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경 '업과사' 적용에 大檢기조부 "어렵다" 총장 보고, 다음날 형사부 "기조부 반박보고" 저격
[단독] 해경 '업과사' 적용에 大檢기조부 "어렵다" 총장 보고, 다음날 형사부 "기조부 반박보고" 저격
  • 윤여진 기자
  • 기사승인 2021-01-28 15:37:21
  • 최종수정 2021.01.2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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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세월호 특수단 "대검 內 이견" ...법무부 외압 혐의 불기소 결정
대검 의견 단일했다면 '법무부 흔들기'에 흔들리지 않았다는 설명
'혐의 적용 불가' 기조부 보고에 형사부 '반박 보고' 관철은 누락해
김경일 해경123정장. [사진=연합뉴스]
김경일 해경123정장. [사진=연합뉴스]

세월호에 가장 먼저 접근하고도 퇴선명령을 하지 않은 해경123정장 사법처리를 두고 검찰 내 이견(異見)이 존재했다는 게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 결론이다. 때문에 법무부가 혐의 적용에 간섭했다고 하더라도 '부당한 외압'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황교안 당시 법무장관이 희생자 유가족들로부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소당했으나 지난 19일 '혐의없음' 처분받은 이유다. 하지만 <위키리크스한국> 취재 결과 이견이 존재한 시점은 검찰이 123정장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20일 전이었다. 이후 김진태 검찰총장은 참모들에게 "구조세력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했으니 '업과사'(업무상과실치사)를 적용하라"는 단일 지침을 하달했다. 그런데 그는 영장 청구 8시간 전 법무부 방침을 보고받고 돌연 입장을 바꾼 것으로 파악됐다. 특수단은 직권남용 피의사실을 '영장청구 시 업과사를 뺀 것'이 아닌 '영장청구 전후 업과사를 뺀 것'으로 넓게 구성해 혐의 입증을 어렵게 하고 근거로 '영장청구 전 대검 내 이견 존재'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김 총장을 상대로 어떤 조사도 시도하지 않았다. 특수단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면서 수사를 종결했지만 당시 법무부 윗선에 면죄부를 줬다는 반론이 나오는 이유다. 

28일 본지가 특수단 관계자 및 특수단에서 조사를 받은 전·현직 검찰 관계자를 취재한 결과를 종합하면, 2014년 7월 9일 김진모 당시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김 총장에 대면보고하며 '해경 123정장 관련 검토' 제목의 보고서를 제출한다. 6일 전 김 총장이 "구속영장 청구 시 극복해야 할 논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보고서는 기조부 9명 연구관 중 대검 형사부에 비공식 파견돼 '세월호 운항 과실'을 검토했던 유효제 검찰연구관이 작성했다. 당시 유 연구관보다 상관인 한동훈 정책기획과장은 결재라인에서 빠져있었다. 보고서엔 "공판 과정에서 업과사 성부에 관해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고 적혔다. 업과사 적용이 어렵다는 얘기다. 사건과 관련 없는 기조부가 총장에게 보고를 따로 올렸다는 소식을 당일 늦게 전해 들은 조은석 당시 대검 형사부장은 형사2과장에게 곧바로 반박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형사2과장은 말 그대로 '기조부 반박 보고' 제목의 수사보고를 작성했다. 당시 형사부 내에서 123정장 건은 형사2과가 담당했었다. 9쪽 분량의 이 수사보고는 언론 보도를 중심으로 구성된 기조부 보고서와 달리 '시간대별 선박 기울기' 등 수사기록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었다. 세월호 건으로 하루에 세 번 총장실을 찾았던 조 부장은 다음 날 이 수사보고를 김 총장에게 보고했고, 업과사를 적용한다는 지침을 받았다. 이후 기조부는 추가 보고서를 올리지 못했다. 

특수단은 불기소 핵심 이유로 "수사팀을 직접 지휘·감독할 권한이 있는 대검 내에서도 광주지검 수사팀이나 대검 형사부의 의견과 달리 업과사 법리 적용이나 신병처리 등에 대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대검 내부의 이견, 법무부의 의견을 고려하여 업과사 혐의를 제외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도 했다. 업과사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은 법무부뿐 아니라 대검 내에서도 존재했으니 '외부의 압력'으로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이같은 특수단 판단은 대검 내에서 기조부는 수사지휘부서가 아닌 점, 당시 총장이 주무부서인 형사부 의견을 최종 채택한 점, 검찰청법에 따라 일선 검사를 지휘하는 것은 대검 내 참모부서가 아닌 총장인 점을 미뤄볼 때 법리적으로 성립할 수 있는지 의문이 나온다. 

