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미란다' 김학의 불법출금 첫 영장 기각됐지만 法 "엄격 적법절차 필요성"
'한국판 미란다' 김학의 불법출금 첫 영장 기각됐지만 法 "엄격 적법절차 필요성"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1.03.06 07:20
  • 수정 2021.03.0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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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새벽 오대석 영장판사 "증거인멸·도주 우려 있다 판단 어려워"

"엄격한 적법절차 준수의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사안이 가볍지 않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상대로 한 이규원 검사의 긴급출국금지 요청을 불법 승인한 혐의를 받는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지난 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수원지법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상대로 한 이규원 검사의 긴급출국금지 요청을 불법 승인한 혐의를 받는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지난 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수원지법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일 새벽 2시쯤 수원지법 오대석 영장전담판사는 차규근(사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의 미란다 사건으로 불리는 이번 사건에서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금'을 승인한 범죄의 중대성은 인정한 것이다. 1966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미성년자 강간 혐의로 기소된 에르네스토 미란다(Ernesto Miranda)가 체포 과정에서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고지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경찰이 확보한 자백과 진술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선고했다. 미란다 사건을 계기로 피의자를 강제수사하는 수사기관은 법이 정한 절차를 우선해야 한다는 적법절차 원칙이 정립됐다. 김 전 차관은 2013·2014년 1·2차 수사 때 '별장 성 접대' 혐의를 받았으나 불기소 처분됐는데 과거사 재조사를 통해 2019년 3차 수사가 예정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피의자가 아닌 민간인인데도 출국을 제지받았다. 출금 요청은 이 사건을 재조사한 대검 산하 과거사진상조사단에 파견된 수사권이 없는 검사가 했다. 헌법 제12조 신체의 자유와 영장주의에 따라 국내법은 긴급출금 대상을 피의자로, 요청권자를 지방검찰청장 승인을 받은 수사기관으로 엄격하게 제한하는데 모두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앞선 지난달 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김병철, 정기상, 선승혜)는 문제의 검사가 진상조사단 시절 작성한 면담보고서를 근거로 자신의 성 접대 의혹을 보도한 <JTBC>를 상대로 윤갑근 전 고검장이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 선고에서 "형사절차상의 법적 근거가 분명하지 않아서 적법절차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차 본부장은 2019년 3월 15일 진상조사단 출석을 한 차례 거부했던 김 전 차관이 그달 22일 밤 10시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해외 출국을 시도하자, 조사단 검사에게 긴급출국금지를 요청하게끔 하면서 이때 출국서류는 가짜 사건번호가 적힌 것임을 알면서 이튿날 새벽 승인한 혐의를 받는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그가 '직업은 검사이나 신분은 검사가 아닌' 진상조사단 내부위원이던 이규원 검사와 공모했다고 보고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까지 적용했다. 허위공문서를 작성하고 행사했다는 혐의는 긴급출금요청서와 긴급출금승인요청서에 각각 2013년 무혐의 서울중앙지검 사건번호와 존재하지 않는 2019년 서울동부지검 내사번호를 적은 이 검사에게 먼저 적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차 본부장은 구속을 피했다. 오 판사는 "현재까지의 수사과정에서 수집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나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워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수원지검은 차 본부장 구속영장청구서에 10개가 넘는 혐의를 기재했는데 각각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충분히 확보됐다는 얘기다. 차 본부장은 전날 오전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길 취재진에 "김 전 차관이 해외로 도망가도록 내버려 둬야 옳았던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고 변호인도 실질심사에서 김 전 차관 출금조처가 어쩔 수 없던 것임을 강변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다만 차 본부장은 자신을 "국경관리를 책임지는 출입국 본부장"으로 정의하며 "출입국 본부장인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방치하는가"라며 반문했는데 이 점은 구속사유를 판단하는 중요 변수로 작용했다. 형사소송법 제201조는 사전구속 요건으로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 말고도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어야 한다고 정하는데 차 본부장은 '피의자 도망을 막는 출입국 수장' 직업상 해당 사항이 없다는 뜻이다. 

차 본부장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고위공자자범죄수사처로부터 사건을 재이첩받는다는 검찰의 구상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수원지검은 지난 2일 차 본부장 구속영장을 수원지법에 청구하고 다음 날 이 사건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 검사 사건을 떼어내 공수처에 넘겼다. 공수처법 제25조 2항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하면 공수처에 이첩한다'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 검사장은 불법출금 정황을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3부가 2019년 6월 인지하고 수원고검에 감찰 필요성을 알리는 보고를 하려 하자 못하게 막은 혐의(직권남용)를 받고 있다. 안양지청 수사 전 긴급출금이 승인된 당일 오전 대검 반부패부장 신분을 앞세워 이 검사가 긴급출금요청서에 적은 동부지검 내사번호를 동부지검장이 사후 추인하도록 동부지검 차장검사에게 요구한 인물도 이 지검장이다. 

차 본부장이 구속되면 이 검사와 공모관계를 법원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으로 공수처가 아닌 검찰이 계속 수사할 수 있는 명분을 얻는 모양새였다. 검사와 수사관을 뽑는 인사위원회도 구성하지 못한 공수처로선 고위공직자를 보호한다는 여론을 의식해 검찰에 재이첩할 수 있다. 실제 김진욱 처장은 다음 주 중으로 재이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차 본부장 영장 기각으로 이같은 그림은 그려지기 어렵게 됐다. 구속 기각사유에 '범죄성립 여부 다툼'이 없어 보강수사를 통한 영장 재청구도 쉽지 않다. 윤석열 전 총장이 4일 전격 사직하면서 수사 동력을 잃은 수사팀은 공수처가 재이첩 여부를 결정하는 대로 차 본부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관련 수사를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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