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檢 출신 유일 대법관 박상옥, 퇴임 전 '검사동일체' 남겼다
[WIKI 프리즘] 檢 출신 유일 대법관 박상옥, 퇴임 전 '검사동일체' 남겼다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1.02.18 09:27
  • 수정 2021.02.1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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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검 영장회수 사건 검사 징계성 '총장 경고'는 적법했나 대법 판단
大法, 총장 직무감독권 폭넓게 인정... 수사사건 증거관계도 판단 가능해
법전서 사라진 '검사동일체' 사실상 부활... 조국 아들 입시비리 재판 영향
법무법인 인턴서류 허위발급 최강욱에 유죄선고 1심 "검사동일체" 언급
당시 기소, 이성윤 중앙지검장 아닌 윤석열 총장 지시로... 재판부 "적법"
지난 2015년 4월 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박상옥 당시 대법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5년 4월 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박상옥 당시 대법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검사 사건처리가 위법하지 않아도 '가장 적합한 조치'가 아니라면 검찰총장은 경고처분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수사 중 사건의 증거관계를 총장이 직접 판단해 일선 검사에게 지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4년 검찰청법 개정으로 사라진 '검찰 내 상명하복' 검사동일체 원칙이 대법원 해석으로 되살아났다는 평가가 불가피하다. 당장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결재 없이 윤석열 총장 지시로 검사가 기소한 '조국 전 법무장관 아들 허위 인턴' 사건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가장 적합한 조치가 아니라면
지난 10일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진혜원 검사가 문무일 전 총장을 상대로 경고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진 검사는 2017년 제주지검에 근무하면서 수사사무 19건을 '부적정처리'했다는 이유로 '검찰총장 경고'를 받았는데, 이때 처분을 행정소송이 되는 행정처분으로 볼 수 있는지와 총장 재량권을 넘어선 위법한 처분인지가 쟁점이었다. 항소심은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사무감사에서 진 검사에게 지적한 내용은 '위법이 아닌 비위'라는 점에서 검사징계법상 징계사유로 성립할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경고처분은 검사징계법상 징계처분이 아니고, 경고처분은 검찰청법상 경고사유가 있으면 가능하다는 취지로 달리 판단했다. 

대법원은 한발 더 나아갔다. 대법원은 "검사의 사건처리가 검사에게 주어진 재량권 범위 내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위법하지 않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상급행정기관의 행정규칙 또는 내부기준에 위배되거나 증거관계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가장 적합한 조치가 아니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검찰총장은 직무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진 검사 사무감사 대상이던 사건처리에 위법이 없어도 경고처분이 가능한지만 판단하면 되는데 총장이 구체적 사건의 증거 판단까지 할 수 있는지 답을 내놓은 것이다. 

대법원은 총장을 "검사에 대한 직무감독권, 징계청구권, 검사의 보직인사결정에 관한 의견제시권을 가지고 있는 상급행정기관"으로 정의하며 "직무감독권자에게 주어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못 박았다. 총장이 감독 관계인 검사에게 내린 내부처분은 웬만하면 법원의 사법심사 대상에 오를 수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2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홍순욱)가 추미애 당시 장관 청구로 문재인 대통령이 재가한 윤 총장 '정직 2월' 처분 집행정지를 인용한 가운데 본안 재판이 계속 중인 것을 다분히 의식한 대목이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의결한 윤 총장 징계사유 핵심은 여권에서 이른바 '검언유착'이라 작명한 '채널A 관련 사건 수사·감찰 방해' 혐의다. 일선 수사팀과 대검 수사지휘부 의견이 평행선을 달릴 때 총장의 직무감독권 행사를 수사·감찰 방해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총장 경고처분의 적법성을 명시적으로 판단한 것은 아니나 사실상 원고 패소 취지였다. 다만 진 검사 대리인인 법무법인 다산 김칠준 변호사는 "경고처분 적법성 판단은 대법원이 하지 않았고 고법이 심리한다. 대법원 판결이 원고 패소 취지는 아니다"라며 민감한 반응을 드러냈다. 진 검사는 당시 사무감사가 '제주지검 영장 회수 사건'을 대검 감찰에 제보한 데 따른 표적감사였다고 주장한다. 김한수 당시 제주지검 차장검사는 진 검사가 법원에 제출한 압수수색영장청구서를 검찰 직원에게 회수하도록 지시해 이석환 당시 제주지검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피의자 변호인을 전관예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김 전 차장검사는 '무단 회수' 혐의(품위손상)로 '감봉 1월' 처분을 받았지만 징계취소소송을 제기해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지난해 4월 최종 승소했다. 

