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석열의 마지막 70분 당부 "중수청 부당성 밖에서도 말하겠다"
[단독] 윤석열의 마지막 70분 당부 "중수청 부당성 밖에서도 말하겠다"
  • 윤여진 기자
  • 기사승인 2021-03-04 19:44:24
  • 최종수정 2021.03.04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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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떠나기 전 참모·일부 재경지검장들과 마지막 면담
4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 출근해 취재진들에게 '공개 사직'을 밝히는 윤석열(왼쪽에서 두 번째) 검찰총장. [사진=윤여진 기자]
4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 출근해 취재진들에게 '공개 사직'을 밝히는 윤석열(왼쪽에서 두 번째) 검찰총장. [사진=윤여진 기자]

4일 오후 5시 47분 검사로서 마지막 퇴근을 하기 전 윤석열(사진) 검찰총장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15층에서 70분간 송별의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는 대검 참모와 '서울중앙·남부·동부지검을 제외한 재경지검' 지검장들이었다. 윤 총장은 이 자리에서 "중수청 부당성은 밖에서도 계속 말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이 6월 임시국회를 입법 시한으로 추진 중인 '검찰개혁 시즌2'는 중대범죄수사청을 설치하는 게 핵심이다. 중수청은 현재 검찰이 가지는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6대 범죄 직접수사 기능을 넘겨받고 검찰은 '공소청'으로 격하하겠다는 것이다. 

윤 총장은 이날 면담에 참석한 검찰 고위간부들에게 중수청이 설치되면 국가 차원의 부패범죄 대응역량이 줄어든단 취지에서 "형사시스템 변화는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말도 했다. 검찰에 여전히 남는 이들에게 전하는 윤 총장의 당부가 길어지면서 애초 30분 예정됐던 면담은 70분으로 길어졌다. 오후 3시 40분부터 오후 4시 40분까지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 신임 회장과 1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뒤 쉬지 않고 바로 가진 시간이었다. 대신 1층 로비와 현관 앞에 도열한 대검 직원들로부터 '환영을 받는 시간'은 오후 5시 10분에서 오후 5시 30분, 다시 오후 5시 50분으로 계속 미뤄졌다. 면담에 참석한 일선 지검장은 김후곤 북부지검장, 노정연 서부지검장, 이주형 의정부지검장이다. 친정권 성향으로 알려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심재철 남부지검장, 김관정 동부지검장은 불참했다. 

다만 정치권에서 비상한 관심을 갖는 정계 진출 계획은 면담 자리에서 등장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날 대구고검을 방문하고 밤늦게 귀경하면서 이날 오전 반차를 낸 윤 총장은 오후 2시 출근길에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 한다"라 말하며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했다. 윤 총장은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며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차기 대권 도전을 포함한 정계 진출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이다. 윤 총장은 대구고검을 방문하는 자리에서 '정치권에서 역할이 있나' 취재진 물음에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이 아니다"라고 답을 피했는데 하루만에 내심을 조심스럽게 내비친 것이다. 1시간이 지난 오후 3시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유영호 대검 방호실장이 떠나는 길 차량 문을 열기 전 소회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사람이 들어올 때, 나갈 때를 잘 판단해야 한다"라며 "27년 공직 생활 동안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후회 없이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그가 검찰을 떠나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4년 대구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윤 총장은 2002년 잠시 검찰을 떠나 1년이 못 되는 시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로 일했지만 이듬해 다시 검사로 복귀했다. 이후 18년 동안 대검 중앙수사부(현 반부패·강력부) 검찰연구관, 중수부 산하 중수1·2과장, 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거치며 최고의 특별수사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으로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에게 국정원법 말고도 공직선거법을 적용, 기소를 강행해 '명령 불복종'을 이유로 정직 징계를 받은 뒤로는 수사권이 없는 고검을 전전했다. 하지만 2016년 12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박영수 특별검사 부름을 받아 특검팀 수사팀장으로 활약했고 해를 넘겨 중앙지검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2019년 7월 고검장급이 아닌 중앙지검장에서 총장으로 직행한 뒤 주요 보직에 특수통을 앉히며 '특수통 전성시대'를 열었지만 그해 8월 27일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 비리 사건' 압수수색을 시작하며 문재인 정부와 척을 졌다. 조 전 장관 후임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그를 직무배제하고 징계를 청구했지만 행정법원은 지난해 12월 24일 문 대통령이 재가한 '정직 2월' 처분을 집행정지했다. 법원 도움으로 임기를 채울 것으로 보였던 윤 총장은 잔여임기 4개월을 앞두고 '나갈 때'를 골랐다. 지난달 7일 법무부가 발표한 검찰 고위간부 인사안을 문 대통령에게 최종 보고하는 과정에서 박범계 법무장관이 검찰과 대화를 강조한 신현수 민정수석을 배제해 윤 총장은 더는 총장직을 이어나가는 게 의미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은 이날 신 수석 사표도 함께 수리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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