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차익실현 못한 LH 직원 토지 몰수 가능한가... 해답은 2006년 양승태 판결
[WIKI 프리즘] 차익실현 못한 LH 직원 토지 몰수 가능한가... 해답은 2006년 양승태 판결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1.03.10 11:17
  • 수정 2021.03.1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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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소급입법 추진하지만 판례상 이미 가능
2006년 대법, 토지 구매 즉시 범죄 발생했다며
전매차익 아닌 토지 또는 가액 추징 원칙 정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경태 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토지몰수를 위해 특별법을 만들어 소급적용을 할 필요가 있는데, 동의하느냐"(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

"논란이 있지만 부진정 소급입법을 통해 이익이 실현되지 않는 경우도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지난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보고. 이날 현안은 3기 신도시 경기 광명·시흥지구 예정지에서 벌어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 투기 의혹 수사와 처벌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지였다. 야당 의원들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국무총리실 산하에 정부합동조사단을 꾸리면서 검찰을 배제한 경위를 묻는 데 집중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합동조사 결과 투기가 드러나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로 책임자 처벌이 가능하다는 답을 받는 데 주력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소급입법을 특별법으로 진행하면 '미실현 이익' 역시 국가가 환수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24일 3차 신도시 개발 계획 발표 이후 예정지와 주변지 부동산을 되파는 '차익실현'을 하지 못한 LH 직원 토지도 몰수하겠다는 것이다. 현행법으론 전매차익을 올려야만 부당이득을 환수할 수 있다는 게 여당 의원 인식인데, 대법원 판례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위헌 논란이 불가피한 소급입법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대법관이던 2006년 11월 9일 부패방지법(현 부패방지권익위법) 핵심 판례가 만들어진다. 이 법 제50조 1항은 ①공직자가 ②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③이용해 ④본인 또는 제3자가 ⑤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한 때, 처벌한다고 정했다. 같은 조 3항은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은 몰수 또는 추징한다고 규정했다. 당시 상고심 쟁점은 ⑤의 시기가 언제인지였다. 

1·2심은 피고인이 재산상 이득을 본 시기를 '토지를 전매해 차익 상당의 재산상 이득을 취득한 때'로 봤다. 경기 과천시 건설과 건설행정당당 지방행정주사(6급)이던 피고인은 2002년 2월 개발제한구역 내 맹지(盲地)인 갈현동 일대 1641제곱미터를 4억 5000만원에 구입했다. 이후 피고인 구입 토지를 포함 부지 위에 도로를 개설하는 도로건설계획이 발표됐다. 개발제한구역이 곧 해제된다는 공고가 뒤따랐다. 피고인은 1년 7개월만인 2003년 9월 이 땅을 16억 5000만원에 매도해 12억원의 전매차익을 올렸다. 그런데 재판부는 12억원 중 4억 6000여만원을 공제하고 약 7억 4000만원만 추징했다. 개발제한구역 해제예정공고에 따른 지가 변동은 토지 취득 당시 예상되는 기대이익과 다르다는 취지였다. 

상고심 대법원 1부(전수안 고현철 양승태 김지형)는 원심이 부패방지법 구성요건 중 ⑤를 오해했다고 판단했다. 피고인 범행은 도로가 곧 지어질 땅을 취득한 것이다. 때문에 추징 대상은 전매차익이 아닌 토지 자체다. 피고인은 토지를 처분해 몰수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토지 가액 상당을 추징하면 된다. 결국 국가가 피고인으로부터 환수해야 하는 금액은 7억 4000만원이 아닌 12억원이다. 다만 원심 판결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추징 금액을 바꾸진 않았다. 

당시 대법원 판결은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로 토지를 샀다면 곧바로 범죄는 완성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공무원이 토지를 처분하는 전매차익은 범행 여부를 판단하는 변수가 못 된다는 얘기다. 부패방지법 구성요건 ②의 비밀 성립 기준을 "어떤 물건의 객관적 가치에 관한 주요 정보가 비밀에 부쳐져 공개되지 않고 있는 까닭에 그 시세가 위 정보를 반영하지 못한 채 실질적인 재산 가치에 비해 낮게 형성되어 있는 경우"로 봤기 때문이다. 업무상 비밀은 공개되면 물건의 가치가 달라지는 정보를 말한다. 공직자가 업무상 비밀을 이용해 물건을 구입했다면 해당 물건의 가격 상승은 필연적이다. 부패방지법이 '물건 가격이 오를 때'가 아닌 '물건을 살 때'를 처벌하는 이유다. 

양 전 대법원장이 주도한 당시 대법원 판결은 이후에도 대법원이 계속 채택하는 판례가 됐다. LH 직원들이 가격이 급상한 토지를 팔았다면 그 가액 추징을, 아직 팔지 않았다면 토지 자체를 몰수할 수 있는 길은 이미 존재하는 셈이다. 장경태 의원실에서 LH 직원들이 거둔 부당이익을 특별법 형태로 환수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 관계자는 10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현행 부패방지법법상으로는 형벌이 확정돼야 몰수와 추징이 가능하다"면서 "의원님이 '몰수'라는 표현을 썼지만 (부패방지법상 몰수와) 의미가 다르다. 부당이득 환수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몰수 또는 추징 대상은 전매차익이 아닌 토지 자체 또는 상당 가액'이라는 대법원 판례를 검토했느냐는 물음에 "그 판례를 몰랐다"고 답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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