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9일 이사회…경영권분쟁 1차 분수령 될 듯
금호석유화학 9일 이사회…경영권분쟁 1차 분수령 될 듯
  • 임준혁 기자
  • 승인 2021.03.08 17:52
  • 수정 2021.03.08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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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완 상무 최근 공세수위 높여...주주제안 주총 상정 여부 결정
박찬구 회장, 국민연금‧소액주주 차등 배당 반격 카드 꺼낼지 관심
박 상무 주주제안 중 사외이사 학연‧인맥 연결...독립성 의문 제기
금호석유화학 사옥. [사진=연합뉴스]
금호석유화학 사옥. [사진=연합뉴스]

경영권 분쟁 중인 금호석유화학의 이사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이사회는 이달 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다룰 안건을 확정하는 자리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 상무가 내놓은 고배당 등 주주제안의 주총 안정 상정 여부가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다. 또한 박찬구 회장이 조카인 박 상무의 공세에 맞서 준비중인 반격 카드도 이 자리에서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화는 오는 9일 이사회를 연다. 박 상무와 금호석화 측은 해당 이사회에 고배당 안건을 상정할지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어 왔다.

박 상무는 지난 1월 26일 주주제안을 통해 주당 배당금을 보통주는 주당 1500원에서 1만1000원, 우선주는 주당 1550원에서 1만1100원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배당금보다 7배 이상 많은 수치다.

하지만 금호석화 측은 해당 주주제안이 회사 정관·상법상 오류가 있다며 안건 상정이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금호석화 측은 박 상무의 주주제안이 보통주와 우선주 배당금 책정 기준이 액면가인 5000원의 1%(50원)를 넘을 수 없다는 정관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상무 측은 우선주 배당금을 1만1050원으로 수정, 제출했다.

그러나 금호석화 측은 주주제안은 주총 개최일 6주 이내에 제출해야 하는데 수정 주주제안 제출로 이 기한을 넘겼다고 지적했다. 주총은 이달 26일 열릴 예정이다.

이에 박 상무는 내용을 일부 수정해 제출한 만큼 최초 제출일로 날짜를 계산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지난달 말 법원에 가처분 신청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 5일 심문 기일을 가졌고 8일까지 양측의 의견서 등을 제출받은 뒤 결론을 낼 예정이다. 통상적인 법원 일정을 고려하면 11일까지 결론이 나올 전망이지만 이르면 이사회 전인 이날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박찬구 회장도 박 상무의 공세에 맞서 장기적인 비전, 주주가치 제고방안 등을 담은 반격카드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에서 공개될 예정으로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된다.

박 상무는 주주제안과 금호석화 체질 개선 방안 및 중장기적 청사진 제시 등을 통해 ▲자사주 소각 ▲사외이사 중 의장 선출 ▲본인의 사내이사 추천을 포함한 신규 이사 5인 선임 ▲내부거래위원회·보상위원회 신설 ▲비영업용 자산 매각 등을 제안했다.

박 상무는 “장기간 보유 중인 자사주를 전액 소각하고 금호피앤비화학, 금호미쓰이화학, 금호폴리켐 등 주요 계열사를 상장시켜 최소 5000억원의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아시아나항공 주식, 대우건설 주식 등 비영업용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왼쪽)과 박철완 상무 [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왼쪽)과 박철완 상무 [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이를 통해 확보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2차 전지, 수소 등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규 사업 진출로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투자하겠다는 복안이다.

박 상무는 최근 홈페이지를 개설해 주주들과의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박 상무는 이번 주주제안에 대해 “주주가치 및 기업가지 제고를 위한 첫 단추”라고 스스로 강조하고 있다. 총체적인 기업체질 개선을 통해 2025년까지 시가총액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도 내놨다.

