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진단] 이재용 재판... 글로벌 경영자원 족쇄 채우지 말아야
[WIKI 진단] 이재용 재판... 글로벌 경영자원 족쇄 채우지 말아야
  •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
  • 기사승인 2021-01-18 06:56:29
  • 최종수정 2021.01.18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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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날개를 꺾는다면 반사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파기환송심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연합뉴스]
파기환송심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연합뉴스]

박근혜 전(前)대통령과 최서원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이 18일 열린다. 선고결과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수감되거나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다.

 판결은 인신구속을 포함해 피의자에게 회복 불가의 피해를 줄 수 있다. 따라서 판결오류는 최소화되어야 한다. 판결 오류 유형은 크게 2가지이다. 하나는 “죄가 없거나 가벼운 사람을 무겁게 처벌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죄가 무거운 사람을 솜방망이 처벌하거나 방면‘하는 것이다.

두 유형의 오류 중 상대적으로 치명적인 것은 전자(前者)이다. 통계학에서는 이를 ’type-1’ 오류(error)로 부른다. ‘10 사람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억울한 한 사람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증오와 보복을 키우는 사회

만약 신(神)이 재판한다면 모든 사람들이 승복할 것이다. 현실세계에서는 법관이 심판을 한다. 하지만 법관도 인간이다. 정치적 영향과 압력을 받기 쉽다.

최근 박근혜 전(前)대통령의 형량이 대법원에서 20년으로 확정되었다. 이 자리에서 20년이 가혹한지 여부를 논할 겨를은 없다. 20년은 사법제도에 의한 형량이다. ‘역사의 법정’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역사 법정은 다른 판단을 할 여지가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앞으로 정치인의 재판에 있어 ‘박근혜 대통령의 20년 형량’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명징한 죄의 잣대(bench mark)가 됐다는 것이다. 신(神)이 재판을 했다면 인공지능(AI)이 재판을 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박영수 특검은 지난해 12월 30일 국정농단 결심 공판에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변화무쌍한 상업세계를 감안할 때, CEO에게 9년을 구형했다는 것은 그 자체가 사형선고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용서받지 못할 죽을죄를 졌다는 것이다. 박영수 특검이 아닌 일반인의 법 정서는 어떻지 모르겠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문재인 정권은 증오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증오는 일정한 시차를 두고 복수로 돌아올 개연성이 높다. 신(新)적폐 청산의 이름으로.

수사심의위도 불신? ‘묻지마 기소’하면 객관적이라는 억지
 
2020년 6월 26일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검찰에 권고했다. 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이 사전에 선정한 ‘심의위원단’ 150명 중에서 임의로 추첨된 15명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임의로 추출된 15명 중 위원장 한명과 불참 위원 1명을 제외한 13명이 투표를 해 ‘10 대 3’으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검찰에 권고했다.

수사심의위가 권고한 것은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이다. 수사심의위의 권고사안은 18일로 예정된 뇌물공여를 둘러싼 파기환송심과 직접 연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무관하다고 볼 수도 없다. ‘경영권 불법 승계’가 아니면 뇌물을 공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검찰은 이 같은 권고를 걷어찼다.

지금까지 수사심의위원회는 9번 구성되었으며 검찰은 8차례 권고를 수용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에 대한 수사중단과 기소중지 권고만을 기각한 것이다. ‘검찰이 만든 제도적 틀’ 내에서 위원들이 양심에 따라 전문성과 독립성을 바탕으로 ‘10 대 3’으로 내린 결정을 검찰이 거부한 것은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수사심의위 권고는 의제된 ‘집단지성’의 결과로 검찰의 개연적인 치명적 판단오류를 줄일 수 있는 장치다. 마땅히 존중 되어야 한다.

