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2년 극복 특별기고②] 백신, 소통의 성공 조건
[코로나 2년 극복 특별기고②] 백신, 소통의 성공 조건
  • 위키리크스한국
  • 기사승인 2021-01-19 12:22:10
  • 최종수정 2021.01.19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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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엔자임헬스 대표)

최근 코로나19 3차 유행으로 우려가 크다. 하지만 3T로 상징되는 대한민국의 진단(Test), 추적(Trace), 치료(Treat)를 통한 감염자 억제 전략이 주요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간 의료진들이 헌신해 주었고, 국민이 잘 인내해 주었으며, 정부도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이제 코로나19 제 2라운드를 생각할 때다. 백신의 보급과 함께 시작된 코로나19 2라운드의 승리 공식은 1라운드 때와는 다를 것이다. 코로나19는 종식이 아닌 풍토병(endemic)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백신 접종이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완벽한 집단 면역도 기대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백신은 우리가 잃어버렸던 소중한 일상으로의 복귀를 앞당겨 줄 것이다. 코로나19 1라운드가 가용한 의료자원 내에서 확진자 발생을 통제하고 치료제와 백신이 나올 때까지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었다면, 2라운드의 평가는 ‘집단 면역의 가시화’를 통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나라가 먼저 국민의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아 주느냐에 달려있다. 그 과정에서 위기 소통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백신 접종은 100m 달리기 경주가 아님에도 지난 한 달 백신 확보가 늦었다는 질책이 거셌다. 백신 확보는 사실 그간 큰 이슈로 부각되지는 않았었다. 환자가 안정적으로 관리됐고, 백신의 안전성까지 고려한 정부의 백신 수급 전략은 설득적이었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 첫 백신 접종이 가시화되면서 “왜 우리는 백신 확보를 하지 않느냐”는 질타가 시작됐다. 초기 방역에 실패한 미국, 영국과는 상황이 다르며, 백신의 안전성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정부의 논리적 해명도 소용없었다. 논쟁이 헛되지 않아 다행히 단기간에 대량의 백신을 확보했지만, 그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정부에 대한 비난이 머쓱한 면도 있다. 백신 협상 과정의 불확실성을 고려했을 때, 한 달 만에 이렇게 많은 물량을 확보했다는 것은 그 동안의 협상 과정이 어느 정도 진척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협상은 급한 쪽이 지는 것이다. 정부에 대한 몰아세우기 식 공격은 분명 제약사와의 협상에 어떤 식으로든 나쁜 영향을 주어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의 부족함도 있었다. 공중보건 위기 소통의 관점에서 정부는 백신을 그저 백신이라는 의학적, 과학적 수단으로만 바라봤을 수도 있다. 다른 나라가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할 때 느낄 국민의 심리적 동요를 공감하지 못했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라”는 위기 소통의 기본 원칙이 간과된 측면이 있다. 물량을 확보한 상태에서 안전을 위해 접종을 기다리는 것과 물량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는 심리적으로 너무 큰 차이다. 즉 예산 확보 등 제도적 문제는 있었지만, 백신의 조기 확보는 실제 접종 여부와는 상관없이 국민들에게 안심이라는 ‘심리 백신’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백신 이슈는 현재 어느 정도 상황이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안타깝게도 4월 보궐선거, 12월 대선경쟁이 가시화되면 방역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정치화의 소재가 될 공산이 크다.

앞으로 접종 순서와 새치기 이슈는 물론이고, 다양한 백신 중 누구는 비싼 걸 맞고 누구는 싼 걸 맞느냐는 형평성, 공정성 논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한 가짜 뉴스들이 때를 만난 듯 혼란을 가중 시킬 것이다. 백신 접종을 가장한 보이스 피싱 문자도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일본 보다 접종이 늦어지기 라도 한다면 한일전 축구를 이야기하듯 황당한 논쟁을 부추길 지도 모를 일이다. 정부는 답답하겠지만, 그것은 펜데믹과 같은 대규모 국가 감염병 위기 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인간과 미디어의 심리 현상이다. 국가 감염병 위기관리에 있어 소통 전략이 중요한 이유다. 답답해 할 것이 아니라, 이런 상황까지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 맞다.

해외 백신 수급 이슈에 가려, 국산 백신 개발에 대한 관심이 저조한 편이다. 3상 임상이 올 말이나 되어야 가시화된다는 뉴스가 있지만, 시기에 상관없이 국산 백신이 최종적으로 개발될 때까지 국내 제약사들이 한 사이클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모든 과정을 경험하게 될 경우 향후 또 다른 펜데믹이 발생했을 때 더 신속하게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이는 해외에 덜 의존하는 백신 주권, 백신 자립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직은 가정에 불과하지만 국산 백신을 갖게 된다는 것의 의미는 생각보다 더 가치 있을 지 모른다. 지금처럼 부유한 국가들만 백신을 확보하고 접종한다고 코로나 사태가 끝나지는 않는다. 전 세계가 함께 면역력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급한 불을 끄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소득 수준이 낮은 나라들에까지 백신을 보급하는 문제가 부각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1월 4일자 타임(TIME) 매거진 온라인판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세계적 보급을 ‘펜데믹의 끝을 위한 시작(the beginning of the end of the pandemic)’이라고 언급하며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서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기사를 내 보냈다. 백신으로는 이득을 얻지 않겠다는 회사의 의지로 3~5달러 선(경쟁제품 20~37달러)에서 가격이 형성되어 있고, 일반 냉장고로도 보관이 6개월까지 가능해 범 세계적으로 안정적 백신 보급이 가능해 펜데믹을 통제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일부 부자 국가에 국한되지 않은 전 세계적인 백신의 보편적 보급 이슈는 올해 말,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다. 이때 자체 개발한 백신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은 그 과정에서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소위 선진국들의 이기적 백신 독점주의, 백신 민족주의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는 백신 강국으로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국산 백신의 개발을 인내와 애정으로 끝까지 지원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백신 이슈 관리의 모든 과정에 소통의 역할이 강조되어야 한다. 공중보건 위기 시 소통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불확실성의 관리, 신뢰의 증진, 그리고 협력을 이끌어 내는 일이다. 특히 정부의 신뢰는 성공의 핵심 요소다. 의학적, 과학적 사실을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개하는 기술적 소통을 통해 얻게 되는 신뢰(credibility)와 함께, 국민의 잘못된 인식까지도 인정하고 공감하는 감성적 소통에서 얻게 되는 신뢰(trust)야 말로 향후 전개될 백신 이슈에서 가장 필요한 소통 전략이 되어야 한다. 코로나19가 한창인 현재 성공 여부를 성급히 논하거나, 대안 없는 비판으로 방역에 혼선을 주기 보다는 이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각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먼저 고민할 때다. 이런 협력과 참여의 마음가짐이야 말로 국민, 의료진, 정부 모두가 승자가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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