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9월 미 FBI 국장과 비밀스런 만남?
- 수많은 억측을 낳을 수밖에 없는 이유들
- 주목받는 미국 CIA(중앙정보국) 산하의 SAC 그리고 PAG
![지난 2019년 9월 2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24일 미국 연방수사국(FBI) 크리스토퍼 레이(52) 국장의 예방을 받고 있다. [사진= 대검찰청]](/news/photo/202103/104791_85520_2522.jpg)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별의 순간은 한 번밖에 안 온다”며 “별의 순간이 지금 보일 거예요, 아마”라고 말하며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정치적 애정을 표시하며 그의 등판을 예고했다. 조금 지나 3월이라는 시점까지 예고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80년대 이후 한국 정치판에서 가장 뛰어난 전략가 중에 한명이다. 지금의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야당시절 김 위원장이 비상대책위 대표를 맡으면서, 공중분해 직전의 당을 추슬러 20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을 꺾고, 민주당을 원내 제1당으로 만드는 기염을 토했다.
그런 그가 야당인 되어버린 국민의힘(새누리당)에서 지난 1년 동안 제대로 한 게 없는 노회한 정치인으로 비춰졌지만, 역시 다음 대권을 바라보는 한방이 있었다. 바로 윤석열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부산시장 후보 및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 연합]](/news/photo/202103/104791_85514_1527.jpg)
◇ 검찰총장이후 확 달라진 윤석열
윤 전 총장이 지난 4일 ‘정의’와 ‘공정’ 그리고 ‘자유민주주의’를 외치고 전격 사퇴함으로써 4월에 있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물론, 내년 3월 대권까지 뒤 흔들어 놓았다. 여의도 정가는 온통 윤석열의 블랙홀로 빠져 들고 있다.
사실 윤 전 총장은 서울지검장까지는 ‘적폐수사’로 문재인 정부의 사람이었지만, 지난 2019년 7월 25일 검찰총장에 임명되면서 부터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검찰의 칼은 ‘이전 정부’가 아닌 ‘살아있는 정부’로 향했다.
검찰은 2019년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시작으로 1년 8개월 동안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라임자산 운용 청와대 연루 의혹, 옵티머스 자산 운용사의 정관계 연루 의혹, 월성 원전 1호기 폐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을 줄줄이 파헤쳤다.
이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은 여권과 청와대의 갖은 압력과 수모를 받아야 했다. 또 직무 정지 및 징계 청구를 당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이 사퇴하자 국민의힘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은 “동네 건달의 가랑이 밑을 기어간 한신 보다 더한 굴욕을 참았다”고 평가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지금의 집권 여당과 대립하는 시점과 온갖 압력을 견뎌내면서 청와대를 향해 검찰의 칼날을 멈추지 않는 그의 수사 동력에 대해 궁금해 했다. 그의 타고난 강골검사로서의 기질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자신감 있게 밀어붙였고, 자신의 임명권자에 대한 타협이 없었다. 그런 그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해 11월 18일 미국 연방검찰(DOJ)과 화상회의를 통해 진행된 '한미 검찰 반독점 형사집행 MOU 체결식'에서 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 =연합]](/news/photo/202103/104791_85515_1730.jpg)
◇ 2019년 9월 미 FBI 국장과 비밀스런 만남?
지난 2019년 9월 22일 미국의 연방수사국(FBI) 국장인 크리스토퍼 레이가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국내에 비밀리에 방문했다. 당시 알려진 방한 목적은 FBI 한국지부 개설 20주년과 가상화폐관련 수사공조를 위해 23일 민갑용 경찰청장, 24일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만나고 25일 떠났다. 레이 국장은 아시아 권역을 방문하면서 한국을 첫 번째로 방문했다고 하나 25일 이후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검찰은 윤 총장이 임명 된지 1달 정도 시점인 2019년 8월 27일부터 ‘조국 일가 의혹’ 수사에 열을 올렸고, 9월 24일까지 검찰은 오거돈 부산시장 집무실, 조국 교수의 자택과 사무실 등 압수수색과 강제수사가 한 참 진행 중 일 때이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도 2019년 9월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을 강행하면서, 검찰과 청와대의 격한 대립이 시작될 시점이다.
당시 미국입장에서는 문재인 정부와의 계속되는 북한핵과 대 중국정책에 대한 엇박자로 국제사회에서 ‘문재인 패싱’이 노골화되는 시점이다. 문재인 정부와 대화진전은 어렵고, 한미동맹은 파괴할 수 없어 딜레마에 빠진 상태였다. 그러다보니 미국은 동맹국의 관리차원에서 문재인 다음정부의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당시 국민의힘 야권은 사실상 지리멸렬하기 때문에 청와대와의 대척점으로 떠오른 윤 총장이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했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지난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상원 법사위가 개최한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news/photo/202103/104791_85516_1858.jpg)
◇ 수많은 억측을 낳을 수밖에 없는 이유들
이런 가운데 미국의 FBI국장이 한국을 방문해 윤 총장을 만나자 당시에도 수많은 억측을 낳았다. 일단 시점이 심상치 않았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차 9월 22일부터 26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한국에 없었다. 만약 문 대통령이 있을 때 방한했다고 하면, 검찰총장을 만나는데 대통령을 안 만날 수 없으니 스텝이 꼬일 것이다.
