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포커스] 씨티그룹 회복시기에 도는 한국 철수설... 업황 악화 영향에 무게
[WIKI 포커스] 씨티그룹 회복시기에 도는 한국 철수설... 업황 악화 영향에 무게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02.26 16:57
  • 수정 2021.02.2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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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 간판. [사진=연합뉴스]
씨티은행 간판. [사진=연합뉴스]

최근 씨티그룹이 아시아 지역 소매금융 사업부문 정리에 따라 한국 시장 철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이같은 소식에 일부에선 대출 제한·배당 축소 등 금융당국의 ‘관치’ 정책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그보다는 악화된 업황에 따른 수익성 개선 목적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씨티그룹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소매금융 사업을 처분하면서 한국 시장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단독 보도했다. 씨티그룹은 "각 사업들의 조합과 상호 적합성을 포함해 냉정하고 철저한 전략 검토에 착수했다"며 "많은 다양한 대안들이 고려될 것이며 장시간 동안 충분히 심사숙고해 결정할 것"이라는 공식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일각에서는 씨티그룹이 금융당국의 '관치' 행태에 질려 철수를 고민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포용금융·한국판 뉴딜정책 동참 압박 외에 최근에는 대출 이자상환 유예, 배당금 축소 권고 등 당국의 지나친 간섭에 철수를 고민하게 됐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말 국내 5대 주요 은행에 배당 자제 권고를 할 때 한국씨티은행,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에도 함께 공문을 보내 올해 6월 말까지 순이익의 20% 이내로 배당할 것을 권고했다. 외국계은행들의 배당성향은 그간 국내 시중은행들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었던 만큼, 당국의 권고를 수용하려면 배당금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외국계 금융사들의 저조한 포용금융 활동 참여를 지적한 적도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2019년 외국계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금융감독·검사 방향 설명회 기조연설에서 “금융포용과 책임혁신의 관점에서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건강한 새 바람을 불어넣어달라”고 당부했다. 윤 원장은 이어 "금융포용을 충실히 이행해야 금융이 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라며 ‘포용금융’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윤 원장은 지난해 외국계 금융회사에 대해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윤 원장은 외국계 금융회사 임직원 200여명과의 'FSS SPEAKS 2020' 행사 기조연설에서 "신성장 디지털 산업으로 금융이 공급될 수 있도록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외국계 금융사에서도 이와 관련한 국제적 경험과 사례를 국내에 접목하는 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당국 관치보단 수익성 개선 목적이라는 관측이 더 힘을 얻고 있다. 외국계 은행은 본사가 높은 배당을 가져가기에 수익성 추구에 주력하는 경향이 강하다. 씨티은행의 2018년~2019년까지 배당 규모는 9994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순이익 급감으로 배당금이 줄어들자 수익성 개선을 위한 소매금융 사업부문 정리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국내 은행권은 저금리 등에 따른 이자마진 축소로 불황에 처해 있다. 지난해 금융지주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좋은 실적을 거뒀지만 비은행 계열사 성장 덕분이었다. 한국 내 씨티그룹 계열사는 한국씨티은행 뿐이므로 이점이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 한국씨티은행 당기순이익은 2018년 3074억원으로 전년보다 26.1% 급증했지만 2019년 2794억원으로 9.1% 감소했고 지난해는 3분기까지 161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38% 급감했다. 

지난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은 최근 5년 이내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지난해 상반기 한국씨티은행 BIS 비율은18.44%로 1.12%포인트 하락했다. BIS 비율은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로, 은행의 자본력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다. 

씨티은행을 비롯한 외국계 은행들은 소상공인 2차 금융지원 대출 시행에 참여하지 않아 금융권의 따가운 눈총도 받았다. 이들은 1차 소상공인 초저금리 이차보전 대출(이하 이차보전 대출) 당시 소극적 태도를 보이자 금융당국이 대출한도를 대폭 줄였다. 이차보전 대출은 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연 1.5% 초저금리로 최대 3천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문제는 그만큼 줄어든 대출한도가 국내 시중은행에 고스란히 배정돼 당시 "금융당국의 기조를 충실히 이행하는 은행은 되려 부담이 커지고 따르지 않는 은행은 되려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씨티은행 철수설이 불거진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부터 3년 주기로 제기돼 왔다. 2014년 6월 대규모 점포 통폐합과 희망퇴직을 단행하자 철수설이 불거졌지만 당시 박진회 행장이 철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후 2017년 133개 국내 점포 중 101개를 없애겠다고 하자 철수설이 다시 확산되기도 했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따로 입장을 표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씨티그룹 본사 주가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67.41달러에 마감했다. 최근 상승세가 계속됐으나 전일 대비 1.73% 하락했다. 미 증시는 최근 국채금리 상승 등 금리상승에 대한 우려로 낙폭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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