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2년 극복 특별기고①] 코로나 시대..“일차의료 SOS”
[코로나 2년 극복 특별기고①] 코로나 시대..“일차의료 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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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1.14 11:28
  • 수정 2021.01.1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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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현(단국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외래교수·성성온가족의원 원장)

전 세계가 1년째 코로나19에 맞서며 반복되는 대유행 속에 좌절하지 않고, 백신이라는 그 끝에 빛이 보이는 희망 터널로 진입하려 애쓰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와 사회가 ‘K-방역’이라는 용어에 취해 있을 만큼, 등락과 위기가 있기는 하지만 다른 여러 나라에 비해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오늘도 코로나19 감염에 의한 사망자가 수십 명씩 나오는 시점에서 성공적 방역이라는 말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 자리를 빌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일차의료기관 중 의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코로나19에 감추어진 일차의료계 이면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한정된 자원 속에 효율적이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의료전달체계를 갖추고 있다. 경증질환 관리와 대부분 질환의 일차진료는 의원과 같은 일차의료기관에서 담당한다. 일차의료기관에서 관리하기 어려워 협진이나 입원이 필요한 경우는 지역종합병원과 같은 이차의료기관이 담당한다. 마지막으로 중증질환, 난도가 높은 전문의료는 삼차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이 담당한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발열, 호흡기 질환과 같이 예전 같으면 당연히 일차의료기관에서 담당했을 환자가 이차 또는 삼차의료기관으로 가서 코로나19 검사부터 받게 됐다.

주변 의원들이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한 후 일정 기간 진료를 못 하게 되는 사례들이 많아지면서 그런 경향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일차의료기관이 제 역할을 못 하게 되어 불필요한 상위 의료전달체계의 자원 소모 문제도 있고, 환자 입장에서도 조기에 적절한 조기 치료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으며, 진료 거부와 같은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는 코로나19 후에도 후유증처럼 우리 의료를 위협할 수 있는 위험요소이다. 다음으로 진료행태의 변화이다.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르면 마스크를 내리고 입 안쪽을 진찰하기 위해서는 4종 개인보호구(페이스쉴드, 마스크, 전신가운, 일회용 장갑)를 착용해야 한다. 만약 해당 환자가 코로나19 환자였는데 이를 갖추지 못하고 진찰을 했다면,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격리해야 한다. 이에 따른 진료현장에서의 선택지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4종 개인보호구를 갖추고 진료를 하거나, 아니면 상호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해당 부위 진찰을 하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환자가 호흡기질환인 진료과목은 4종 개인 보호구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대다수 일차의료기관은 호흡기질환 외 여러 질환의 환자를 관리한다. 보호구 착용에 의한 개인적 불편감은 당연히 감수할 수 있지만 환자와의 심리적 거리감, 진찰 감도의 저하 등은 진료의 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후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렇게 진찰을 최소화한 방어적 진료는 최선의 의료서비스 제공에 실패할 수 있고, 환자의 불만족으로 이어지며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 또한 전화 진료와 같은 비대면진료(원격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일선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어떤 의사도 학생 때 원격진료를 어떻게 해야 할지 교육받은 적이 없고, 그것은 의사가 되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여러 가지로 제한된 상황에서의 진료에 대한 지침도 없고, 그 제한을 과학적 근거에 따라 완화하려는 방역당국의 노력도 부족한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경영난으로 인한 일차의료기관의 폐업과 그로 인한 의료전달체계 붕괴 우려가 있다. 수년째 11월 중순 무렵 발령되던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2020~2021년 겨울에는 조용하다. 우리 국민들이 개인위생과 거리두기를 철저히 수행하면서 인플루엔자를 포함한 각종 호흡기질환이 매우 감소했고, 더불어 경증 질환의 의료기관 이용이 줄어들면서 일반 병·의원은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 직원 감축, 무급 휴가 등 고육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요양급여비 선지급과 같은 간접 지원 외 정부의 지원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여러모로 한계가 임박했다고 느낀다. 일차의료가 무너지면 그 무게가 고스란히 이차 의료로 옮겨가고, 순식간에 그동안 쌓아온 우리 의료의 자원은 고갈되면서 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어떻게 최선의 일차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지, 경영난으로 인해 의료전달체계가 도미노처럼 줄지어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와 함께 아무쪼록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의 획득이 코로나19라는 길고 어두운 터널의 끝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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