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세탁방지 오디세이 上] 1049억원 벌금이 가르쳐준 교훈... 은행권, AML 고도화 '박차'
[자금세탁방지 오디세이 上] 1049억원 벌금이 가르쳐준 교훈... 은행권, AML 고도화 '박차'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0.12.31 13:09
  • 수정 2020.12.3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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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올해 금융위원회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범죄수익 은닉 등에 악용되는 자금세탁을 방지하고자 관련 정책 대응을 강조했다.

 

이에 은행권은 지난 4월 IBK기업은행 뉴욕지점이 자금세탁방지(AML) 미비 혐의로 1000억원대 벌금을 확정한 사실을 교훈 삼아 고도화된 AML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가상자산 사업자들도 지난 3월 AML 의무가 부여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 통과 이후 관련 솔루션을 점검하고 있다.

미 100달러 지폐.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 100달러 지폐. [연합뉴스 자료사진]

시중은행들이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을 한층 고도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기술(RPA) 등 디지털 기술을 통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통합 AML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IBK기업은행도 상반기 미국 검찰과 뉴욕주 금융청에서 벌금을 확정하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강화된 AML 시스템을 통해 자금세탁방지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복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4월 미국 검찰에 5100만달러(622억원), 뉴욕주 금융청에 3500만달러(427억원) 등 총 8600만달러(1049억원)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미국 검찰이 2014년 5월 조사에 착수한 지 6년 만이다.

앞서 기업은행 뉴욕지점은 지난 2011년 국내 한 무역업체와 이란의 자금 거래를 중개하는 과정에서 자금세탁방지가 미흡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미국 알래스카 시민 케네스 정(Kenneth Zong)씨가 기업은행 뉴욕지점에서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예치된 이란 자금 1조948억원을 수령했는데 이 과정에서 허위거래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는 혐의다. 

미국은 2010년 테러국으로 규정한 이란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제재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은행, 정부 등에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발효하는 등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한국은 다만 미국의 승인 아래 이란산 원유 수입 대금을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의 계좌에 원화로 입금하고, 이란에 비제재 품목을 수출하는 기업은 그 대금을 이 계좌에서 받는 방식으로 이란과 교역했다.

정씨는 한국 금융당국에 신고 없이 이란 중앙은행의 자금을 수령했다. 이후 아들인 미첼 정의 명의로 된 미국 회사 등 5~6곳으로 나눠 자금을 송금했는데 이란 자금은 미국을 비롯한 해외로 반출이 이뤄졌다. 미국은 이란과의 교역 문제에 매우 민감한 만큼 정씨를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등 47건의 혐의로 기소했다.

더불어 송금이 이뤄졌던 기업은행에 대해서도 AML 시스템이 미흡했다는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다. 기업은행은 6년간의 수사 끝에 뉴욕지점의 AML 시스템이 미국 법령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을 시인하며 앞서 언급한 벌금에 합의했다. 

▷ AML 시스템 고도화 나선 시중은행들

사상 초유의 벌금 합의 소식에 은행권은 그 위험성을 높게 인식했다. 가뜩이나 은행들은 올해 초 파생결합펀드(DLF)·라임펀드 사태 등 고위험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로 진통을 겪은 바 있어 AML 시스템 고도화를 통한 고객 보호 체계를 구축하고자 했다.

먼저 제재 대상이었던 기업은행은 지난달 19일 모든 국외 지점의 자금세탁방지 업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IBK 글로벌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시스템 구축에 따라 국외 지점에서 고객 위험 평가, 의심거래 추출, 모니터링(점검) 등을 자동으로 실시하고, 국내 본점에서는 자금세탁방지 업무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새로 문을 여는 국외 지점에도 현지 금융감독 체계, 자금세탁방지 법령 등에 맞춰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지난 9월 글로벌 통합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을 구축했다. 

우리은행 측은 글로벌 AML전문 솔루션 제공업체인 SAS사를 선정해 해외 9개 지역 지점 대상으로 새로운 AML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싱가폴·시드니 지점 오픈을 시작으로 9월 14일에 동경, 런던, 홍콩, 두바이, 바레인, 다카 지점과 인도지역본부 (첸나이, 구르가온, 뭄바이지점)에 시스템 도입을 완료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AML 업무에 머신러닝(AI),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등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자금세탁방지 고도화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당초 해당 업무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자금세탁 위험거래 보고 대상을 선정하던 방식에서 머신러닝을 활용한 자금세탁 위험도 측정 모델을 개발해 고위험 의심거래 탐지의 정확도를 높혔다. 또 자금세탁 의심거래 보고를 위한 정보 수집에 RPA를 도입해 금융정보의 수집 및 정리 업무를 자동화하고 자금세탁방지 업무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시보드(Dash-Board)를 설계해 보고 체계를 효율화했다.

NH농협은행 또한 자금세탁방지 업무에 RPA, PPR 등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자금세탁방지시스템 고도화 프로젝트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주요내용은 고객확인의무 이행 프로세스 혁신 및 업무절차 고도화, 효과적인 거래모니터링 체계구현으로 업무효율화, RPA·스크래핑 등 신기술을 활용한 수기 프로세스 자동화다. 자금세탁방지시스템 UI 개편작업을 통해 모니터링 화면의 시각화, 보안성 향상, 글로벌 제재 필터링 솔루션 개선 작업을 병행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영업점의 자금세탁방지업무 이행 지원을 위한 ‘자금세탁방지 챗봇’을 개발해 지난 7월부터 적용하고 있으며, 하나은행 역시 지난해 AML 위험평가모델 고도화사업을 완료해 자금세탁위험을 평가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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