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상품 딜레마 ①] 불완전판매·규제 회피 드러났는데... 잊혀져 가는 라임·옵티머스
[투자상품 딜레마 ①] 불완전판매·규제 회피 드러났는데... 잊혀져 가는 라임·옵티머스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01.18 15:31
  • 수정 2021.01.18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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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9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에 이어 지난해 발생한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는 금융권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렸다. 원금손실과 불완전판매에 따른 투자자들의 강력한 항의에 금융권 수장들은 줄줄이 소환될 처지에 놓였었다. 금융당국은 판매사들에 이사회의 권한을 견제하기 위한 '편면적 구속력' 도입까지 검토하겠다며 원금 100% 배상안을 수용하라고 강제했다. 정치권에선 여야 간 책임 공방을 위한 정쟁 수단으로 비화됐다. 

 

사태는 아직 현재 진행중이다.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학계와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이어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사모펀드 사고의 원인을 방치해두고 배상 문제로만 끌고 가는 것은 제2의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사태를 불러온다고 지적하고 있다. 건전한 금융투자시장 조성을 위한 이들의 제언을 들어보았다. 

KB증권 직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리는 '라임 사모펀드 사태' 관련 판매사 3차 제재심의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는 금융권을 강타한 최대 이슈 중 하나였다. 두 사건은 투자자 피해 규모만 각각 1조6000억원, 5000억원에 달하는 총 2조원대 안팎의 대형 피해를 낳았다. 2019년에 이미 DLF(파생결합펀드) 불완전판매 사태가 불거졌는 데도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연이어 발생한 만큼 재발 방지와 책임 규명에 초점이 맞춰지는 듯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판매사들에 원금 100% 배상안을 수용하라고 지시했을 뿐 근본적인 원인 규명을 하지 못했다. 정치권은 금융당국의 관리 소홀을 지적할 뿐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야당은 '권력형 게이트'라는 낙인으로 여권 정치인들의 연루 의혹과 특검 도입을 주장했고, 여권은 '금융사기 사건'으로 규정 지으며 검사 커넥션·야당 정치인 연루 의혹으로 맞불을 놨을 뿐이다. 라임·옵티머스 정쟁에 사건의 본질은 등한시됐다.  

구조적 문제를 파헤치기 위해선 사건 발생 시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라임사태는 2019년 7월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이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등을 편법 거래하면서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이후 라임에 대한 대규모 환매 요청이 빗발쳤고,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던 펀드에 들어있던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서 뱅크런 위기를 맞게 되었다. 결국 라임은 지난 2019년 10월 자신들이 운용하는 일부 펀드에 대해 환매중단하면서 본격 불거졌다. 검찰은 라임 대표와 부사장 및 마케팅본부장에 대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업계에서 라임사태는 매우 심각하게 다뤄지고 있지만 주로 라임자산운용의 범법 행위만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기존 펀드의 환매 자금으로 사용할 의도였음에도 마치 해외 무역펀드에 직접 투자할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이고, 코스닥 상장사 리드에 라임 자금 300억원을 투자해주고 명품 시계·가방·수입 자동차 등 총 14억원 상당의 금품 등을 수수하거나 투자 대상기업을 상대로 기업사냥꾼과 결탁해서 주가를 조작하거나 횡령을 하는 등의 행위만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금융당국은 자료를 통해 투자자 보호에 취약한 사모펀드의 운용구조 상 문제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판단하고 있다. 라임펀드가 상환 환매에 제약을 초래하는 만기 미스매치 구조로 운용되었고, 자사펀드 편입 등을 통한 복잡한 투자구조로 인해 펀드간 위험전이 가능성이 높았던 데다, TRS(총수익스왑) 거래를 통한 레버리지 확대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019년 불완전판매 의혹으로 금융권이 홍역을 치뤘던 DLF도 원인을 제공했다. DLF는 자산운용사가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 금리연계 DLS(파생결합증권)를 편입한 사모펀드를 말한다. DLF는 은행에서 여전히 노년층 등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DLF는 사실상 공모펀드에 해당하나 라임자산운용은 유사한 구조를 가진 해외금리 연계 DLS를 쪼개어 발행하고, 이를 각각의 사모펀드에 편입⋅판매함으로써 공모규제를 회피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대필 기재, 서류 사후보완, 투자자에게 작성·답변 방법을 알려주는 ‘유도행위’ 등으로 설명의무를 저버렸다. 금융사가 수익률 및 리스크 등에 대한 충분한 고지 없이 불완전판매했음에도 책임 소재는 불분명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라임자산운용 관계자의 범법행위가 가속화되고, 라임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의 피해가 막대하게 발생한 만큼 펀드의 구조를 문제 삼아야 하지만 크게 부각되지 않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문제를 인식하고 라임사태 이후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과 작년 2월과 4월에는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법안 통과에도 힘을 싣는 모양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올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금융소비자보호법’, ‘고난도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방안’을 안착시키겠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지난 4일 ‘2021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지난해 자본시장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투자자피해를 초래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라임·옵티머스 등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와 ‘주식리딩방’ 등 각종 유사금융사기는 투자자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며 “올해는 투자자 신뢰회복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선 투자자 보호 방안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임시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연이은 환매중단 사태에 대해 사모펀드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데서 나타난 부작용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짙어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방안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사모펀드 규제를 연구하는 학계의 한 인사는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에 따라 발생한 일시적 부작용이 아니다"라며 "제도적 미비, 운용상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문제이기 때문에 취약한 부분을 빠르게 보완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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