가(Magnificat)’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제왕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사람을 높이셨습니다. 주린 사람들을 좋은 것으로 배부르게 하시고, 부한 사람들을 빈손으로 떠나보내셨습니다.(누가복음 1장 52~53)”

이 말씀은 예수님의 오심은 세상을 뒤집어놓음에 있다는 뜻입니다. 베들레헴 이야기가 가지는 힘은 마리아와 요셉이 묵을 방조차 없었으며, 비천한 목동들이 갈 곳 없는 부모 아래 마굿간에서 태어난 아기의 첫 목격자가 되었다는 데 있습니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상을 정복하러 온 메시아의 모습이 아니라, 현대 미국 사회처럼, 정치적 불안이 팽배하고 불평등이 만연하던 시대에 사회의 밑바닥에서 오신 이의 모습인 것입니다.

크리스토프 : 현대의 기독교 복음주의란 무엇인가요? 역사적으로 복음주의자들은 윌리엄 윌버포스처럼 노예제 폐지를 위해 헌신했던 사람들을 가리켰습니다. 현대에 들어서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들 수 있지요. 그러나 최근에는 많은 복음주의자들이 국경에서 아이들과 부모들을 갈라놓으려는 엽기적 정치인들에 경도되어 있습니다.

월리스 : ‘복음(evangel)’이라는 단어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선사하겠다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약속에서 나온 것입니다. 트럼프의 복음주의자들은 이러한 예수님의 메시지를 완전히 거꾸로 뒤집어 버렸습니다. 이단이라 할 수 있지요. 미국에서는 이런 과정을 통해 백인 복음주의자들과 공화당 사이에 융합이 이루어졌습니다. 우리는 트럼프에 대한 숭배가 나르시시즘적이고 국수적인 지경에까지 이른 백인 복음주의자들의 말잔치를 너무 많이 보아왔습니다. 그들에게 ‘백인 복음주의(white evangelical)’라는 구절 속의 활어(活語)는 ‘복음(evangelical)’이 아니라 ‘백인(white)’입니다.

크리스토프 : 저도 이 문제와 씨름해왔습니다. 교도소 복음 전파를 위해 노력하는 찰스 콜슨(Chuck Colson)이나 아프리카에서 에이즈와의 싸움을 지원하며 2,000만 명의 목숨을 구한 조지 W. 부시 같은 보수 복음주의자들의 영웅적 활동을 지켜봐왔습니다. 그러나 제가 (기독교도로서) 극심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때는 제리 폴웰(Jerry Falwell) 목사나 팻 로버트슨(Pat Robertson) 전도사 같은 사람들이 에이즈 환자들을 조롱하고, 에이즈가 동성애자들을 죽이는 병이므로 이 병의 퇴치를 위해 애쓸 필요 없다고 말할 때입니다. 그런 숭고함과 그런 악마성을 함께 낳는 신앙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요?

윌리스 : 당신이 언급한 종교적 우파 지도자들이 ‘복음’이라는 용어를 가로챈 것이지요. 그 결과는 백인 복음주의에 의한 복음의 파괴로 나타났습니다. 복음주의가 예수에 대한 급진적 사랑에서 정치 당파적 신념을 오락가락할 때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목도할 수 있습니다.

성탄 전야 미사를 드리는 교황 프란치스코2017년 성탄 전야 미사를 드리고 있는 교황 프란치스코(EPA 연합뉴스)
성탄 전야 미사를 드리는 교황 프란치스코2017년 성탄 전야 미사를 드리고 있는 교황 프란치스코(EPA 연합뉴스)

크리스토프 : 혹시 복음이라는 단어가 너무 많은 짐(baggage)을 함의하고 있어서 이 용어를 포기할 생각을 하신 적은 없나요?

월리스 : 저는 복음이라는 오래된 용어가 우파 정치인들과 위선적 행위에 의해 심하게 오염됨에 따라 왜 많은 사람들이 후기 복음주의나 유사 복음주의에 이끌리는지 이해합니다.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은 우리 스스로를 복음의 원래 뜻으로 돌아가기 바라는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이라고 부릅니다. 이때의 복음은 가난한 자들에 대한 복된 소식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가난한 자들에게 복된 소식이 아닌 복음은 어떤 것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그게 다입니다.

