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SK의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에 대해 “부끄럽다”는 뜻을 밝힌 정세균 국무총리가 양사에 빠른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 총리는 이날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규제 샌드박스 2주년 성과보고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너무 법적인 쟁송만 하지 말고 좀 빠리 ‘세틀(해결)’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다만 소송 중재 노력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고 답하면서 “내가 거기에 매달리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정 총리는 지난달 28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LG와 SK의 배터리 소송전과 관련해 자신이 양사 최고 책임자들과도 논의해봤다면서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정 총리는 '기업인 출신 총리로서 LG와 SK가 해외에서 벌이는 배터리 소송에 대해 나설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소송 비용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경제적인 것 뿐만 아니라 양사가 싸우면 남 좋은 일만 시킨다"고 답했다.
정 총리는 이어 "미국 정치권도 나서 제발 빨리 해결하라고 한다"며 "정말 부끄럽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대한상의 회장으로 단독 추대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해선 "기업인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기업이 활력을 찾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업과 정부와의 가교 역할도 필요하면 해달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19년 4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ITC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한 후 양사는 최근까지 국내외에서 배터리 영업비밀, 특허를 두고 여러 분쟁을 벌이고 있다.
햇수로 3년차에 접어든 지금까지 정부나 정치권이 물밑에서 중재 역할을 한다고 알려지긴 했지만, 정부 최고위 관계자가 공식적으로 합의를 촉구하는 발언을 한 것은 정 총리가 처음이다.
이날 정 총리의 발언이 전해진 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일제히 원만한 합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소송과 관련해 현재 합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원만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최근까지 SK이노베이션의 제안(내용)이 협상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인데, 논의할 만한 제안이 있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도 지동섭 배터리 사업 대표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모든 소송 과정에 성실하게 임해왔음에도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며 "정 총리의 이날 우려 표명은 국민적인 바람이라고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유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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