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 집행정지 요건 강화 '윤석열 방지법' 근거로 쓴 헌재 결정은 "집행정지 필요"
[단독] 민주, 집행정지 요건 강화 '윤석열 방지법' 근거로 쓴 헌재 결정은 "집행정지 필요"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0.12.29 07:54
  • 수정 2020.12.29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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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28일 행정소송법 개정안 발의
"본안소송 실익 해치면 집행정지 불허"
헌재 결정을 근거 삼았지만 각종 오류
16년 아닌 18년, 가처분 아닌 집행정지
합헌 대상 역시 '집행부정지' 조항 아닌
'집행부정지+집행정지' 조항 결합한 것
의원실 "저희가 하고 싶은 취지를 강조"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의원이 28일 본인 페이스북에 첨부한 보도자료. [사진=정 의원 페북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의원이 28일 본인 페이스북에 첨부한 보도자료. [사진=정 의원 페북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행정처분 효력을 정지하는 집행정지 소송 요건을 엄격히 하겠다며 이른바 '윤석열 방지법'을 28일 발의했다. 입법목적을 뒷받침하기 위해 '2016년 헌법재판소 판례'가 인용됐다. 그런데 정작 당시 헌재 결정은 2016년이 아닌 2018년에 있었다. 그 취지 역시 취소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행정처분 효력을 원칙적으로 인정하는 '집행부정지' 원칙과 엄격한 요건 아래 효력을 정지하는 '집행정지' 예외의 조화를 강조하는 것이었다. 법원이 대통령 처분에 제동을 건 상황에서 여당이 입법 시도로 '윤석열 때리기'를 대신 나선 것인데, 제대로 된 법률 검토를 하지 않고 오히려 본인들에게 유리한 부분만 골라내는 '선택적 취사'를 한 대목이다. 

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방지법을 발의하겠습니다"라며 '정청래 의원, 윤석열 방지법 발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첨부했다. 정 의원은 민주당에서 행정소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인사다. 개정안은 '집행정지 신청 이유에 소명이 있어야 한다'는 제23조 4항 끝에 "집행정지의 결정의 신청이 본안소송 등의 실익을 해치는 경우에는 집행정지의 결정의 신청이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부분을 추가한 것이다. 

정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과거 헌재 결정을 인용하는 방법으로 개정안이 타당함을 주장했다. 그는 "행정소송법은 집행부정지를 원칙으로 채택하고 있고, 2016년 헌법재판소 역시 본안 판결에 앞서 가처분 신청이 본안 판결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이를 합헌으로 판시한 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인용한 걸 두고 "법원의 자의적·편의적 판단"이라고 힐난했다. 행정소송법은 집행부정지가 원칙인데도 법원이 예외인 집행정지를 남용하고 있다는 취지다. 

정청래 의원은 본인 페이스북 계정이 자신이 대표발의한 행정소송법 개정안을 "입법 전횡"이라고 비판하는 언론 보도를 반박하며 "헌법재판소의 판시를 법률화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빨강 테두리는 본지 임의 표시. [사진=정 의원 페북 갈무리]
정청래 의원은 본인 페이스북 계정이 자신이 대표발의한 행정소송법 개정안을 "입법 전횡"이라고 비판하는 언론 보도를 반박하며 "헌법재판소의 판시를 법률화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빨강 테두리는 본지 임의 표시. [사진=정 의원 페북 갈무리]

문제는 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과 인용한 헌재 결정은 그 취지가 다르다는 데에 있다. 정 의원은 이날 해당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올린 이후에 추가로 글을 올려 '윤석열 방지법' 정당성을 역설했다. 그는 본인 발의 법안을 '與(여당)의 입법 전횡'으로 규정한 기사를 링크하며 "헌법재판소의 판시를 법률화하는 것이 어떻게 입법 전횡입니까"라고 물었다. 개정안은 집행부정지가 원칙이라는 헌재 결정을 그대로 법안으로 옮긴 것인데, 그렇다면 헌재 결정도 잘못이냐고 반문한 모양새다.  

하지만 2018년 헌재 결정은 오히려 집행부정지와 집행정지 조화를 추구하는 현행법 체계가 헌법에 합치됨을 확인한 것이다. 헌재는 2018년 1월 25일 행정소송법 제23조 1항과 2항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당시 청구인은 현행법이 집행정지 요건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둬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때 집행정지 절차를 명시한 제23조에서 문제 삼은 건 '취소소송의 제기는 처분의 효력이나 집행, 절차의 속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1항(집행부정지)과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 본안이 계속되는 법원은 집행정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2항(집행정지) 둘 다였다. 집행부정지 원칙도 집행정지 요건을 좁게 정한 것도 모두 위헌이란 취지였다. 당시 헌재는 집행부정지가 원칙이고 집행정지가 예외라는 점에서 두 가지 결합해서야 기본권 침해가 일어난다고 전제했다. 제23조 1항과 2항을 각각 심리하지 않고 두 조항을 결합해 위헌 여부를 따진 이유다. 헌재는 결정문에 "집행부정지 조항과 집행정지 요건 조항이 함께 작용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므로 두 조항을 결합하여 기본권 침해 여부를 살피기로 한다"고 적시했다. 