더구나 미 FBI측은 레이 국장에 대한 방한에 대해 철저히 비밀을 당부했다, 검찰은 만남자체를 처음에는 확인해 주지 않는 등 비밀을 지켰다. 하지만 경찰 측에서 민갑용 경찰청장과 FBI국장과의 만남을 국내언론에 먼저 공개하면서 어쩔 수 없이 검찰도 공개하게 되었다. 또 레이 FBI국장 일행이 경찰청에 머문 시간은 23일 1시간 정도로 알려졌지만, 24일 검찰에서의 방문은 머문 시간 등 스케줄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을 방문하던 청와대 인사들이 뉴욕에서 이 같은 보고를 받고 상당히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더욱이 20년 만에 FBI국장이 방한 것도 심상치 않다, FBI 한국지부 20주년이라 하지만 국장이란 자리가 외국지부 기념일에 올 정도로 한가한 자리는 아니다. 또한 가상화폐 관련 수사공조 차원이라 하지만 그건 실무자 파견내지 국내 상주하는 요원들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외교전문가나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우파 유튜브를 중심으로 “미국이 윤석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방한한 것 아니냐”라는 내용이 급속하게 퍼졌다. 당시 여러 얘기가 나왔지만 최소한 문재인 정부를 상대할 수 유일한 세력인 윤석열 총장의 간을 보러 왔다는 것은 일치된 의견이다. 그의 사상과 정치관, 지금 펼치고 있는 권력 수사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러 온 것이라는 애기가 돌았다. 또 상황에 따라 미국이 항상 주시하고 있고, 방관만 하지 않으며, 기회가 된다면 도울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준 것 아니냐는 애기가 파다했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우파진영에서 충청 대망론과 맞물려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 잡는 계기로 충분했다.
그런데 이 같은 해석은 우파진영에서만 한 것이 아니다. 지난 2020년 4월 3일 종북(從北)매체 ‘민족통신’은 재미 학자인 유태영씨를 글을 실으면서 “윤석열 총장이 지난해 9월 미 FBI의 크리스토퍼 레이 국장을 비밀리에 만난 뒤 문재인 대통령과 껄끄러운 사이가 됐다”고 주장했다. 민족통신은 얼마 전 코로나 19로 사망한 재미교포 노길남씨가 운영하는 사이트로 북한 노동당의 통일선전부가 미국 등 외곽에서 운영하는 선전매체이다.
유씨는 매체에서 “미국은 문 대통령을 관리하고 지배할 수 있는 ‘오른팔’이 필요했고, 레이 FBI 국장이 교묘한 수단으로 윤 총장을 임기 초기에 접촉해 비밀 매수 작전을 벌여 크게 성공”했다며“이것이 바로 미국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대한민국 검찰총장 윤석열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레이 FBI국장이 한국을 방한한 이후 6개월이 지난 뒤늦게 나온 북한 선전매체의 주장이지만, 한국의 우파진영에서는 오히려 ‘미국이 한국을 포기하지 않은 증거’라며 이 같은 소식을 반겼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가 지난 달 24일(현지시간) 상원 정보위원회의 인준 청문회에서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news/photo/202103/104791_85517_2144.jpg)
◇ 주목받는 미국 CIA 산하의 SAC와 예하기관인 PAG
크리스토퍼 레이(55)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2017년 8월 1일 트럼부 행정부에서 발탁을 시작으로 현재 바이든 정부에서까지 유임된 인사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03~2005년 법무부 형사국 담당 차관보를 지낸 인물로 네오콘(neocons) 출신으로 불린다.
CIA는 국내외 어느 작전이든 공개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다. 특히 수사기관의 공개 활동으로 노출이 필요할 때는 FBI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사실상 해외공작의 주도는 CIA가 맡고 있다. 다만, 해외공작에서 미국 국익과 관련해서 조직간에 이견이 적으며, FBI와 CIA가 철저히 공조한다.
CIA의 산하 특수 부서로는 SAC(Special Activities Center, 특수활동부)가 있고, 그 예하기관으로 PAG(Political Action Group, 정치공작그룹)가 존재한다. 이들은 주로 미국의 이익을 위해 타국을 조종하거나 각종 경제 원조, 선전, 선동, 요인포섭, 민사작전 등의 공작을 펼친다. 필요에 따라서는 SOG(Special Operation Group)와 비슷한 준군사작전도 펼칠 수 있다.
미국의 제 5대 CIA 국장인 앨런 덜레스는 지난 1964년 5월 3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재임 중 CIA의 해외 활동으로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것은 한국의 5·16 군사 쿠데타였다"고 말한 적이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정경부장 윤성필]
ysp@wikileaks-k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