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원, 이규원 검사 윤중천 면담보고서는 "적법절차 어긋나"
[단독] 법원, 이규원 검사 윤중천 면담보고서는 "적법절차 어긋나"
  • 윤여진 기자
  • 기사승인 2021-02-05 11:12:41
  • 최종수정 2021.02.0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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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과거사위, 김학의 재수사 근거로 윤씨 면담진술 제시
법원, "면담 절차, 형사절차상 법적근거 분명하지 않아"
건설업자 윤중천씨. [사진=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차관에게 성 접대를 포함한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건설업자 윤중천씨. [사진=연합뉴스]

2019년 3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김학의 전 법무차관을 성 접대를 받은 뇌물 혐의로 재수사하라며 핵심 근거로 제시한 건설업자 윤중천(사진)씨 면담보고서는 법적 근거가 분명하지 않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박상기 전 법무장관 시절인 2017년 12월부터 2019년 5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활동한 과거사위는 과거 검찰권 남용 의혹 사건 재수사를 권고하며 대검찰청 산하 과거사진상조사단 재조사 결과를 근거로 삼았다. 두 기구 모두 개혁 성향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들이 다수를 점한 곳이었다.  

4일 <위키리크스한국>이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이 JTBC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일부승소 1심 판결문에 따르면, 2014년 김 전 차관 사건 2차 검찰 수사 당시 지휘선인 대검 강력부장(검사장급)으로 재직한 윤 전 고검장이 과거 성 접대 장소로 지목된 윤씨 별장에 드나들었다는 보도는 허위로 드러났다. 보도 근거인 조사단 작성 윤씨 면담보고서가 신빙성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해당 보고서 작성자는 2019년 3월 23일 새벽 법무부에 제출된 김 전 차관 긴급출국금지승인요청서에 가짜 내사번호를 적은 것으로 지난 1월 공익신고자 폭로에서 밝혀진 이규원 검사다. 불법 출금 의혹 전반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3부는 조사단 파견검사에 불과해 수사기관으로서 내사번호 생성 및 긴급출금 요청 권한이 없는데도 공문서를 조작한 혐의(자격모용공문서 작성) 피의자로 이 검사를 조만간 소환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김병철, 정기상, 선승혜)는 지난 3일 윤 전 고검장이 JTBC와 JTBC 소속 임모 기자, 손석희 앵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일부승소 판결하고 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앞서 JTBC는 지난 2019년 3월 18일 조사단 8팀에서 작성한 면담보고서를 바탕으로 "진상조사단 재조사에 소환된 윤씨 또한 윤 전 고검장과의 친분을 인정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별장 출입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답을 피하면서도 윤 전 고검장과 골프를 쳤다는 등 친분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과거사위는 일주일 후인 그달 25일 김 전 차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수사를 권고하며 "김 전 차관이 2005~2012년 윤씨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 및 향응을 받았다는 점에 대해 관련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했다. 여기서 관련자 진술이란 이 검사가 면담조사에서 윤씨로부터 받아냈다는 진술을 가리킨다. 본지 취재 결과 이 검사는 윤씨가 "김 전 차관에게 수천만원 현금을 준 적도 있는데, 무슨 대가를 바라고 준 것은 아니었고 다른 업자들에게 손 벌리지 말고 공정하게 수행하라는 의미로 일종의 후원 차원에서 준 돈"이라고 말했다는 면담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엔 JTBC 보도대로 윤씨가 윤 전 고검장 등 법조인사 친분을 인정했다는 내용도 적혔다. 당시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과거사위 간사위원이던 이용구 법무차관은 해당 진술들은 윤씨가 동의하지 않아 법적인 효력이 없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과거사위 권고 나흘 뒤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은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 발족을 지시했다. 3차 검찰 수사에 착수한 수사단은 곧바로 윤씨를 불러 이 면담보고서 작성 경위를 조사했다. 이 검사가 2018년 12월 26일 서울 용산구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윤씨를 면담했고, 이때 동석한 조사단 파견 수사관 3명이 사후에 복기한 것이었다. 윤씨 요청으로 대화는 녹취하지 못했다고 이 검사는 수사단에 전했다. 수사단은 김 전 차관을 기소하면서도 면담보고서는 법원에서 효력을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다. 윤씨가 조사단에 협조하는 대신 검찰 재수사를 피할 목적으로 없는 사실을 꾸몄다는 내부 판단이었다. 조사단 면담 때만 해도 예상하지 못한 조사가 검찰 단계에서 이어지자 윤씨는 면담진술 자체를 부인하고 나섰다. 

수사단 염려대로 면담보고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사실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윤 전 고검장은 재판에서 "윤씨와 함께 골프를 친 사실이 없고, 별장을 출입한 적도 없으며, 김 전 차관 수사 과정에도 개입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윤 전 고검장 주장을 모두 사실로 받아들였는데, JTBC가 주된 근거로 삼은 조사단 윤씨 면담진술은 신빙성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두 차례 면담에서 윤씨는 '윤 전 고검장은 알고 지내는 사이이나 누구 소개로 만났는지 잘 기억나지 않고, 별장에 왔는지도 기억이 불분명하나 왔더라도 가족 단위로 들렀을 것이다.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윤 전 고검장을 골프장에 데리고 왔던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면담보고서는 기록됐다. 하지만 윤씨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고검장과 전혀 알지 못하고, 별장에서 만난 사실이 없다"며 면담보고서상 본인진술을 전부 번복했다. 윤씨는 또 이 검사와 면담에서 윤 전 고검장과 친분이 있다고 진술 자체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면담 내용이 사실이라고 동의하지 못해 본인 서명을 기재하지 않은 만큼 해당 진술은 거짓이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무릅쓰고 거짓증언을 할 만한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윤씨 증언을 사실로 인정했다. 면담보고서 법적 근거 자체도 의심받았다. 재판부는 "윤씨는 면담 과정에서 윤 전 고검장과 친분을 갖게 된 경위, 윤 전 고검장과 만난 장소 횟수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못하고 있어 그 진술내용 자체로도 신빙성을 보강하는 자료 없이 이를 그대로 믿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소속 검사가 윤씨와 면담이라는 절차를 가졌다고 하는데, 그 형사절차상의 법적 근거가 분명하지 않아서 적법절차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고, 나아가 여기서 나왔다는 불명확한 대화 내용이 특정 언론에 전달되어 보도되는 과정도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변호사 자격으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건 주무위원을 맡았던 김용민 의원. [사진=연합뉴스]
변호사 자격으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건 주무위원을 맡았던 김용민 의원. [사진=연합뉴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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