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억울한 죽음 없기를..” 내가 외상에 뛰어든 이유
[인터뷰] “억울한 죽음 없기를..” 내가 외상에 뛰어든 이유
  • 김 선 기자
  • 승인 2021.01.20 10:48
  • 수정 2021.01.2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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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주(경기북부 의정부 성모병원 권역외상센터장·대한외상학회 수련 이사)

경기 북부 권역외상센터장이자 대한외상학회 수련 이사로 역임 중인 조항주 교수는 2015년 세계 3대 인명사전으로 불리는 미국 마르퀴스 후즈후에 등재, 그 다음 해에는 영국 인명사전 IBC 2016년 판에 등재될 정도로 세계적 주목을 받는 외상 외과 의사다. 조항주 교수가 외상 외과 의사로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외상환자 생존율을 높이는 데 이바지한 공을 인정받아서다. 그는 이라크 파병 때 현지 진료를 맡으면서 외상 의술을 익혔다. 이후 재난 의학·외상에 관심을 두고 활동했지만, 우리나라에 없는 학문이라 외상환자를 보긴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도 외상환자를 봐야겠다는 집념으로 버틴 결과, 2012년 전국 권역외상센터 설립과 함께 의정부 성모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됐다. <위키리크스한국>은 조항주 교수를 만나 외상 외과의 현실과 비전에 대해 들어보고, 코로나 19 상황에서 외상 외과의 모습은 어떠한지 살펴봤다.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외상 외과의 현실은 열악하기만 했다. 돈 안 되는 외상 외과라는 낙인으로 각종 예산 문제·인력 문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우리나라 외상체계를 이끄는 조항주 교수를 중점으로 그동안 보이지 못 했던 외상 외과의 모습, 개선 방안 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 국내 외상센터가 설립되고 외상외과 전문의가 만들어진 이유는?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해서다. 외상센터는 갑자기 다발성 손상을 입은 중증 외상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 있는 곳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자에게 당장 필요한 처치 및 수술실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과 의료진의 대기가 필요하다. 외상센터가 설립되기 전, 1980년대에는 외상환자 중 50%의 환자가 사망했다. 사망한 환자 중 대부분의 사람이 예방 가능한 사망자였다.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이란 외상환자가 적절한 시간 내에,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돼,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생존할 수 있는 환자를 두고 표현하는 지표다. 우리나라는 2015년 기준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은 30% 이상이었지만 2년 뒤, 거의 선진국 수준인 10%대로 감소했다. 외상센터 설립 5년 만에 이룬 결실이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중증외상환자는 연간 3만 명이 발생한다. 적어도 멀쩡하게 경제활동을 하던 사회인이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을 막기 위해 외상 외과가 설립된 거고, 앞으로를 위해서 필요한 이유다. 최근 통계 결과에 따르면 외상 환자 중 50% 이상이 출혈을 잡지 못해 사망했다. 복강 내 출혈, 뇌출혈 등은 외관상 눈으로 쉽게 확인되지 않아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사고 후 정상적으로 말하던 환자가 적절한 시간에 맞게 응급실에 도착했는데도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 지면서 사망하는 경우다. 또 운이 좋게 출혈을 발견하더라도 비어있는 수술실이 없거나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없으면 다른 병원으로 전원 되다가 골든아워를 놓쳐 사망하고, 장애를 얻는 경우가 허다하다. 허망한 죽음을 막기 위해 외상 외과 의사는 수술실과 중환자실 등이 비어있는 외상센터에 대기해야 한다.”

- 외상외과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

“외과 전공의 당시 외상 외과 학문은 없는 분야였다. 그냥 선배들이 외상환자를 치료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 했을 정도다. 2005년에 1년간 이라크 자이툰 병원 진료부장을 맡으면서 재난 의학, 외상 외과 분야에 관심이 생겼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없는 전공이라 어떻게 전공을 살릴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는데, 병원장님이 먼저 제안해 주셨다. 다발성 손상을 입은 환자들을 통합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의사가 없어 협진만 요청하다가 혹은 전원만 보내다가 의료소송이 들어온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상환자 수술 경험이 있고 수술도 잘하는 내가 치료해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이 제안에 따라서 상부 위장관 수술보다 훨씬 많은 응급수술을 했다. 응급환자 수술을 하다 보니 외상환자 수술은 암 수술과 다르게 나만 잘하면, 나만 더 노력하면 환자가 살아나는 게 보여서 선택하게 됐다. 암 환자와 다르게 외상환자는 30분, 혹은 1시간 안에 생사가 결정된다. 이 짧은 시간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이 때문에 환자가 몰려오면 의사도 사람인지라 체력적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의정부 특성상 주변에 큰 병원이 없고 미군 부대가 근처에 있다 보니 갑작스럽게 외상환자들이 몰리는 경우가 많다. 중증 외상 환자가 몰려온다는 것은 응급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이 몰려온다는 것이다. 여건상, 인력상, 체력상 부족한 한계를 느낄 때도 여러 번이었지만 그런데도 직관적으로 나만 잘하면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외상 외과를 선택했고, 기회가 주어졌을 때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을 맡았다.”

