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인사이드] 단순 졸음운전인가, 수면제 과다복용인가… 타이거우즈 전복사고 논란
[WIKI 인사이드] 단순 졸음운전인가, 수면제 과다복용인가… 타이거우즈 전복사고 논란
  • 유 진 기자
  • 기사승인 2021-03-08 13:29:05
  • 최종수정 2021.03.08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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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우즈가 운전하다 전복사고가 난 현장. [AP=연합뉴스]
타이거우즈가 운전하다 전복사고가 난 현장. [AP=연합뉴스]

‘단순 졸음운전 때문이었나, 아니면 수면제 과다복용 때문이었나?’

지난달 23일 LA카운티에서 ‘골프황제’ 타이거우즈가 현대차 제네시스G80 SUV를 운전하다가 발생한 전복사고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LA경찰이 블랙박스를 분석하고 있는 가운데 사고 원인을 둘러싼 추측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번 사고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타이거우즈가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증언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보안관실이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 따르면 우즈는 자동차 전복 사고 당시 자신이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은 물론, 운전대를 잡은 것조차 생각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고 현장인 LA 카운티 롤링힐스 에스테이츠에 거주하는 한 남성은 차 충돌음을 듣고 제일 먼저 사고 현장에 달려갔다. 이 남성이 사고 차량을 발견했을 때 우즈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이후 경찰이 도착하자 우즈는 의식을 되찾았고, 얼굴과 턱에 피를 흘린 상태로 운전석에 앉아 경찰의 질문에 답변했다.

의학 전문가들은 자동차사고와 같은 큰 충격으로 운전자가 사고 당시 기억을 잃는 경우는 종종 있는 현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타이거우즈의 경우는 과거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인한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사고와 관련성 여부가 비상한 주목을 끌고 있다.

2017년 현충일 새벽 시간, 플로리다의 한 경찰관은 검은색 메르세데스가 우측 깜박이와 브레이크 등을 켠 채 오른쪽 차선 도로에 멈춰 서 있는 것을 목격했다.

경찰관은 운전자에게 다가갔고, 운전자는 비몽사몽(非夢似夢)한 상태였다.

그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며 "여러 가지 약을 처방 받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가 처방받은 약 중 하나가 암비엔(Ambien)으로 알려진 수면제 졸피뎀이었다. 운전자는 골프계의 전설 타이거 우즈로 밝혀졌다.

이보다 앞서 12년 전인 2009년. 타이거우즈는 플로리다에서 차량 1대를 추돌한 뒤 SUV 차량에 의식을 잃고 코를 골며 잠든 상태로 발견됐다.

우즈는 나중에 자신이 암비엔을 복용했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암비엔이 충돌 사고에서 어떤 역할을 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직접적으로 대답하지는 않았다.

경찰 출신으로 법률회사와 보험회사 등에 교통 사고 분석 데이터를 제공하는 크래시 엑스퍼트의 찰스 쉐크 CEO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우즈의 행적과 이번 사고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타이거우즈 전복 사고에 대한 조사는 진행되고 있지만, 우즈에 대한 독성학 보고서가 없이는 수면제 복용과 관련한 진실이 규명되지 않을 수도 있다. LA경찰은 이를 위한 혈액 검사를 의뢰하지 않았다.

존 슐로글 LA경찰 보안관 대리인은 우즈로부터 혈액 증거를 얻기 위한 수색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과거 전력이 있다고 해서 누군가를 죄인으로 가정하는 것은 곤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타이거우즈가 운전했던 차량이 견인차에 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타이거우즈가 운전했던 차량이 견인차에 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타이거우즈는 핸들을 쥐고 잠들었을까? 법의학 전문가들도 동의

슐로글 보안관은 '가능성 있는 원인' 부족으로 타이거우즈의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이 전복 사고 현장을 찾았을 때 우즈가 매우 놀란 상태로 깨어있었음을 그는 적시했다.

오른쪽 다리 아래 여러 개의 뼈가 부러진 타이거우즈는 대리인의 진술서를 통해 사고 당시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다고 밝혔다. 진술서에는 얼굴과 턱에 혈흔이 있는 '얼굴에 부상/흔적' 외에 다른 머리 부상은 언급되지 않았다.

수면제 암비엔의 경고 라벨에는 ‘슬립 드라이빙(Sleep driving)’이 포함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이는 완전히 깨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한 다음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교통사고 원인을 분석하는 국립생체역학연구소의 라미 하시시 교장은 "동료들이 검토한 과학적 연구에 따르면 암비엔이 환경과 상호작용을 계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상실증에 대한 보고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고의 경우 수면제와 '수면 운전'과의 연관성을 가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교통사고 분석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전직 경찰 조나단 체르니는 암비엔과 연관된 몇 건의 자동차 충돌 사고를 조사한 인물이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운전자가 실제 충돌 직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독립적인 기억을 갖고 있었던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하는 운전자들이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충돌 당시 자세한 설명을 해줄 수 있었던 운전자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체르니는 "타이거우즈 사고의 경우 도로가 휘어지고 차량이 직진하기 때문에 운전대를 잡고 잠이 드는 전형적인 사례 같다"고 밝혔다. 충돌 후 현장을 답사했다는 그는 도로에서 스티어링 조작이나 제동에 대한 어떠한 증거도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LA경찰 보안관실은 최근 우즈의 차량으로부터 '블랙박스' 자료를 입수하기 위해 수색영장을 집행했는데, 이 자료에는 충돌 직전 그의 속도, 조향, 제동, 가속 활동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우즈가 운전하던 차량은 굽은 내리막길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던 중 오른쪽으로 꺾이면서 도로 옆에 머물지 않고 좌측 중앙분리대로 직진했다. 차량은 중앙분리대에 있는 표지판을 친 후 반대편 차선으로 이동한 뒤 도로를 벗어나 나무를 들이받고 전복됐다.