때문에 당시 헌재 결정은 '집행부정지는 합헌'이라는 개정안 취지와 결이 다르다. 정 의원은 "집행정지의 결정의 신청이 본안소송 등의 실익을 해치고 행정행위의 당사자에게 오히려 불이익이 발생하게 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언급했지만 헌재는 반대로 "본안 판결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권리를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임시구제의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집행정지가 본안 판결의 실익을 보장한다는 것인데 정 의원은 거꾸로 해석한 것이다. 정 의원은 또 집행정지 결정에서 법원의 자의적 결정이 이뤄짐을 지적한 반면 헌재는 "판례의 의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고, 달리 자의적인 법해석의 위험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정청래 의원이 인용한 2018년 헌법재판소 결정문.
정청래 의원이 인용한 2018년 헌법재판소 결정문에서 인용 취지와 달리 집행정지 제도를 긍정한 대목. 빨강 선은 본지 임의 표시. [사진=헌재 판례 검색]

결국 정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이번 법원 결정과 과거 헌재 판단을 오독(誤讀)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온다. 정 의원은 윤 총장 본안소송에서 패소하는 경우를 그리고 "추후 행정소송을 통해 징계·처분 등이 정당했다는 판결이 나와도 판결의 효력이 이미 사라지게 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본안청구의 승소가능성 정도'를 집행정지 요건으로 추가 심리했다. 본안에서 윤 총장이 승소할 가능성을 전제로 집행정지를 인용했다는 뜻이다. 헌재 역시 같은 맥락으로 "집행정지신청이 인용된 이후 본안소송에서 승소한 경우나 집행정지신청이 기각된 이후 본안소송에서 패소한 경우에는 법익의 균형성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했다.  

2018년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집행부정지 대신 집행정지를 원칙으로 할 경우 병폐를 지적한 대목. 빨강선은 본지 임의 표시. [사진=헌재 판례 검색 갈무리]
2018년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집행부정지 대신 집행정지를 원칙으로 할 경우 병폐를 지적한 대목. 정 의원은 이 부분을 마치 집행부정지가 원칙한 현행법 체제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처럼 소개했다. 빨강선은 본지 임의 표시. [사진=헌재 판례 검색 갈무리]

다만 헌재는 "문제가 되는 것은 집행정지신청이 인용된 이후 본안소송에서 패소할 경우와 집행정지신청이 기각된 이후 본안소송에서 승소한 경우"를 상정했다. 정 의원이 보도자료에서 거론한 것처럼 본안과 집행정지 결과가 반대로 나오는 경우를 따진 것이다. 정 의원은 헌재 결정 이 부분을 "본안 판결에 앞서 가처분 신청이 본안 판결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이를 합헌으로 판시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헌재 결정 원문은 "집행정지를 원칙으로 할 경우 집행정지 신청 단계에서 본안 판단의 선취가 이루어져 행정행위의 상대방에게 오히려 불이익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이다. 헌재는 집행부정지 원칙을 없애 달라는 청구인 주장이 틀렸음을 말하려고 해당 원칙이 폐기됐을 때를 가정해 그 결과를 추측했다. 그런데도 정 의원은 현행법 체제에서 집행정지(가처분으로 오기) 결과가 마치 본안 소송을 앞지르는 병폐가 만연한 것으로 헌재가 해석한 것으로 전달했다. 

정 의원실은 개정안을 내놓기 전 국회 법제실 검토를 거쳤고 같은 당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과도 협업했다고 했다. 졸속으로 법안을 발의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선택적 취사 여부는 일부 인정하는 듯한 입장을 내놨다. 의원실 관계자는 28일 전화통화에서 "보도자료를 낼 때는 '양쪽이 다 그렇다'가 아니라 저희가 하고 싶은 취지를 강조를 한 상황"이라며 "저희도 헌재 결정 취지는 분명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결정을 2016년 결정으로 잘못 표기한 부분은 "다시 한번 확인해보겠다"고 전했다. 법안을 검토한 시기는 "직무배제 집행정지 결정이 나온 이후"라고, 법안을 함께 검토한 의원으로는 "(판사 출신) 이수진 의원, (변호사 출신) 김남국 의원"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법제실 자문은 27일 당일 전화로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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