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상품 딜레마 ②] '계륵' 펀드상품, 놔두기도 마냥 옥죌수도... 금융당국 책임은 어디까지
[투자상품 딜레마 ②] '계륵' 펀드상품, 놔두기도 마냥 옥죌수도... 금융당국 책임은 어디까지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01.20 14:34
  • 수정 2021.01.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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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9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에 이어 지난해 발생한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는 금융권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렸다. 원금손실과 불완전판매에 따른 투자자들의 강력한 항의에 금융권 수장들은 줄줄이 소환될 처지에 놓였었다. 금융당국은 판매사들에 이사회의 권한을 견제하기 위한 '편면적 구속력' 도입까지 검토하겠다며 원금 100% 배상안을 수용하라고 강제했다. 정치권에선 여야 간 책임 공방을 위한 정쟁 수단으로 비화됐다. 

 

사태는 아직 현재 진행중이다.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학계와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이어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사모펀드 사고의 원인을 방치해두고 배상 문제로만 끌고 가는 것은 제2의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사태를 불러온다고 지적하고 있다. 건전한 금융투자시장 조성을 위한 이들의 제언을 들어보았다. 

서울 여의도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 [사진=연합뉴스]

라임·옵티머스 등 자산운용사에서 발생한 잇따른 환매중단 사태로 자본시장 규제 강화 목소리가 본격 불거지고 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 이어 헤지펀드 및 사모펀드(PEF) 등 고위험 금융상품 불완전판매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고난도 사모펀드와 신탁상품 판매를 제한하는 등 강도 높은 규제에 나섰다.

금융사들은 고민에 빠졌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파생결합증권(ELS·DLS) 발행 시장이 지난해에 이어 점진적으로 위축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주식시장과 공모주 펀드는 증시 상승 랠리와 기업공개(IPO) 열풍 속에 초호황을 이뤘지만 펀드들은 저조한 성과를 이어오며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투자상품을 마냥 옥죌수도, 취급하지 않을수도 없어 그야말로 '딜레마'다. 

표면적으로 2019년 DLF 불완전판매 사태와 2020년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는 비교적 신뢰도가 높은 시중은행과 대형 증권사의 판매 시스템 문제에서 기인했다. 그런데 금융당국 책임론이 대두될 정도로 금융감독의 실패를 사태 발생의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자본시장 성장을 위해 사모펀드 활성화를 독려했으면서 사태가 터지자 으름장만 놓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그동안 사모펀드의 규제 완화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2011년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과 2015년 사모펀드 제도개편을 통해 사모펀드를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으로 구분하여 체제를 정비하고 투자자 조건이나 자산운용사 설립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전문사모 운용사에 대해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하고 자기자본 요건도 40억 원에서 20억 원, 10억 원으로 하향 조정했으며 투자자의 최소투자금액도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완화했다.

이에 따라 전문투자형으로 분류되는 헤지펀드의 경우 2019년 말 순자산 35조 원, 펀드 수 3,057개를 기록, 단기간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또한 경영참여형으로 구분되는 PEF(Privave Equity Fund)의 경우도 급성장하면서 약정액 84조 원, 이행액 62조 원, PEF 수 721개를 기록했다. 더구나 부동산 가격 상승과 대체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동산펀드와 특별자산펀드의 수탁고가 크게 증가하며 사모펀드 시장 확대를 견인했다.

하지만 DLF 및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은 고위험투자자 보호책과 사모펀드 제도개편을 발표하는 등 규제 강화 방안으로 선회했다. 핵심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고난도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방안’을 안착시키는 것이다.

올해 3월 시행되는 금소법의 핵심은 적합성‧적정성‧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금지‧부당권유행위 금지‧광고규제 등 6대 판매행위 원칙을 전체 금융상품에 확대 적용하는 것이다. 여기서 적합성과 적정성 원칙을 제외한 4개 판매규제 위반시 징벌적 과징금으로 수입의 최대 50%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적합성과 적정성 원칙 위반행위에도 과태료 3천만 원을 부과할 수 있다. 불완전 판매 등에 따른 금융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고 사후 구제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판매사에 책임을 강하게 묻는 규제 강화 방안으로 기울고 있으나 업계에선 과도한 처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규제 완화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결함과 도덕적 해이가 불러온 인재(人災)에 가깝다는 것이다.

먼저 사모펀드 시장의 단기적 확대가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사모펀드는 레버리지나 파생상품 활용이 비교적 자유롭고 투자유형에 따라 펀드간 쏠림(herding)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대형 금융기관이 프라임 브로커 역할을 수행함에 따라 사모펀드 시장에 예상치 못한 충격이 발생하는 경우 금융시스템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모펀드는 또 운용자의 대리인 문제가 심각하게 작용한다. 사모펀드 유형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의 사모펀드는 운용보수 이외에 성과보수를 부과한다. 그런데 성과보수를 받기 위해서는 사전에 설정한 수익률을 초과 달성해야만 한다. 

운용자는 이를 위해 레버리지를 활용한 과다투자나 고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특정 자산에 대한 투자 쏠림현상 등을 일으킨다. 이는 곧 시장의 유동성 감소와 변동성 증대로 이어져 시장의 안정성을 저해시킬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투자은행이나 증권사들은 프라임 브로커로서 증권대차나 레버리지 제공, 공매 등 신용제공, 복잡한 파생상품의 거래 상대방 역할 등을 수행하면서 금융시장 위험전염의 매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1998년에는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털 매니지먼트(LTCM)의 파산으로 국제금융시장이 일대 혼란을 겪었고 2008년 금융위기 시기에도 헤지펀드가 시장위험 전염의 주 창구역할을 했다는 주장은 이를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선 사태 재발 방지 보다 피해자 구제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금소법에 집단소송제는 반영되지 않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처벌 강도가 너무 미약하다는 논의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은 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법안을 오는 3월 개최되는 첫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174석을 가지고 있는 '거대 여당'인 만큼 본회의 통과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배상제는 지난 2018년부터 본격 논의됐다. 20대 국회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BMW 화재사건, 인보사 사태 등을 계기로 집단소송제를 제조물책임, 부당공동행위 등 집단적 피해발생이 우려되는 분야까지 확대 도입하는 내용의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안’이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통해 발의됐지만 임기 내 통과되지 못해 폐기 수순을 밟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국내에서 증권과 자동차 분야 등에만 제한적으로 도입됐다가 DLF·라임 사태 등 여파로 금융분야에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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