- 외상외과는 기피과로 알려져 있다. 다른 분야와 차이점이 있다면.
 
“정부가 2012년부터 전국 17곳에 권역외상센터를 설립하기 전까지 외상은 학문의 영역이 아니었다. 당연히 외상 외과 의사를 채용하는 곳도 없었다. 외상센터가 설립된 후 유행이라도 타듯 인력이 몰려들어 빈자리가 없었다. 하지만 수요 인력이 다한 지금은 반대로 자리는 있는데 사람이 모이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 국가가 중요하다고 하고 지원을 하는데도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인기 과와 비교했을 때 확연하게 구분되는 차이점 같다. 아마도 외상 외과가 생명과 직결된 분야라 많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 작용된 것 같다. 환자 사망 시 의사의 책임이 크다는 사회적 인식이 강화되면서 외상 외과를 어려워하는 학생들도 있다. 또 당직과 비전에 대해 의대생들이 물어보는 일도 있는데, 체력적인 한계를 우려해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지 물어보거나 외상 외과 이후 개업이 가능한지에 대해 물어보는 경우다. 사실 외상 외과는 당직으로 인해 체력적 소모가 크고, 수술 외 연구 및 교육에 이바지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 개업이 어렵다는 점도 있다. 하지만 외상 외과를 기피하는 것은 수많은 리스크, 체력적 한계, 비전만의 문제는 아니다. 요즘 젊은 세대, 즉 2030세대 사람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워라벨을 추구하는 편이다. 외상 외과의 부족한 인력이 보충된다면 어느 정도 워러벨 삶이 충족될 수 있을 텐데, 결국 인력이 채워지기까지가 고비일 거 같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선진국에서는 외상 외과가 우리나라와 다르게 인기과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외상 외과 의사 10명 모집에 98명이 지원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국가마다 다른 현실에 ‘왜?’ 라는 질문이 필요하다.”

- 외상 의사이자 센터장으로 근무하면서 가장 큰 위기는 언제였나.

“의정부성모병원은 2012년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되기 전부터 외상환자를 케어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아예 외상에 대한 학문이 없었던 당시에 병원장님의 권유로 외상환자 응급수술을 맡아왔다. 그때가 2009년쯤이었는데, 혼자 외상환자를 담당하면서 많이 힘들었다. 2010년에 인턴을 한 명 뽑아 외상체계를 운영했지만 담당 입원 병동이 없어 그저 비는 곳에 환자를 입원시켰다. 한 분은 2층에, 한 분은 8층에, 여러 과에 입원시키다 보니 회진 돌 때면 빙빙 돌아야 했다. 지정된 외래 공간이 없어 응급실 구석에서 무료로 환자 진료를 봐준 적도 있다. 당시에는 비어있는 수술실도 없었고, 수술하더라도 여러 협진이 이뤄져야 했기 때문에 외상 환자의 수술 및 치료과정이 정말 어려운 시기였다. 급히 수원에 계신 이국종 교수님께 도움을 청했던 기억도 난다. 이국종 교수님이 택시를 타고 달려오셔서 응급수술을 도와주셨다. 워낙 외상 체계가 안 잡혀 있고 어려운 상황이라 다시 외과 의사로 돌아가게 될까 봐 걱정했었는데, 다행히도 병원에서 지속적인 지원을 해줬다. 병원으로서는 충분히 외상 외과를 없앨 수도 있었는데 유지해 준 것은 고마운 일이다. 이후 2012년 권역외상센터 설립이라는 좋은 기회가 왔고, 기회와 함께 센터장으로 임명됐다. 센터장으로 일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일을 그만두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일하다가 나가는 편인데, 보통 가정 문제로 나간다. 잡을 수도 없다. 일단 사람이 나가면 다음 사람을 언제 어떻게 뽑아야 하나 걱정되고 매년 유지하는 게 힘들었다. 외국은 매주 리서치 미팅도 하는 편인데 우리도 환자 컨퍼런스는 진행하지만 더욱 전공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외상 외과 전문가들의 인력 보충 및 유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 외상 지속·발전을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외상 외과의 가장 큰 문제는 인력 부족이다. 그래서 외상 외과 인력이 다 채워질 때까지가 가장 큰 고비일 것이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외상 외과를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외상이 좋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외상 외과가 지속·발전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를테면 요즘 젊은 세대가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변화된 추세에 맞춰 근무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 지금은 가정에도 충실하고 일에도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어느 정도 가정, 취미 활동 등을 포기하고 일에 매진해야 한다. 그 이후의 일은 외상 외과가 환자를 보면서도 연구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더욱 빨리 워라벨이 존중되는 근무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공의 파견과 지원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외상 외과에 전공의 파견을 실행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잘 이뤄지고 있는 현실은 아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외상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문제점도 있다. 외상 외과가 전공의 과목에 해당하지 않아서 대부분 의사들은 학생 때도, 인턴 때도, 전공의 때도 외상 외과를 경험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경험이 있어야 선택할 수 있는데, 경험조자 하지 못 하고 전공 분야를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사실 외상 외과는 ‘외상을 해서 부자가 되고 싶어요’라고 생각해서 오는 사람은 없다. 어느 정도 워라벨 인생보다는 보람차면서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죽어가던 사람을 살렸을 때, 그리고 감사하다는 환자의 말 한마디에 위로와 힘을 얻는 의사들이 일하는 곳이다. 인원이 충족된다면 보람차면서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일과 삶을 균형 있게 할 수 있는 근무환경이 올 수 있을 것 같다.”