박영수 특검은 ‘경영권 승계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수사심의위의 의견을 속된 말로 깔아뭉갠 것이다. 검찰이 외부전문가 중심으로 만들어진 ‘수사심의위’를 불신한 것은, 검찰 스스로 무오류를 선언한 것이다. ‘무오류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경영승계를 위한 청탁 및 뇌물 공여

파기 환송심 선고의 핵심은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승계를 청탁하면서 뇌물을 공여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박근혜 전(前)대통령과 경제공동체인 최서원에게 뇌물을 공여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우선 기업의 승계가 대통령 ‘결재사항’이냐는 원초적인 질문이 그것이다. 바꿔 말하면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로 후계구도가 완성되었냐’ 하는 것이다.  

어떤 기업도 그 후계구도는 누구의 지시나 뒷받침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 이재용 중심의 지배구조를 만들 때 후계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이며, 지배구조는 ‘지분 취득’에 의해 완성된다. 자본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면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부정’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이재용으로 후계구도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부정이 있었다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제일모직 최대주주였던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주가조작이 이뤄졌을 것이다. 그리고 ‘1대 0.35‘라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의 합병비율도 ’가공의 숫자‘일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부정을 저질렀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청탁을 했다는 시나리오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이해관계자에 의해 결정되는 주가에 손을 대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보자. 합병을 위해 삼성물산에 가장 불리하고 제일모직에 가장 유리한 주가를 이재용부회장이 선택할 수 있는 가. 불가능하다. 주총에서 합병을 결의하고 ’일정기간 동안‘ 주가흐름에 기초해 합병비율을 정하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전대통령에게 뇌물을 공여했다면 그 댓가로 이재용 부회장의 후계구도가 어떻게 튼실하게 되었는 지 그리고 얼마만큼 혜택이 있었는 지를 특정해야 한다. 검찰은 혐의를 입증할 물증 없이 ’불법 경영승계 프레임‘을 설정하고 수사를 벌인 측면이 강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위해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는 모습. [출처=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위해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는 모습. [출처=연합뉴스]

근본으로 돌아가서 되물어보자.

독대를 기회삼아 박대통령에게 승계를 청탁하고 뇌물을 공여 하는 것이 가능한가. ’묵시적 청탁‘과 ’경제공동체‘는 무슨 ’선문선답‘인 가? ’수동적으로‘ 마필 3마리를 제공한 것이 9년 형을 받아야 할 만큼의 중대 범죄인가?

박영수 특검은 9년을 구형을 하면서 ’국정농단 단죄의 대미를 장식하는 화룡정점의 구형‘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공감하겠는가.

실형이냐. 집행유예냐

대법원은 2019년 8월 뇌물 액수를  87억원으로 높일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 환송했다. 뇌물의 출처가 회삿돈이라는 점에서 그 돈은 횡령액으로 간주되었다.

이재용 부회장이 87억원이 없어 회사돈을 횡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무엇을 얻으려 ’적극적으로‘ 뇌물을 공여했겠는가. 퍼즐이 맞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횡령금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3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 받으면 집행유예는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이 부회장은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재판부가 '작량감경'을 해준다면 실형을 피할 수 있다. 작량감경은 피고인이 정상참작 사유가 있을 경우 재판부 판단으로 형량의 절반까지 줄이는 것을 말한다. 법정형 하한인 징역 5년에서 작량감경을 적용해 2년 6개월로 줄인 뒤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다. 재판부가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양형에 반영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다면 누가 반사이익을 얻을까.

글로벌 경쟁기업이 될 것이다. 기업명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대만과 일본 기업 그리고 미국 기업이 될 것이다.

삼성전자의 국민경제적 비중을 근거로 선처를 바라는 것은 구차한 일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의와 공정을 외치는 민노총과 좌파시민단체 그리고 좌파 정치인이 삼정전자 대신 직업을 원하는 청년들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 게임체인저로 비약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날개를 꺾는다면 온 국민의 밥 그릇을 깨는 것이다.

한편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최종적으로 20년 실형을 받았다. 후일 라임·옵티머스, 태양광 발전, 월성 1호기 조기폐쇄라는 판도라 상자가 열리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조동근 멍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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