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인사평가 논란에 입 닫은 김범수 의장
카카오 인사평가 논란에 입 닫은 김범수 의장
  • 박영근 기자
  • 승인 2021.02.19 14:01
  • 수정 2021.02.19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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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한 직원, 사내 왕따로 익명게시판에 유서 올려
타 직원들도 카카오 인사시스템 지적, 논란 '일파만파'
카카오 측 "김 의장, 별다른 지시 없어…경찰 조사 중"
[김범수 카카오 의장 / 사진=카카오]
[김범수 카카오 의장 / 사진=카카오]

카카오 직원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가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와 회사의 살인적인 인사 시스템에 대한 논란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또 다른 카카오 직원들까지 합세해 인사 시스템의 불만을 토로하며 논란의 불씨가 커지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카카오의 총 책임자인 김범수 의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외쳐온 평등과 직원 복지가 교언영색(巧言令色)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은 지난 17일 블라인드에 '안녕히'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자신을 카카오 직원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가족에게 한없이 미안하고 미안하단 말밖에 못 하겠다"면서 "지금 삶은 지옥 그 자체다. 나를 집요하게 괴롭힌 XXX셀장, 나를 보면 싫은 척 팍팍 내고 파트장에겐 안좋은 피드백만 골라서 하고 동료들에게 험담한 셀장. 상위평가에도 썼지만 바뀌는 건 없고 XXX셀장에게 내가 썼다는 걸 알려준 XXX팀장. 지옥같은 회사 생활을 만들어줬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어 "직장 내 왕따라는 걸 처음 체험해 준 너희들. 나중에 자식 낳고 똑같이 그 자식도 왕따라는 걸 경험해보면 심장이 이해가 될까 모르겠다"면서 "회사도 당신도 용서할 수 없다. 톡테라스 가서 울며 불며 상담했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듯 쏘아붙이던 당신도 동료들이 감정을 담은 피드백에 평가와 인센티브를 그렇게 준 당신들도 공범이다"라고 지적했다. 글쓴이는 "내 죽음을 계기로 회사 내 왕따 문제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면서 "가족들은 이 유서를 방송사나 언론에 보내줬으면 좋겠다. 내 재산은 모두 가족에게 맡기되 퇴직금은 왕따 피해자 지원단체에 기부했으면 좋겠다"는 심경도 덧붙였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해당 글은 공개 직후 삭제됐다. 일부 네티즌들은 해당 유서를 캡처해 다시 게시판에 올렸으나 지속적으로 글이 삭제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또 다른 카카오 직원은 '카카오 인사평가 시즌에 유서가 올라올 수 밖에 없는 이유'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직원은 "평가 결과지에 자신과 일 하고 싶다, 일 하기 싫다 등 조사 결과가 여실히 드러난다. 나와 웃고 떠들던 직원이 나를 안좋게 평가했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라며 꼬집었다.

그는 또 "360도 다면평가를 실시하지만 조직장은 그 내용을 참고만 할 뿐 본인 원하는 대로 평가 결과를 산정할 수 있다"며 "조직장 눈 밖에 나면 그 순간부터 지옥이 시작된다. 이런 불만 사항을 평가에 적으면 오히려 누가 내용을 적었는지 해당 조직장에게 알려주는 상사도 있다. 만약 상위 조직장이 불만 내용을 공유하면 사내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다"면서 유서를 쓴 글쓴이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했는지 공감한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상황이 이런데도 카카오 총 책임자인 김범수 의장은 이번 논란에 대해 어떠한 지시도 내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평소 사회적 기부나 직원의 복지 증대 등을 위해 앞장섰던 김 의장이었던 만큼, 의아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한 카카오 직원은 이러한 김 의장의 태도도 꼬집었다. 해당 직원은 "김범수 의장은 무조건 선하고 착하고 완벽한 모습만 보여줘야 한다. 왜냐햐면 그래야 승계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며 질타를 날렸다.

카카오 관계자는 "평가방식과 평가문항에 대해서는 모든 크루들에게 세세하고 투명하게 자료 제공하고 있다"면서 "'리뷰 대상자와 다시 함께 일하시겠습니까?' 항목이 있는 것은 맞다. 해당 문항은 조직장이 평가를 더 잘 하고 협업 차원에서 본인의 개선점과 성장 방향성을 논의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되며, 인사평가제도 개선 시 크루들이 피드백과 평가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먼저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줘서 만든 문항"이라고 말했다.

다만 관계자는 "브라이언이 특별히 유서 관련 조사 지시를 내리거나 공지를 한 것은 없다"면서 "경찰 조사중이기 때문에 회사 측에서도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유서는 올라왔으나 내부 확인 결과 아직까지 불미스런 일을 겪은 직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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