- 국내·외 외상외과 시스템 차이점이 있다면.

“대표적인 미국과 비교해 살펴보면,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 외상 외과의 인기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아주 높은 편이다. 인기 비결은 외상 외과 의사가 환자도 보고, 논문도 쓰고, 발표도 할 수 있는 여건에서 오는 것 같다. 또 환자를 보는 것에 있어 역할 분담이 아주 잘 되어 있다. 중환자실 담당도 따로 되어있는 거 같은데, 세분화된 분담 진료 체계가 잘 되어 있는 덕분인지 미국은 어느 정도 외상 외과 의사의 삶에 워라벨이 존중되는 듯하다. 미국은 외상 외과와 관련해 논문과 교육도 잘 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사 한 명이 너무 많은 치료를 컨트롤 해야 하는 점이 있어, 환자 보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힘이 든다. 그래서 논문이나 교육에 관한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논문과 교육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외상환자를 보기 위해서는 머리 가슴 배 팔 다리 등을 통합적으로 보고 수술 및 치료할 수 있어야 하는데, 외상이 전공의 교육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외상 교육을 이수하기까지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처음 외상을 담당했을 당시 독학으로 배워야만 했다. 물론 지금은 그때보다 교육환경이 많이 발전했지만, 외상환자는 가슴과 배를 다쳤을 경우 가슴은 흉부외과 의사에게 부탁하고, 배는 외과 의사에게 부탁하는 시스템으로는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을 낮출 수 없다. 시간이 곧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등 협진은 있지만 적어도 몸통은 외상 외과에서 수술할 수 있어야 소생률을 높일 수 있다. 여러 과의 당직보다는 한 명의 당직으로 순환될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미국 교육 시스템을 통해 우리나라가 배울 점이 바로 이런 체제와 연구 및 교육에 투자하는 시간이다.”

- 코로나19 상황에서 외상외과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굉장히 어려운 선택이었다. 외상환자는 1분 1초가 급한 환자인데, 외상환자가 먼저냐 코로나 19가 먼저냐. 이거에 대한 답을 내리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수혈이 1분 늦어질 때마다 생존율은 3%씩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 촌각을 다퉈야 하는 상황에서 모든 환자를 코로나 19 환자라 가정하고 방호복 착용을 해야 했다. 착용하는 시간은 가장 빨라도 5분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문제는 착용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응급환자가 실려 왔는데 코로나 19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일은 당연히 불가했다. 결국 방호복을 입고 수술실에 들어가야 했는데, 고글에 장갑만 3겹을 착용하다 보니 시야도 잘 안 보이고 미세한 손기술이 필요한 수술작업에는 어려움이 컸다. 어느 정형외과 선생님은 방호복을 입고 팔이 절단된 환자 수술에 들어갔는데, 절단된 팔을 현미경을 통해 들여다보면서 장시간 연결해야 하는 수술이 너무 힘들었다며 하소연했다. 음압 병동도 그렇고 수술실도 온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거기에 방호복을 입으면 너무 더워서 땀도 줄줄 흐르고 고글에 습기가 차서 앞이 하나도 안 보인다. 그래서 결국 나중에 선택한 방법은 방호복을 입었다가 호흡기 마취를 한 뒤에는 방호복을 벗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방역 문제도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만일 수술한 환자가 코로나 19 환자일 수도 있다는 가정에 따라 방역을 한다는 것도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외상환자 근처에는 응급상황 시 필요한 모든 의료기기, 약품, 혈액 등이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상황에서 외상센터는 갑작스러운 환자의 심정지 상황에서 ‘심폐소생술 먼저냐, 코로나 19가 먼저냐’의 연속이었다.”