그는 중앙분리대를 친 후 400피트 정도를 비교적 직선으로 이동했는데, 스키드 마크의 형태로 조향 입력이나 제동 노력을 했는지 흔적이 없었다.

이런 상황들은 우즈가 단지 순간적으로 그의 휴대전화기를 내려다보고 있거나, 단순히 피곤했다고 할 수 없었던 것 같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리 부위에 심한 골절상을 입은 타이거우즈. 향후 선수생활이 어떻게 될 것인지조차 불확실한 상황이다. [연합뉴스]
다리 부위에 심한 골절상을 입은 타이거우즈. 향후 선수생활이 어떻게 될 것인지조차 불확실한 상황이다. [연합뉴스]

전문가가 본 전복사고 "충돌 후에도 반응 없었다면 '피로' 이상의 징후" 

크래시 엑스퍼트의 쉐크 CEO는 "만약 운전자가 잠이 들어 연석에 부딪히거나 도로를 벗어나게 된다면, 일반적으로 충돌로 인해 운전자는 깰 것이다. 그러면 운전자가 어떤 종류의 반응이나 과민반응을 일으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그렇지 않고, 그가 400피트를 계속 갔다면, 다른 상황을 예상하게 되는데, 충돌 후에도 운전자 반응이 없었다는 것은 단순한 피로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며, 이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는 다른 요인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쉐크는 "잠금 방지 브레이크를 사용하더라도, 희미한 미끄러짐과 같이 제동과 감속의 증거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타이거우즈가 암비엔을 복용했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한 요인이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즈는 지난 1월 등 부위에 여러 차례의 수술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2017년 우즈가 운전대를 잡고 잠든 채 발견된 뒤 음주운전으로 구속됐다. 당시 우즈의 말은 느리고 흐릿했다. 음주 측정에서 우즈는 음주는 하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이후 작성된 독성학 보고서에서 우즈의 체내에 암비엔, 비코딘, 자낙스, 딜라우디드, THC가 축적돼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난폭 운전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그는 1년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DUI 학교를 마치도록 요구받았다.

우즈는 2017년 이 사건에 대해 "허리 통증과 불면증 등을 치료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했지만, 이런 일을 한 것이 실수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2009년 플로리다에 있는 자신의 저택 밖에서 우즈는 캐딜락을 몰다 나무와 소화전에 충돌시켰다.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현장에 있던 한 이웃은 우즈가 의식을 잃고 코를 고는 것을 목격했다고 신고했다.

플로리다 고속도로 순찰대는 당시 "이 사건에 존재할 수 있는 추가 의료 정보에 대한 소환장을 발부할 수 있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우즈는 부주의한 운전으로 기소되었고 164달러의 벌금을 물었다.

우즈는 이듬해인 2010년 4월 마스터스 토너먼트 기자회견에서 암비엔 사용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질문]
암비엔과 비코딘이라는 처방약을 복용했다고 보고됐는데, 언제 복용을 시작했는지, 골프 경기에 어떻게 필요한지, 그리고 혹시 둘 중 하나에 중독되거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타이거우즈]
"네. 복용한 것은 맞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저는 지난 수년간 무릎 문제를 겪어왔습니다. 왼쪽 무릎에 수술을 네 번이나 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제 찢어진 아킬레스 때문에 종종 통증이 심했습니다. 그리고, 암비엔을 복용했습니다. 암비엔을 복용할 때는 대부분 아버지가 아팠을 때였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그 때가 제 인생에서 매우 힘든 시기였습니다. 그 때, 네, 저는 잠을 자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몇 가지를 복용하고 있었습니다. 그 정도입니다."

그는 마약 중독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2009년 충돌 사건과 당시 복용했던 암비엔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질문했다.

그는 "목격자들은 당신이 중얼거리고 코를 골았다고 묘사했었는데…"라고 말했다.

이 질문에 타이거우즈는 "경찰이 그 사고를 조사했고 그들은 그 상황을 인용했었다"며 “그건 그 상태로 종결된 사건"이라고 대답했다.

타이거우즈의 2009년, 2017년 행적과 지난 2월 전복사고가 묘하게 오버랩(over lap)되는 가운데 경찰의 ‘블랙박스’ 조사 결과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유 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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