업계에서는 이에 맞서 박 회장이 금호석화를 안정적으로 성장시켜온 점을 집중 부각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석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7421억원으로 전년 대비 103.1% 상승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현재 부채비율도 50%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신규 투자 계획 발표, 차등배당 등 주주친화 정책 등도 예상된다. 차등배당은 오너 일가의 배당은 줄이고 국민연금과 소액 주주들에 대한 배당을 늘리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양측의 제안은 주총 표 대결을 염두에 둔 것이다. 박 회장 측과 박 상무 측의 지분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표심을 누가 잡을까 여부가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금호석화 자사주 비율은 18.35%, 국민연금이 8.16%, 소액주주가 48.62%를 보유하고 있다.

박찬구 회장이 6.69%를 보유하고 있고 박 회장의 아들 박준경 전무(7.17%), 딸 박주형 상무(0.98%)의 지분을 합치면 14.84%다.

금호석화의 개인 최대 주주인 박철완 상무는 지난 2일 회사 주식 9550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4일 공시했다. 취득 단가는 주당 약 20만원으로, 이번 지분 매입에 약 20억원이 소요됐다. 이로써 박 상무의 금호석화 보유 주식은 304만6782주에서 305만6332주로, 지분율은 기존 9.10%에서 9.13%로 증가했다.

또한 박 상무는 모친인 김형일 고문이 금호석화 주식을 2만5875주(0.08%) 매입했고, 김씨를 특수관계인으로 추가한다고 별도 공시했다. 김씨의 주식 매입 비용은 약 55억원이다. 이에 따라 박 상무 측의 주식 지분율은 기존 10%에서 10.12%로 소폭 오르게 됐다.

이번에 확보한 지분은 이달 중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갖지는 못한다.

이번 주총에서 박 회장 측과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표 대결에서 우호 표심을 확보하고, 주총 이후 행보까지 고려하기 위한 포석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 측과 박 상무 측의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아 국민연금이나 소액주주 등의 표심이 중요하다"며 "이번 이사회에서 박 회장이 내놓을 장기적인 비전, 주주가치 제고방안 등의 내용이 주목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박 상무가 주주제안을 통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의 독립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학원 동기나 회사 동료 등 박 상무가 제안한 사외이사들의 경력이 공개되면서다. 학연, 인맥 등으로 얽혀 있는 인물을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것은 이사회 독립성을 강하게 요구한 본인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박 상무의 주주 제안 중 하나인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조용범 페이스북 동남아 총괄 대표 ▲민 존 케이(Min John K) 외국 변호사 ▲최정현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이병남 전 보스턴컨설팅그룹 한국사무소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박 상무가 주주제안 홍보를 위해 개설한 홈페이지에 따르면 박 상무는 2009년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박 상무와 1978년생 동갑내기인 조용범 대표도 2009년 하버드대학교 MBA를 졸업했다. 박 상무와 조 대표는 2007~2009년 하버드대학교 MBA 과정을 밟아 수학 시기가 겹친다.

이병남 전 대표의 경우 박 상무와 보스턴컨설팅그룹 근무 기간이 겹친다. 박 상무는 2004년부터 2005년까지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이 전 대표는 30년 가량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경력을 쌓은 컨설턴트 전문가다. 박 상무와 연세대 경영학과 동문인 이 전 대표는 1992년부터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에서 컨설턴트 일을 시작했다. 1999년 보스턴컨설팅그룹 최초 한국인 파트너로 승진했으며 2005년 서울사무소 대표를 맡아 올 1월까지 근무했다. 이 대표의 재직 시기는 박 상무가 보스턴컨설팅 어소시에이트 컨설턴트로 근무하던 시기와 겹친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한국적 상황으로 인해 지배주주와 고등학교 동문인 경우, 동일 대학 동일 학과 동기일 경우 사외이사로서의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도 “박 상무가 이사회 개혁을 이야기 해놓고 결국 자기 편을 들어줄 사람을 사외이사로 선발한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한 박 상무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위키리크스한국=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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