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코로나 백신 확보 성공한 '싱가포르' 3단계 전략 살펴보니...
[WIKI 프리즘] 코로나 백신 확보 성공한 '싱가포르' 3단계 전략 살펴보니...
  • 최정미 기자
  • 기사승인 2020-12-24 07:06:45
  • 최종수정 2020.12.24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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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한 백신[사진=EPA연합뉴스]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한 백신. [사진=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세계가 백신 확보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싱가포르가 코로나 청정국에 속하면서도 발빠르게 백신을 확보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싱가포르는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백신을 확보한 아시아 최초의 국가가 됐다. 미국과 영국이 백신을 받은 지 몇 주만이다.

싱가포르 정부에 코로나19 치료와 백신에 대한 조언을 하는 전문가 위원회를 이끄는 벤자민 시트 교수는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사전구매 계약은 안전성과 입수 가능성을 포함한 많은 요소들에 달려 있었다"고 말했다.

시트 교수는 "백신이 미국, 유럽연합, 그 밖의 경제규모가 큰 정부들이 대량으로 구입을 하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게 아니었다"며 "가능한 빠른 결정을 하고 초기에 주문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사전주문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이미 지난 6월에 미국의 모더나와 사전주문 계약을 했다. 게다가 확실히 하기 위해 계약금까지 지불했다.

이후 화이자와 중국 시노백의 백신까지 계약을 한 것이다. 또한 다양한 코로나19 백신 포트폴리오를 위해 그 밖의 여러 백신 후보들을 확보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이 달 초 싱가포르의 총리 리셴룽은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된다면 싱가포르는 2021년 3분기까지 모두가 맞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백신이 확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정부의 경제개발청장이자 코로나19 백신과 치료기획본부장 레오 입은 "싱가포르에 처음 코로나19가 유입되고 첫 백신을 받기까지의 11개월은 요행이 아니었다"며 "이는 백신 기술의 큰 진보와 이 기간 동안 싱가포르가 백신을 일찍 확보할 수 있도록 현장 뒤에서 쉴틈없이 조용히 일한 수십명의 공무원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매체인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다음 세 단계를 통해 백신을 확보하게 됐다.

먼저 팬데믹 초기인 4월, 미지의 신종 바이러스에 대해 가능한 모든 정보를 모으기 위한 단계에 나섰다.

싱가포르의 첫 행동은 시트 교수를 주축으로 한 18명의 치료와 백신에 관한 전문가 위원회를 꾸리는 것이었다. 이들은 가능성 있는 치료제들과 35종 이상의 백신 후보들에 대한 데이터들을 다뤘다.

이들의 목적은 가장 유력한 것들을 찾고 어느 것이 안전하고 효과적인지 평가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56종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들이 임상 시험 중에 있고, 상당수가 사백신(비활성화 백신), 바이러스 벡터 백신, DNA/RNA 등 각기 다른 기술을 이용한 것이다.

사백신과 생백신 같은 전통적인 백신은 비활성 바이러스를 몸에 주입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나 싱가포르 전문가들은 결국 RNA 백신에 주목했는데, 대량 생산이 더 쉽기 때문이라고 시트 교수는 말했다. 또한 더 빠르게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필요한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RNA 백신은 바이러스 유전자 코드를 주입해 사람의 몸이 실제로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고도 보호반응을 일으키도록 한다. 싱가포르가 도입하기로 한 화이자 백신과 모더나 백신이 RNA 백신이다.

지난 11월 화이자와 모더나가 마지막 임상시험 단계의 90퍼센트 이상의 성공률을 발표했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뒷북을 피하기 위해 어느 백신을 구매할 지 결정하기 위한 정보를 구하려고 몇 달 전부터 여러 방법들을 강구해 왔다고 한다.

화이자의 백신 연구원. [화이자]
화이자의 백신 연구원. [화이자]

다음 단계로, 싱가포르는 4월 후반 전문가 위원회가 추천한 백신 후보들에 대한 전략적 베팅을 위한 조직을 만들었다.

이 조직의 임무는 치료제의 개발 지원과 확보, 그리고 백신의 초기 확보이다.

레오 입 경제개발청장은 "우리는 광범위한 백신 제조업체들과 접촉하기 위해 경제개발청에 의존했다. 우리는 싱가포르 경제개발청과 화이자, 모더나, 바이오엔테크와 같은 제약, 바이오 회사들 사이에 형성된 강한 관계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 밖에 여러 업체들과 백신 개발 과정의 비밀 자료들에 접근할 수 있는 비공개 약정을 맺었다고 한다. 전형적으로는 임상시험 데이터는 과학저널 등에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심사는 시간이 걸린다.

시트 교수는 싱가포르가 약 40건의 비공개 약정을 맺었다며, 이로 인해 아직 공개되지 않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약정들이 계약화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백신 구매의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싱가포르의 백신 확보 접근법은 이 국가가 식품과 에너지 같은 필수 자원들을 확보하는 방법과 동일한데, 바로 다각화이다.

가장 가망있는 백신조차 성공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백신 후보 포트폴리오 선택이 중요하다고 입 청장은 말했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협상이다.

싱가포르는 10억 달러, 한화 약 1조원 이상을 백신을 찾기 위한 재원으로 정해놨다.

경제개발청의 보건복지국 부국장 리사 오오이 박사는 백신 확보 외에, 전 세계에 공평한 백신 접근성을 확고히 하고 지역적 개발 노력과 장기적인 백신 생산을 후원하기 위한 코백스의 다각적인 계획에 동참하는 것에도 예산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비교적 적은 물량의 주문으로 제약회사와의 협상에 불리하지 않냐는 질문에 경제개발청 보건복지국장 고완이는 "많은 제약회사들이 아시아 바이오메디컬의 허브로서의 싱가포르의 지위를 인식하고 있다"며 "제약회사들이 실제로 싱가포르에 본부를 두고 있고, 백신 확보를 위한 협상에 좋은 입지에 있기 때문에, 시장규모가 작지만 업체들은 싱가포르에서 제품이 출시되고 상용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전략은 'K방역 성공'으로 자화자찬하며 백신 확보가 지연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청와대와 정부 관련부처들이 반드시 새겨야 할 대목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prtjami@wikileaks-k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