해경 수사 당시 대검 기조부가 수사지휘와 관련 없던 것처럼 법무부 형사기획과 역시 '총장에 대한 장관의 지휘권'을 발동하지 않는 한 지휘에 관여할 수 없는 곳이었다. 기조부 보고 사건이 있고 20일 뒤인 2014년 7월 30일 업무시간이 종료된 저녁 7시쯤, 이선욱 당시 형사기획과장은 123정장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2과장이 아닌 형사1과장에게 전화해 "업과사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말한다. 업과사 적용이 어렵다는 법무부 방침은 이렇게 비정상적인 경로로 광주지검에 내려간다. 전날 새벽 3시 15분 123정장을 긴급체포해 구금 시한 48시간이 지난 31일 새벽 3시 15분까지 구속영장청구서를 법원에 내야 하는 광주지검으로선 매우 촉박한 시간대였다. 대검 내부결재까지 끝나고나서야 형사1과장으로부터 사후에 들은 형사2과장은 조 부장 지시에 따라 '업과사 혐의를 제외하더라도 영장이 발부될 수 있도록' 영장청구서를 직접 수정했다. 청구서 중 혐의를 기재하는 '범죄사실'에 업과사는 빠졌지만, 범죄사실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경과사실'에 "결국 294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되었다"라는 업과사 사실관계 일부가 들어간 사연이다. 영장 청구 두 달 전부터 광주지검과 업과사 적용에 의견일치를 봤던 형사부로선 총장이 법무부 방침으로 갑자기 선회한 상황에서 차선을 선택한 셈이다. 

임관혁 특수단 단장은 불기소 결정은 정당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전화통화에서 "업과사 적용 여부는 영장 청구 시점뿐 아니라 그 이후 (2014년) 10월 6일 기소하기 전까지 거듭 논의가 진행됐다. 그때도 대검 기조부에서 신중론을 제기한 문건이 여러 가지 있다"고 했다. 또 당시 123정장 기소 혐의에 업과사를 넣는 것을 두고 대검 부장회의가 열렸다고 했다. 검찰 내 의견이 갈려 회의체를 여는 조율 과정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때는 업과사를 뺀 영장이 기각된 이후 관련 수사가 답보 상태에 빠졌던 시점이다. 영장 청구 시점까지 기조부는 추가로 보고서를 올리지 않았고 대검 내 부장회의도 열리지 않았다. 사건과 무관한 기조부에 별도 보고서를 내라는 총장 지시 배경은 이번 특수단 수사대상에서 빠졌다. 김 총장이 아무런 조사를 받지 않은 것에 임 단장은 "조사가 불필요했다"고 했다.

임 단장은 구속영장 청구 시점에 대검 내 이견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지적엔 "법무부에서 신중론을 제기하니, 결국 대검에서 '오케이' 한 것 아니냐"며 "만약 법무부 의견이 말도 안 될 정도로 (대검 내부에서) 충분히 검토가 됐고, 대검 내 이견이 없었으면 법무부 의견을 안 받았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대검은 일선에서 올라오는 보고를 총장이 결재했어도 상시로 법무부에 보고했다. 법무부 우위 역학 관계를 이번 수사 결과에 충분히 감안하지 못했다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업과사 인정은 곧 국가배상책임 인정이다. 세월호 구조 실패를 자인하는 셈인데, 행정부처인 법무부가 받아들이기엔 어려운 구조다. 실제 특수단은 불기소이유에 "대검에서 먼저 법무부에 123정장 관련 보고를 하고, 그에 따라 법무부는 자체적으로 사안과 관련된 법리 등을 검토하여 대검에 추가적인 사실관계 확인과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적었다. 법무부가 묻지도 않았는데 대검이 먼저 의견을 물었다는 취지다. 임 담장은 당시 현실적 관행이지 않았느냐 물음에 "사실 그랬다"면서도 "(대검 형사부에서 법무부 형사기획과에 먼저 보고한) 그것은 사실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임 단장은 "사건이 (재수사로 기소)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고 열심해 했다. 법무부에서 자체적 검토 없이 '업과사'를 빼라고 했다면 직권남용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검토도 안 하고 지시했다면 의도가 있는 것이고, 의도는 불법적인 것으로 추정이 된다. 그런데 법무부를 압수수색하니까 (자체적으로) 검토한 자료가 꽤 됐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의견제시가 자체 검토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인 만큼, 검찰 수사의 독립성에 비춰볼 때 부적절함은 있어도 전혀 근거가 없는 건 아니라는 취지다. 법무부 국제형사과는 법무협력관 및 국외 파견 검사들을 통해 '구조공무원에게 민·형사책임을 지울 수 있는지' 검토했다. 그런데 국제형사과 자료 생성 시점은 영장 기각 이후다. 해당 자료 역시 법무부에서 선제적으로 검토한 것이 아닌 대검 형사2과 요청에 따른 것이란 말이 있다. 임 단장은 "협력관 지시는 법무부에서 한다"며 이 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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