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경영’ 소임이 버거운 이상균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 사장
‘안전경영’ 소임이 버거운 이상균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 사장
  • 임준혁 기자
  • 기사승인 2021-01-22 17:25:27
  • 최종수정 2021.01.2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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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 안전경영 총괄...올해 중대재해 ‘0’ 목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내년 발효, 지난해 상반기에만 4명 사망사고
사고 위험성 제조업 1위 ‘오명’ 탈피 위해 노력중...불안감 상존
현대중공업그룹 조선해양사업본부 이상균 대표 사장.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그룹 조선해양사업본부 이상균 대표 사장.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내년 발효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현대중공업 이상균 조선해양사업본부 대표 사장이 맡은 그룹 조선3사(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의 안전경영이란 소임이 더욱 버겁게 느껴지고 있다.

22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조선업 현장의 위험요소를 공론화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2021년 전사 안전 개선활동을’ 이날부터 오는 10월까지 진행한다.

이 캠페인은 현대중공업이 2021년 추진하는 안전경영 강화활동의 일부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현장 작업표준을 재정립하고 위험성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상균 사장은 이번 캠페인을 시작으로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의 안전경영 강화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 조선해양사업본부 대표는 현대중공업뿐만 아니라 그룹 조선3사의 조선사업과 해양사업을 총괄하고 안전까지 감독하는 중책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중대재해 없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임직원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캠페인을 실시하게 됐다”며 “현대중공업뿐만 아니라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도 같은 내용의 캠페인을 곧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올해 현대중공업의 안전경영 목표를 ‘중대재해 제로(0)’와 ‘재해율 0.179 이하’로 설정했다.

재해율은 노동자 100명당 발생하는 재해자 수의 비율이다. 재해율 0.179 이하는 2020년 재해율인 0.215보다 17% 이상 낮추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이 사장이 이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11일 현대중공업 10안벽에서 선박 블록이 기울어지며 작업자와 충돌해 중대 산업재해로 이어질 뻔 했던 사고가 발생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건의 사망사고에 이어 새해 벽두부터 중대재해 발생의 위기를 맞았을 정도로 작업장의 안전시스템이 취약함을 드러냈다.

주지하다시피 지난 8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해 발생 사업장을 처벌할 뿐만 아니라 안전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장의 대표와 안전 책임자에도 1년 이상의 징역형을 내리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정부가 법 적용 사업장의 규모를 확정해 선포하면 법이 2021년부터 발효된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는 모두 대형 사업장으로 법 적용대상이다.

이 사장이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의 안전경영을 확립하는데 주어진 시간은 1년뿐인 셈이다.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 대표는 원래 그룹 조선3사의 선박 건조작업 전반을 관장하는 부사장급 직책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현대중공업에서 5월까지 사망사고 4건이 잇따르자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조선사업본부 대표를 사장급 직책으로 격상하고 안전관리를 총괄하도록 하는 직제개편을 실시했다. 하수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안전사고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임했다.

권 회장은 이상균 당시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에 이 자리를 맡겼다.

이 사장은 2018년 11월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이사에 올라 현대삼호중공업을 1년6개월가량밖에 이끌지 않았다. 다만 이 사장 체제의 현대삼호중공업에서는 별다른 산업재해가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심지어 당시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직개편까지 실시해 해양플랜트사업본부를 조선사업본부에 흡수시켰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해양사업 분야 전체의 안전경영이 이 사장의 어깨에 달리게 됐다.

이 같은 극약 처방을 내린지 며칠 지나지 않아 현대중공업그룹은 각 사업장의 안전시설 개선과 교육 관련 투자를 확대해 향후 3년간 총 3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하는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지난해 6월 내놓았다.

특히 ▲안전혁신 자문위원단 확대 운영 ▲전 작업자에 '안전개선요구권' 부여 ▲안전조직 개편 ▲안전시설 투자 확대 등 3년간 총 1600억원을 안전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우선 국내 최고 수준의 외부 안전전문가를 영입하고 안전인증기관, 교수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안전혁신 자문위원단'을 확대, 개편해 안전시스템 전반을 면밀히 점검하는 한편 부족한 부분이 발견되면 지속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또 근로자가 작업장에서 위험요소 발견 시 즉시 작업을 중지할 수 있도록 전 작업자에게 '안전개선 요구권'을 부여하고, 작업자의 안전의식 고취를 위해 협력사를 포함한 약 2만2000명의 전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교육프로그램도 운영키로 했다.

이어 안전위기관리팀을 신설, 전 작업장에서 상시점검 및 진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 문제점을 조기 발견하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예정이며, 협력사들이 자체적인 안전관리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협력사 대표 안전마인드 향상, 안전 인증 의무화 및 지원, 교육 및 기술 지원 등 역량강화 지원 프로그램도 확대, 운영했다.

이 사장이 조선해양사업본부 대표에 오른 뒤 현대중공업에서는 아직까지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사장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015~2019년 5년 동안 재해자 수 만인율(재해자 수의 1만배를 누적 근로자 수로 나눈 지표)이 181.3으로 제조업 회사들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 기간 제조업 2위 기아차의 재해자 수 만인율은 97.6이었다.

현대중공업의 사고 위험성이 2위의 2배에 이를 정도로 독보적이라는 뜻이다. 작년 조선해양사업부 대표 사장 취임 후 현재까지 사망 산재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 사장의 심경이 불안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7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타워 크레인이 붕괴돼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친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 역시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대형 산재이자 인재였다”며 “사고 이후 삼성중공업은 안전경영본부를 신설하고 본부장에 외국인(영국‧호주 이중국적) 안전 전문가를 영입해 산재 재발 방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이같은 조치가)비록 대형 사고를 겪은 후 사후약방문 형식의 조치였지만 현대중공업은 삼성중공업의 재해방지 대책 마련 및 실행보다 결과론적으로 3년 늦게 따라가는 형국이 됐다”고 말해 이 사장의 어깨가 앞으로도 무거울 것으로 전망했다.

[위키리크스한국=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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