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각하이나 합헌"... 공수처 살리려 헌재 33년 전통 깬 재판관 3人
[WIKI 프리즘] "각하이나 합헌"... 공수처 살리려 헌재 33년 전통 깬 재판관 3人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1.02.02 14:28
  • 수정 2021.02.02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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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창설 이래 주문합의제 채택 계속
각하결정 재판관은 위헌 여부 판단 못해
이석태·문형배·이미선 "부적법하나 설령.."
공수처 '이첩 강제' 조항 사실상 3대3대3
국회 인사청문회 후보자 시절 이석태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사진=연합뉴스]
후보자 신분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이석태·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사진=연합뉴스]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적법하고,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이 과반수이나, 헌법재판소법 소정의 위헌결정의 정족수 미달이어서 이 사건에서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할 수 없다"

1994년 6월 30일 헌법재판소는 "위헌(違憲)이나, 위헌으로 선고할 수 없다"는 '위헌불(不)선언결정'을 처음 선보였다. 당시 재판관 9명 중 5명은 위헌의견, 4명은 각하의견이었다. 위헌이 다수의견이지만 위헌정족수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을 채우지 못한 경우였다. 다수의견 5명은 "헌법소원이 적법한 이상 재판의 전제성을 부인하는 재판관 4인도 본안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마땅"하다 했지만, 소수의견 4명은 끝내 위헌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1988년 헌재 창설 이래, 심판청구가 적법하지 않다는 각하에 의견을 낸 재판관은 본안결정에 참여하지 않아 왔다. 결론인 주문(主文)은 재판관마다  '각하' '합헌' '위헌' 중 하나만 정할 수 있다는 '주문합의제'를 채택한 까닭이다. 때문에 "각하이나 위헌"이나 "각하이나 합헌"은 '심판청구는 적합하지 않으나 적합하다고 가정하면'을 뜻하는 형용모순으로 존재할 수 없다. 

◇ 6대3 결론이 3대3대3?
지난달 28일 헌재는 6(각하)대3(위헌) 의견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4조 1항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부적합하다고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검찰 등 수사기관은 공수처장이 요청하는 범죄수사를 이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청구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 등은 현재 침해받는 기본권을 특정하지 못했으나, 소수의견 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 3명은 "고위공직자범죄등을 범한 경우 수사처(공수처법상 공수처 준말)의 수사 또는 기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심판청구 요건인 '현재성'을 충족한다고 보고 본안을 판단했다. 국회의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정한 만큼, 청구인들이 비록 공수처에 입건되지 않은 현재에도 신체의 자유를 침해받는다는 것이다. 

반면 나머지 재판관 6명은 "수사처와 다른 수사기관 사이의 권한 배분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것으로 청구인들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어 기본권침해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각하결정했다.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 사이의 문제를, 공수처와 국회의원 간의 문제로 볼 수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들 재판관 가운데 이석태·문형배·이미선 재판관 3명이 보충의견에서 "기본권침해가능성이 인정되지 않아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나, 설령 적법하여 본안판단을 하더라도 권력분립원칙과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가정적 결론을 냈다는 데 있다. 이들은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 사이에 업무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오히려 피의자는 중복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첩 강제'는 합헌이라고 했다. 각하의견을 낸 재판관은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헌재 원칙은 이렇게 깨져버렸다. 

◇ 변수로 떠오른 이선애 재판관 
고위공직자범죄 수사에서 공수처 우선권을 사실상 인정한 이번 헌재 결정을 두고 법조계 일각에선 '유통기한'이 길지 못할 것이란 이견을 제시한다. 외형상 6대3 각하결정이지만, 실질은 3(각하)대3(합헌)대3(위헌)으로 어떤 의견도 다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각하결정에 이름을 올리면서 별도 위헌 여부를 밝히지 않은 유남석·이선애·김기영 재판관 3명이 향후 어느 쪽에 서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가령 검찰에서 불기소처분을 받을 것으로 유력했던 국회의원이 공수처로 사건이 이첩돼 재수사를 받는 경우 헌법소원이 가능하다. 이때는 국회의원의 법적 지위에 직접 영향을 주기에 이번 각하결정 법리를 적용하긴 어렵다. 

공수처법 제24조 심판청구에 각하결정을 내리면서 위헌 여부를 가리지 않은 3명 가운데 이선애 재판관은 가장 엄격한 잣대를 제시했다. 그는 국회의원을 공수처 수사대상으로 분류한 제3조 1항과 공수처검사에게 영장청구권을 부여한 제8조 4항 심판청구 역시 "수사처의 수사 또는 기소 대상이 되어 구체적인 기본권이 침해되는 상황과 관련될 경우에만 본안 판단을 할 수 있다"며 각하결정했다. 이 부분은 재판관 5(합헌)대3(위헌)대1(각하) 의견으로 합헌결정됐지만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남긴 것이다. 

이 재판관 반대의견은 역설적으로 뒷날 위헌의견으로 '손바뀜' 할 수 있다. 그는 "설령 청구인들이 실제로 '고위공직자범죄등'을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정치적 중립성을 잃은 표적수사 등의 대상이 될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청구인들 각자가 어떤 구체적인 범죄의 혐의로 고소 또는 고발되거나 그 혐의가 인지됨으로써 수사가 개시된 것도 아니"라고 했다. 적법요건인 기본권침해가능성을 당장은 부정한 말이나, 공수처가 표적수사를 했다는 정황이 나온다면 위헌을 뒷받침하는 말이 된다. 이 논리는 제24조 부분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검찰 사건을 넘겨받은 공수처가 새로운 증거를 찾지 못했는데도 범죄사실을 재구성해 결론을 바꾼다면 수사대상자로선 표적수사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제외 최선임인 이 재판관 임기는 2023년 3월까지다. 임기 중 1~2주년을 맞이하는 공수처는 어떻게든 중간평가를 받게 된다. 이 재판관 재직 중 공수처가 위헌인지는 얼마든지 추가 판단이 가능한 이유다. 이렇게 되면 '이첩 강제' 위헌의견은 상황에 따라 최소 4명이 될 수 있다. 나머지 5명도 헌재 재판관 역시 수사대상에 올린 제3조가 권력분립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이유로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원심판권을 행사함으로써 수사처를 통제할 수 있고"라고 해 제24조 부분 등에서 입장변경 여지를 뒀다. 재판관을 고위공직자로 묶어 공수처 수사대상으로 정한 조항은 합헌이나, 절차를 정한 다른 조항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기본권 침해가 있으면 통제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이들 중 '각하이지만 합헌' 3명 의견은 본안판단이 아닌데도 선례로 작용하는 착시효과를 불러일으켜 미래의 헌재에게 심사를 늦추는 명분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위리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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