크리스토프 : 우리는 기독교도들의 냉혹함(무관용)을 비난합니다. 그러나 저는 자유주의자들도 무신론적 냉혹함(무관용)을 소유하고 있다고 우려합니다. 흑인 사회학자였던 조지 얀시가 한 때 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학계 밖에서는 저는 흑인이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에 봉착합니다. 그러나 학계 내에서는 저는 기독교도이기 때문에 더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 관계는 좁혀지지도 않습니다.” 자유주의자들은 신앙(믿음)을 경시하나요?

월리스 : 저는 전 생애를 ‘종교적 근본주의’와의 싸움에 바쳐왔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도 ‘세속적 근본주의자들’이 있지 않냐고 묻는다면 저의 대답은 '그렇다'입니다. 그리고 그들 ‘세속적 근본주의자들’도 종교적 근본주의자들만큼이나 비이성적이고, 이념적이며, 가혹합니다.

크리스토프 : 목사님은 운동과 잡지 출판을 위해 ‘체류자(Sojourners)’라는 단체를 설립했습니다. 이 단체는 기독교도는 인종적 정의(racial justice)를 위해 더욱 떨쳐 일어설 것을 주장합니다. 예수가 유색인종이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월리스 : 예수님이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를 떠올리면 그가 유색인종이었음은 자명한 일입니다. 푸른 눈을 가진 백인 예수는 미국 교회들에만 존재합니다. 그리고 투표권이나 억압과 위협, 또는 인종 정책 같은 문제들은 단순히 정치적인 문제들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을 한 피조물(imago dei)’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입니다. 우리들 모두에게 깃들어있는 하나님의 형상은 아기 예수 탄생에 의해 다시 한 번 입증되었습니다.

크리스토프 : 그러나 신앙이 목사님에게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사역으로 이끄는 반면에 같은 성경을 읽는 다른 기독교도들은 왜 노숙자들에 대한 지원에 반대하는 걸까요?

월리스 : 그것은 그들이 성경 속에 드러난, 2000 구절이 넘는, 가난한 자와 억눌린 자들에 대한 묘사에 주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들 백인 복음주의자들은 이 대목들을 전부 도려냈기 때문에 그들이 읽는 성경은 구멍투성이입니다.

'아기 예수 탄생을 경배하는 목자들' 오르토란드 작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아기 예수 탄생을 경배하는 목자들' 오르토란드 작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크리스토프 : 많은 복음주의자들에게 최상의 정치 이슈는 낙태 문제입니다. 사실 예수님은 성경 속에서 낙태와 관련하여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목사님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월리스 : 낙태 문제는 정치적 우파들이 인간의 존엄과 관련된 다른 모든 문제들을 호도하기 위해 즐겨 사용하는 소재입니다. 낙태 반대와 찬성 양 극단에 있는 사람들도 원치 않는 임신과 낙태를 줄이는 데는 찬성합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분명한 정책적 뒷받침도 따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소득층 여성들을 위해서는 더욱 그래야하지요.

크리스토프 : 마지막으로 다른 종교 지도자들에게도 똑같이 물었던 질문을 하겠습니다. 저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기 때문에 제 스스로 기독교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동정녀 잉태나 부활, 그리고 이적 행위들을 의심합니다. 그리고 부활에 의문을 가진 기독교도라는 사실 때문에 머리가 복잡합니다. 제가 기독교인인가요?

월리스 : 그 대답은 제가 아니라 질문자 스스로에게 있을 겁니다.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은 예수님 제자가 되는 핵심 요소입니다. 이 길에는 단순한 갈릴리의 보이스카우트 단원이 아니었던 예수님과의 개인적 관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믿음의 반대가 의심이 아니라 확신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는 믿음(신앙)은 심원한 자기 투영과 손쉬운 확신 둘 중 하나로 이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전자의 자신을 돌아보는 신앙을 더 좋아합니다. 우리 삶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존재에 비하면 세상의 위대한 신비에 대한 인간의 제한된 인식은 훨씬 중요도가 떨어집니다. 저의 멘토 중 한 분인 데스몬드 투투 주교는 남아프리카의 투쟁 기간 동안 진정한 부활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마틴 루터 킹 목사님과 존 루이스가 우리에게 요청한 진정한 다인종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있는 지금 저에게도 부활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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