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인사이드] 靑, 환경부를 '적폐에서 벗어나지 못한 하수인'으로 생각하다
[WIKI 인사이드] 靑, 환경부를 '적폐에서 벗어나지 못한 하수인'으로 생각하다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1.02.11 09:10
  • 수정 2021.02.11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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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주진우 前 검사 후일담
정체불명 '인사추천간담회'가 공소장에 들어갔다
신미숙 前 균형인사비서관, 靑내정 '윗선' 잘랐다

"사실은 인사추천위원회를 두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위원회라고 하면 위원이 다 특정되고, 그때그때 누가 추천했는지 (검찰이) 확인해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신미숙 당시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인사간담회'라는 표현을 쓰더라고요. 인사간담회라는 얘기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우리가 필요한 사람 모아서 논의했는데 대단한 의결기관이나 논의기관이 아니고 간담회 수준이었다' 이런 말 같아요. 청와대 '윗선' 책임론을 자르는 표현인데..."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일괄 사표를 받은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을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법정구속된 다음날인 10일, 기자 스마트폰 수화부 너머 주진우(45·사법연수원 31기·사진) 변호사 목소리는 밝지 않았다. 주 변호사는 2019년 4월 25일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으로 김 전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한 전직 검사다. 동부지검 특별수사 전담부서 부장검사답게 이번 정권에선 처음으로 현직 장관과 청와대 비서관을 재판에 넘겼다. 당시 수사팀은 청와대가 내정한 인사를 공공기관 임원으로 임명하기 위해 '공공기관에 운영에 관한 법률'을 건너뛰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공공기관 기관장을 포함한 이사와 감사 임명은 임원추천위원회 '복수 추천'을 거쳐야 하는데 청와대가 '단수 내정'으로 갈음한 것이다. 기관장은 3년, 이사와 감사는 2년이라는 임기보장 규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인사추천 시작점은 규명하지 못했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비록 피고인 신분으로 전락했지만 '진짜 윗선'을 숨기는 데 성공했다. 2019년 3월 26일 박정길 당시 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일괄 사표 요구는 "공공기관 운영을 정상화"라며 그 근거로 "최순일 일파의 국정농단과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들어 김 전 장관 영장을 기각했다. 장관을 타고 청와대를 수사한다는 계획은 틀어졌고 조현옥 전 인사수석은 부르지도 못했다.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실은 그렇게 수사 선상에서 멀어졌다. 주 변호사는 당시 수사팀을 둘러싼 검찰 안팎 분위기를 "정권 초니까 서슬 퍼렇잖아요"라고 기억했다.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는 고스란히 공소장에 담겼다. 공소장엔 "청와대가 추천·임명하는 몫의 공공기관 직위에 대해서는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이 주재하고 소관 수석비서관이 참여하며 피고인 신미숙이 실무를 주관하는 '청와대 인사간담회'에서 단수 후보자를 선정하였고"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한국환경공단 상임이사로 한겨레신문 인사부장 출신 박영소씨를 점 찍은 대목에선 "인사수석비서관이 주재하는 인사추천간담회"라는 19음절이 나온다. 정상적으로 청와대가 인사안을 논의하는 법적기구는 '인사추천위원회'다. 신 전 비서관이 검찰에 출석해 작명한 '인사(추천)간담회'는 법적 근거가 없는 임의기구다. 대통령비서실장이 주재하고 민정수석이 당연직으로 참여하는 추천위와 달리 간담회는 아무런 실체가 없다. 누가 참석했는지 인사는 누가 추천했는지 기록이 남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시절 비공개 경제금융점검회의였던 '서별관 회의'를 떠올리게 한다.

주 변호사는 '간담회가 법적인 말이냐' 질문에 "아니에요. (청와대) 본인들 표현이었어요. (검사가) '도대체 누가 결정한 거냐' (물으면) '인사간담회에서 결정한 것이다' 이러고 (검사가 다시) '인사위원회는 인사위원회지 간담회는 뭐냐' 그러면 '그때그때 멤버도 딱히 정해진 것도 없다' 이런 식인데요"라며 검찰 조사 당시 신 전 비서관을 포함한 균형인사비서관실 관계자 발언을 끄집어냈다. 그는 "간담회를 통해 공공기관 임직원을 결정한다는 건 '난센스'(이치에 맞지 않는 말)잖아요. (신 전 비서관) 본인이 내정된 인사가 있었다는 걸 부정하기 힘드니까 선정 방식은 안 밝히고 싶은 거죠. (검찰이 확보한) 청와대 문건에 '내정 인사'라고 정확히 돼 있거든요. 'BH 인사’라고" 덧붙였다. 검찰 조사에서 균형인사비서관실 관계자들은 문건으로 드러난 내정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내정 경로에 관해선 입을 닫았다. 두 차례 소환조사를 받은 신 전 비서관은 "추천 경로는 인사보안"이라고 진술했다. 