◇ 검사동일체는 삭제됐을까

"재판부가 사용하는 용어 자체에서부터 그간의 검찰이 일방적으로 유포한 용어와 사실관계에 현혹되고 있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가 업무방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 징역 8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자 피고인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법원 청사 앞에서 내뱉은 말이다. 최 대표는 2017년 10월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공모해 정 교수 아들 조원씨 고려대 정치대학원 진학에 필요한 법무법인 인턴확인서를 허위로 발급해준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즉각 항소 의사를 밝힌 최 대표는 정 판사가 선고 당시 '검찰이 일방적으로 유포한 용어'를 사용했다며 재판이 부당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예시로 든 게 '검사동일체'다. 그는 재판 내내 유·무죄를 다투는 것보다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했다는 쪽에 집중했다. 기소 자체가 적법하지 않으니 유·무죄 대신 '공소 기각'이 선고돼야 한다는 건데 정 판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판사는 단독 재판부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27쪽 분량의 판결문을 작성했다. 최 대표가 공소권 남용 이유로 '적법절차 위반' '선별적 기소' '보복기소'를 들고, 적법절차 위반 세부 근거로 '검찰청법 위반' '검찰사건사무규칙 위반' '인권보호수사규칙 위반'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위반'을 제시해 하나하나 판단이 필요했던 탓이다. 핵심은 검찰청법 위반이었다. 요지는 주임검사인 고형곤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이 이성윤 중앙지검장 승인도 없이 송경호 3차장 전결로 본인을 기소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월 23일 이 사건 공소장을 접수했는데, 그때 시간은 오전 9시 30분이었다. 검찰 중간간부 인사 발표 직전으로 검찰 공소에 어떤 부당한 목적이 있었다는 취지였다. 

정 판사는 이 지검장 결재 없이 기소됐다는 사실관계는 인정했지만 검찰청법 위반은 부정했다. 그는 판결문에서 "지방검찰청 검사장은 그 검찰청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므로, 이 사건에서 서울중앙지검장은 소속 검사를 지휘·감독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면서도 "(총장) 총괄대상인 검찰사무를 '대검찰청 사무'로 제한하고 있지 않고, 지휘·감독 대상의 공무원을 대검찰청 공무원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으므로, 지방검찰청 소속 공무원도 원칙적으로 지휘·감독 대상에 포함된다"고 적었다. 총장의 직무감독권을 포괄적으로 정한 검찰청법 제12조 2항 '검찰총장은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 해석 기준을 명확히 한 것이다.

