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티 합의 쉽지 않을듯… 두달 만에 관련 소송만 8건
삼성전자와 스웨덴 통신장비 업체 에릭슨(Ericsson) 간의 글로벌 '특허분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반도체 특허기술 침해를 이유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에릭슨을 또 다시 제소한 것이다. 그동안 상호간 특허 사용을 가능하게 했던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이 지난해 만료됨에 따라 새로운 협상을 시작해야 하는 가운데, 로열티(royalty) 수준을 두고 양사가 쉽사리 합의를 맺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국제무역위원회(ITC)에 관세법 337조 위반으로 에릭슨을 제소하는 내용의 소장을 제출했다.
삼성전자는 '특정 반도체 장치, 무선 인프라 장비 및 이를 구성하는 요소'(Certain Semiconductor Devices, Wireless Infrastructure Equipment Containing the Same, and Components Thereof)와 관련해 에릭슨이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보고 있다.
분쟁을 제기한 원고 측은 삼성전자 한국 본사와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생산법인인 삼성 오스틴 반도체(Samsung Austin Semiconductor) 등 2곳이다.
소송을 당한 피고 명단에는 스웨덴에 위치한 에릭슨 본사와 미주법인 등 3곳이 이름을 올렸다.
미국 관세법 337조는 미국 현지에서의 상품 수입 및 판매와 관련해 특허권, 상표권 등의 침해에 따른 불공정 행위를 단속하는 규정이다. ITC는 이와 관련한 제소를 접수한 이후 한 달가량 검토 후에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동시에 삼성전자는 ITC에 에릭슨의 5G 통신장비에 대한 미국내 수입금지 조치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만약 ITC의 조사 결과 불공정 무역행위가 확인될 경우엔 즉시 수입 및 판매 금지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삼성전자가 에릭슨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한 것은 올들어 지난 1월 7일 이후 두번째다. 지난달에도 삼성전자는 특허침해를 이유로 ITC에 에릭슨을 제소한 바 있다.
결국 2020년말 양사간 로열티 재계약 합의는 불발됐다. 2021년 새해 첫날인 1월 1일이 되자마자 에릭슨은 기다렸다는듯 삼성전자를 상대로 무차별적인 법적 행동에 나섰다.
이날 이후로 에릭슨은 지난 1월 4일 ITC에 제소, 1월 15일에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추가 특허침해 소송, ITC에 별도로 사건을 제기하며 1월 한달에만 4건의 소송을 낸 것이다. 이 중에서 1월 4일 제소 건에 대해 ITC 측은 최근 조사를 시작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도 지난 1월 7일 수입금지 요청과 함께 ITC에 에릭슨을 제소하기도 했다. 이후 1개월여가 지나서 이번엔 통신장비 제조 과정에서의 반도체 기술을 이유로 들며 또 다시 맞소송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첫 분쟁 이후 두달여만에 양사가 서로 얽히고설킨 소송만 8건에 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잇따라 맞소송을 낸 것을 보더라도 가만히 손놓고 있지 않겠다는 강경대응의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며 "결국 양사가 협상을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로열티 수준을 이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에릭슨의 특허 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에릭슨은 2012년에도 삼성전자에 특허 계약 재협상 과정에서 과도한 로열티를 요구한 바 있다.
에릭슨은 재협상이 불발되자 2012년 12월말 텍사스 동부지방법원과 ITC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삼성전자도 ITC에 맞소송을 낸 바 있다.
이후 양사는 2014년 1월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특허 분쟁을 마무리했으나 올들어 7년만에 법적 다툼을 벌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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