- 평소에 추구하는 의료 윤리 철학은 무엇인가.

“환자의 생명은 의사가 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게 되어 있다. 환자를 살려냈을 때도 보람을 느끼지만, 환자가 장애 없이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었을 때 느끼는 보람도 크다. 중증외상환자는 5명 중 1명이 사망하고, 4명 중 1명은 심각한 장애를 얻는다고 한다. 아무래도 워낙 많이 다쳐서 오기 때문에 살아도 장애를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심정지까지 왔던 환자가 극적으로 살아났을 때,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큰 힘을 얻는다. 나의 의료 윤리 철학이 있다면 이런 보람에서 힘을 얻는 의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일에 대한 보람이 없다면 하기 힘든 일이다. 그런 점에서 외상 외과 의사는 분명 가벼운 질병의 환자군을 보는 것과 다른 점이 있다. 3일 치, 5일 치 약을 처방해 주고 경과를 지켜보는 것과 다르게 외상환자는 장기간 지켜보는 경우가 많고, 여러 번 수술에 들어가기도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의식이 없는 예도 있다. 환자와 대화 한 번, 눈 한 번 마주쳐보지 못했지만 환자에게 최선을 의사가 되고 싶다. 환자가 사망하면 CT 촬영을 통해 혹시 실수한 점은 없는지, 놓쳤던 점은 없었는지 살펴본다. 외상 외과만큼 환자에게 큰 영향을 주는 직업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원인을 빨리 찾는 방법과 교육에도 노력하는 편이다.”

- 외상외과의 비전을 제시해 달라.

“외상 외과의 비전이라고 하면 전체적으로 머리, 가슴, 배, 팔, 다리 등을 보는 의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흉부외과는 가슴을, 외과는 배를 다룬다. 모든 과가 세분화 되어 자신이 담당하는 분야에 국한되어 있는데, 외상 외과는 그런 점에서 광범위한 의학 기술을 터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그만큼 특성화된 공부도 해야 하고 경험도 많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점이 명의가 될 수 있는 비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외상 외과의 이런 점을 매력 포인트로 어필하고 싶다. 한 번 경험해 보면 누구나 매력적인 학문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외상환자들은 대부분 사회생활을 하는 가장인 경우가 많은데, 그런 사람들을 살려냈을 때는 한 사람이 아닌 한 가정을 살려냈다는 아주 큰 보람을 느낀다. 사실 이런 상황들이 주변에 잘 알려져있지 않다. 외상외과 환자들을 통해 '소중한 한 생명'을 넘어서 '소중한 한 가정'을 살려낸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은 의사에게 큰 희망이 되어 준다. 또 한 가지의 비전이 있다면 외상외과 의사는 다른 의사라는 직업과 다르게 경찰, 소방, 보건복지부, 군(육해공) 전방위에 걸쳐 다양한 의료네트워트를 형성하고 있다. 의료인을 넘어서 지역사회 발전에도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장점이 큰 특징이다. 생존과 의료복지 사회를 위해 의사가 참여한다는 점이 비전이 될 것이다.”

- 마지막으로 강조할 메시지가 있다면.

“외상 외과 교육의 문제다. 보통 언론에 보도된 외상 외과의 모습은 열악한 환경과 고단한 일상, 환자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그게 외상 외과의 현실이고, 개선되어야 할 점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개선은 교육을 통해 이루어진다. 첫 번째는 소방교육이다. 소방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환자에게 필요한 정확한 처치와 이송수단, 병원이 선택돼야 하기 때문이다.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대원과 응급구조사들이 내린 한순간 선택이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것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처치를 잘했더라도 환자와 맞지 않는 이송수단, 혹은 병원으로 옮겨지면 골든아워를 놓치거나 다시 전원 되다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것도 예방 가능한 사망률이라고 하는 것이다. 예방 가능한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소방교육에 외상 교육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두 번째는 의료진이 현장에 출동할 수 있는 교육을 받는 것이다. 의사가 현장에 출동해 빨리 환자를 만났을 경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러 이송수단에 대비해 의사도 헬기와 구급차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 교육은 재난 상황을 대비했을 때도 필요한 부분이다. 마지막으로는 외상 외과 교육을 전공의 과정에 포함하는 것이다. 학문의 발전을 위해 인력은 보충되어야 하는데, 경험조차 하기 힘든 분야가 외상 외과다. 의대에서든 파견을 통해 필수적으로 외상 외과를 경험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그 중에서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면 외상 외과를 전공의 교육과정에 포함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kej5081@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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