정 판사 말은 중앙지검장도 결국 총장 지휘권 아래 있으니 중앙지검 검사는 중앙지검장 지휘보다 총장 지휘를 우선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기소 당일 이 지검장은 "총장은 검사장을 통해서만 검사를 지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중앙지검 수사팀은 "총장 지시가 위법하지 않으면 따라야 한다"고 맞섰다. 이 지검장은 검찰 내부통신망 메신저로 윤 총장에게 "재고해 주시라"는 쪽지를 보냈지만, 수사팀은 그로부터 17분 뒤 중앙지법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문제는 정 판사가 이같은 결론을 끌어내기 위해 인용한 법률용어가 법전에서 이미 삭제된 것이라는 데에 있다. 정 판사는 "검사동일체 원칙은 검찰권행사의 전국적인 균형성이나 통일성을 기하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하급 검사가 공정하고 적정하게 검찰사무를 처리하도록 통제하는 것에도 의의가 있는 점"을 들어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나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를 직접 지휘했더라도 검찰청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정 판사가 검사동일체 목적으로 제시한 '하급 검사가 공정하고 적정하게 검찰사무를 처리'는 열흘 뒤 대법원 판결에서 총장 직무감독권 행사 이유로 등장한 '가장 적합한 조치'와 결이 같다. 검사동일체 원칙 용어는 2004년 검찰청법 일부개정으로 삭제됐다. 개정 전 검찰청법 제7조는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에서 개정 후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른다"고 바뀌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당시 개정이유에는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삭제하는 대신에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대한 검사의 이의제기권을 명문화"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2004년 이후에도 검찰은 내부적으로 검사동일체는 말 자체만 사라졌을 뿐 상급자의 지휘·감독권 조항이 존재하는 한 계속 유효하다는 입장이었다. 때문에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법무장관이 부임하면 검사동일체 원칙은 존재하는가를 두고 신경전이 벌어지곤 했다. 가장 최근 사례가 지난해 2월 4일 신임 검사 임관식 당시 추 장관이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15년 전 법전에서 사라졌지만, 아직도 검찰 조직에는 상명하복의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을 때다. 3일 전 중간 간부 전출식에 참석한 윤 총장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등 정권을 겨냥한 수사에 참여한 검사들 상당수가 지방으로 흩어진 것을 염두에 둔 듯 "어느 위치에 가나 어느 임지에 가나 검사는 검사동일체 원칙에 입각해서 운영되는 조직이기 때문에 여러분들의 책상을 바꾼 것에 불과하고, 여러분들의 본질적인 책무는 바뀌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한 것에 응수한 것이다.  

◇ 34년만 대법원 판결에 등장한 검사동일체
검찰청법 개정 이후 검사동일체 용어 삭제가 원칙 폐지를 말하는 것인지 대법원 입장은 명확하지 않았다. 2017년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부장검사의 직무이전 명령에 따르지 않고 공판 업무를 강행, 무죄를 구형한 임은정 검사가 '정직 4월' 처분 취소를 구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1983년 이후로는 처음으로 검사동일체 원칙을 언급했다. 당시 주심 이기택 대법관은 "(법 개정으로) 상명하복이 검찰사무에 관한 지휘·감독으로 완화됨"이라며 임 검사가 행사한 이의제기권의 설립 배경을 말했을 뿐 해당 원칙의 효력이나 범위를 설시하진 않았다. 하급자 의무가 '복종한다'에서 '감독에 따른다'로 바뀔 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도 생겨난 만큼 상급자 권한은 완화됐다는 연혁 설명에 그쳤다. 

◇ 前검사장 現대법관 박상옥의 작심
공교롭게도 진 검사 사건 상고심 주심은 현직 대법관 중 유일한 검찰 출신 박상옥(사진) 대법관이다. 그는 검사동일체 원칙의 상징인 대검 중앙수사부가 2013년 폐지되기 전인 2009년 서울북부지검장을 끝으로 옷을 벗었다. 중수부는 현재의 대검 반부패·강력부가 수사지휘 기능만 가지는 것과 달리 일선 특별수사부서를 지휘하면서 동시에 직접수사를 담당했다. 박 대법관은 김명수 대법원장을 빼면 최선임으로 잔여임기는 3개월이 채 못 된다. 지난 9일 대법원이 공개한 박 대법관 후임 대법원장 제청 후보 15명 중 검사 출신은 봉욱 변호사와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있다. 대검 차장을 지낸 봉 변호사가 유력 후보이지만 2018년 9월을 끝으로 헌법재판소에선 검찰 몫 재판관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김 대법원장이 다른 선택을 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박 대법관이 주도한 이번 판결을 두고 자신이 마지막 검찰 고위간부 출신 대법관으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 속 작심한 것이란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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