주 변호사는 '청와대 민정이 들어가느냐, 마느냐 문제 아니냐' 물음에 "그러니까요. (신 전 비서관은) 인사추천간담회 '멤버'는 얘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으니까요. 공공기관 임원을 뽑는다고 교수들이 모여서 면접도 보고 심사도 하는데, 청와대에 앉아 간담회 한 거로 뽑는다면 그게 진짜 문제죠. 간담회는 말 그대로 진짜 간담회라는 거잖아요. 이것저것 편하게요"라고 답했다. 여기서 멤버는 곧 윗선이다. 수사팀이 멤버라고 의심한 당시 민정수석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다. 조 전 장관은 10일 자신 페이스북 계정에 이날 발표된 '前 환경부 장관 등 1심 선고 관련 청와대 서면브리핑'을 올렸다. 이 브리핑은 "이 사건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아닙니다"로 시작해 "문재인 정부에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힙니다"로 끝난다. 자신은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내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법원 1심 재판부는 청와대가 아닌 검찰 편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김선희 임정엽 권성수 부장판사)는 9일 김 전 장관에게 징역 4년, 신 전 비서관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신 전 비서관 양형이유에서 "피고인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점"을 언급했다. 신 전 비서관에게 유리한 양형요소란 청와대 차원의 조직적인 범행은 은폐됐다는 재판부 의심이다. 이 재판부는 15년 이상 경력 부장판사 3명이 재판장과 주심을 번갈아 맡는 대등재판부다. 임정엽 부장판사가 주심이던 형사합의25-2부는 공교롭게도 지난해 12월 23일 딸 입시·사모펀드 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석방된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법정구속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청사를 나서는 신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청사를 나서는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 [사진=연합뉴스]

◇ 신미숙, 호출하고 힐난하고 질책하다

청와대 내정 인사인 박씨가 환경공단 상임감사 서류심사 합격 인원 7명에 들지 못하자 신 전 비서관은 환경부에서 인사를 담당하는 김모 당시 운영지원과장을 호출한다. 신 전 비서관은 사죄를 증명하는 소명서 작성을 지시했다. 안병옥 당시 차관에겐 "환경부에서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하길래 청와대 추천 인사가 서류심사도 합격하지 못하는 이런 결과가 나왔냐"고 힐난했다. 청와대 비서관 직급은 1급인데 '청와대 추천 인사'에서 나오는 무게감으로 차관을 질책한 것이다. 김 과장은 윤모 인사팀장을 시켜 "(청와대) 추천 후보자가 탈락하게 된 것은 우리 (환경)부의 임원 선발 과정 관리 소홀에 기인한 것"이라는 반성문을 제출했다. 이 사실을 보고받은 김 전 장관은 카이스트 토목공학과 출신에다 여성 최초로 국장급(부이사관) 길목인 운영지원과장에 오른 김 과장을 '4대강 조사평가단 기획총괄팀장'으로 좌천시켰다. 히스테리에 가까운 신 전 비서관 반응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주 변호사는 "군기 잡는다고 할까요"라며 청와대가 당시 부처를 바라보는 시각과 영장판사의 기각사유가 교차하는 지점을 포착했다. 

"정권을 잡아서 정무적으로 판단해 인사상 지시를 했는데 공무원이 제대로 말을 안 듣는다고 본 것 같아요. (청와대가) 공무원들을 '기존 적폐에서 벗어나지 못한 하수인' 정도로 생각하고 군기를 잡는다고 할까요.  (김 전 장관 구속영장) 기각사유 중에 제가 가장 납득하기 어려웠던 건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과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인해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 및 감찰권이 적절하게 행사되지 못하여 방만한 운영' 부분이었어요. 대통령이 탄핵당했다고 해서 공공기관이 전부 방만하게 운영되는 게 아니잖아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하는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직원들도 있는 거거든요. 환경부 산하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은 공공기관은 많았어요. 마치 공공기관이 방만하게 운영돼서 바로잡기 수단이었다는 건 정치적인 언어일 뿐이지 (수사)기록에 첨부된 당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교체 당사자들 상황과 맞지 않아요. (청와대가) 자리를 만들기 위해 '나가'라고 한 측면이 강하지..."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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