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수주량 1위 탈환에 묻혀 간과된 수주잔량
조선 수주량 1위 탈환에 묻혀 간과된 수주잔량
  • 임준혁 기자
  • 승인 2021.01.13 17:00
  • 수정 2021.01.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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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 지난해 전세계 발주량 43% 수주
하반기 LNG선, VLCC 등 수주 랠리 영향
선가 연초 比 하락...수주잔량 중국에 뒤져
“2년치 수주잔량 미확보 시 조선업 영업타격”
대우조선해양 도크에서 건조중인 VLCC. [사진=임준혁 기자]
대우조선해양 도크에서 건조중인 VLCC. [사진=임준혁 기자]

한국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신조 발주된 선박 수주량 1위를 기록하면서 2019년 중국에 빼앗긴 수위 자리를 되찾은 가운데 낮은 신조선가 회복과 향후 2년간 수주잔량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공존해 눈길을 끌고 있다.

13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은 2020년 전 세계 선박 발주량 1924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738척 중 43%인 819만CGT(187척)를 수주하며 중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직전 년도인 2019년 연간 수주량 집계에서 한국은 980만CGT(34%)를 기록했으나 983만CGT(34%)를 수주한 중국에 불과 3만CGT 뒤져 2위로 내려앉은 바 있다.

이처럼 2018년 이후 2년 만에 다시 1위 자리에 복귀한 한국의 비결은 지난해 연말 진행된 몰아치기 수주 덕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작년 10월 말까지 수주량 기준 중국에 뒤쳐지고 있었다. 하반기부터 주력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등을 본격 수주하며 중국과의 격차를 점차 좁혀 나가다가 11~12월 두 달간 전체 수주량의 절반 이상인 411만CGT를 수주하며 중국에 역전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은 2020년 발주된 14만㎥ 이상의 LNG운반선 49척 중 36척(73%),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41척 중 35척(85%), 수에즈막스급 원유운반선 28척 중 18척(64%)을 수주하며 주력 선종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였다. 수에즈막스급 유조선은 수에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적정 크기인 15만DWT(재화중량톤수)급 선형이다.

2020년 글로벌 누계 발주량은 1924만CGT로 전년 2910만CGT의 66%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전체 발주량 중 한국의 점유율(43%)은 최근 10년 새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12월 말 기준 수주잔량은 연말 수주량 증가에 힘입어 전월 대비 3%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한국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연간 수주량 세계 1위 타이틀을 획득했지만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 세계적인 수주 가뭄이 여전해 과거 전성기 시절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주 성적표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실제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선복량 대비 수주잔량은 1980년대 이후 최저 수준인 7%에 불과하다. 선복량이란 현재 운항 중인 선박을 CGT로 환산한 것이다. 즉, 작년 말 기준 전 세계에 떠다니는 선박의 규모가 9억1000만CGT인데 전 세계 조선소들의 수주잔량(남은 일감)은 7000만CGT에 불과해 수주 절벽이 극심하다는 얘기다.

최근 3년간 누계 선박 발주량만 봐도 수주 절벽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조선소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음을 말해준다. 2018년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3510만CGT였으나 2019년 전년 대비 17% 하락한 2910만CGT로 줄더니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34%나 급감한 1924만CGT로 집계됐다.

수주잔량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 세계 수주잔량은 전월 대비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며 한국, 중국, 일본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실제 지난 달 말 기준 전세계 수주잔량은 전월(11월) 대비 3% 증가한 207만CGT를 기록했고 국가별로 봐도 중국이 1% 늘어난 19만CGT, 한국이 13% 상승한 250만CGT를 보이며 일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2019년 12월과 비교해 봤을 때 얘기는 달라진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일본이 37% 감소했고, 중국도 325만CGT(11%)나 하락했다. 한국 역시 LNG선 대량 수주에 힘입어 수주잔량이 3개월 연속 증가하며 전체 증가세를 견인해 왔지만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라는 불황의 그림자는 피해가지 못했다.

국가별 전체 수주잔량도 여전히 중국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전 세계 신조선 수주잔량의 36%인 2544만CGT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고 그 뒤를 2216만CGT(31%)의 한국이, 일본이 829만CGT(12%) 순으로 쫒고 있다.

과거 초호황기 대비 낮아진 선가(선박 가격)의 회복도 시급한 문제다.

12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Newbuilding Price Index)는 지난달보다 1포인트 반등한 126포인트를 기록했으나 연초 기록인 130포인트와 대비하면 4포인트 하락했다.

선종별 선가 추이를 살펴보면, 2020년 초 대비 VLCC는 9200만달러에서 8500만달러로 하락했다. 수에즈막스 유조선 역시 척당 6150만달러였다가 연말에는 5600만달러로, 가장 경제적인 유조선 선형으로 약 11만5000DWT급인 아프라막스 유조선 역시 4850만달러에서 4600만달러로 내려앉았다, 1만4000TEU급 컨테이너 운반선도 연초 1억900만달러에 건조계약이 체결됐으나 1억200만달러로 하락했다. 반면 LNG선(17만4000㎥)은 1억8600만달러로 가격이 동일하게 형성됐다.

업계는 올해 한국 조선업이 지난해 바닥까지 내려간 수주 가뭄을 딛고 부활할 수 있을 것으로 대부분 전망하고 있다. 먼저 역대 LNG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인 카타르 프로젝트가 상반기 중 본계약을 맺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카타르가 상반기 중 초도물량 40~60척 규모의 본계약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엔 컨테이너·탱커선 발주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국내 빅3 조선사는 카타르 국영회사와 LNG 운반선에 대한 ‘슬롯 계약(본 계약 전 도크 확보)’을 맺었다.

여기에 국제해사기구(IMO) 규제에 따른 친환경 선박으로의 교체 수요로 올해 발주량은 지난해보다 24%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낙관론에 반해 비관적인 전망도 공존한다. 업계 관계자는 “LNG선의 경우 중국도 건조 경험이 있다”며 “중국이 가격을 무기로 일반 상선의 신규 수주를 한국으로부터 빼앗은 것처럼 발주 수요가 예정된 LNG선의 신규 수주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신규 수주 시황 개선에 대해서도 무조건 좋아할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주량이 일시적으로 늘어났다고 고무돼서는 안 된다”라며 “최근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러시는 2022년 기준 수주잔량을 채우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불리하게 선주측에 제시해 곳간을 채운 셈”이라며 앞으로 2년여의 기간 동안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잔량(남은 일감)을 확보하는 게 생존의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위키리크스한국=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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