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지금 홍콩의 민주주의는 안녕한가? 중국, 선거제도 전면개편 '분수령'
[WIKI 프리즘] 지금 홍콩의 민주주의는 안녕한가? 중국, 선거제도 전면개편 '분수령'
  • 최석진 기자
  • 기사승인 2021-04-07 06:53:00
  • 최종수정 2021.04.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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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 진영 인사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 홍콩 고등법원 앞에서 한 시민이 영국 국기 ‘유니언잭‘을 흔들며 중국 및 홍콩 당국에 항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6일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 진영 인사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 홍콩 고등법원 앞에서 한 시민이 영국 국기 ‘유니언잭‘을 흔들며 중국 및 홍콩 당국에 항의하는 모습. [AP=연합뉴스]

BBC 등 서방 언론이 최근 중국이 통과시킨 홍콩 선거제 개편안에 대한 홍콩의 분위기를 전하는 기사를 잇달아 내보내고 있다.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최근 홍콩 선거제 개편안이 최종 확정된 것을 두고 “홍콩 시민들의 뜻을 거스르고 홍콩인들의 자치권을 부정하는 선거제 개편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체 회의에서 홍콩 행정장관 선출법 개정안과 홍콩입법회 선출 및 투표절차법 개정안 등 2건의 홍콩 선거제 개편안을 167명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시진핑 국가 주석은 곧바로 주석령 제75호와 제76호에 서명했다.

새 법안에는 선거 입후보자 자격을 심사하는 고위급 위원회를 설치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민주화 진영 인사의 출마를 원천 봉쇄할 수 있는 조항이다.

이밖에 홍콩 자치정부 수반인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선거인단에서 야권 인사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의원(117석)을 배제했다. 또, 총 선거인단 수는 1200명에서 1500명으로 늘렸으며, 추가로 뽑는 선거인단은 중화전국공상업연합회 같은 친중 성향의 기업 및 사회, 학술단체 등의 홍콩 회원들로 구성될 예정이다.

홍콩에 불고 있는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은 중국 본토에 충성하는 ‘애국자들’만이 권력을 향유할 수 있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홍콩의 민주주의가 신장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유럽 국가들은 중국의 이 같은 행위를 비난하고 나섰지만, 홍콩 자체 내의 반발 분위기를 헤아리기는 쉽지 않다. 많은 시민들이 이런 문제를 두고 더 이상 대화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몇 년 사이 홍통의 보통 사람들을 대상으로 중국 본토와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속내를 듣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원래 독재정권은 이런 식으로 통치를 합니다.”

베이징 당국의 처사에 대한 의견을 묻자 한 시민은 “원래 독재정권은 이런 식으로 통치하는 것이 아닌가요?”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의 조교수 리 종혁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상황 하에서는 민감한 주제의 대화들은 ‘자연스럽게 소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자기검열에 빠져들 것이며, 이런 분위기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조장된 측면이 강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무엇보다 중국공산당은, 정부 비판을 신고할 경우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홍콩 시민들 사이의 사회적 신뢰 관계를 무너뜨리려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애국이 강조되는 홍콩의 분위기는 어떠하며, 시민들은 홍콩의 미래를 어떻게 내다보고 있을까?

“20년 전으로 퇴보한 홍콩”

선거법 개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될 야당 지도자들은 아직까지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적어도 한동안은 그럴 것 같다.

이번 개정으로 홍콩은 “20년 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야당인 민주당 대표 로 킨-헤이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베이징 당국이 지난 20년간 쌓아온 진보의 업적을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우리는 참여의 공간이 이전보다 줄어들었으며, 검증 시스템도 강화된 사실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공직 출마 절차가 까다로워질 것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의 재정 책임을 맡고 있는 라몬 위엔 호이-만은 중국 지도부가 “민주주의를 짓밟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당국이 홍콩 기본법에 명기된 보편적 참정권에서 멀어지고 있다고도 했다.

로 킨-헤이 대표를 비롯한 다른 민주 세력들은 자신들이 개정된 선거제도에 참여할지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할지를 놓고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의 리 종혁 교수는 야당 세력에게는 정치적 선택이나 대중적 지지를 이끌어 들일 폭이 넓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 지도부는 홍콩 시민들에게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겁니다. 아무리 국제적 압력이 거세다고해도 절대로 돌아서지 않을 겁니다.”

중국 전인대 개막식 참석한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 [사진=연합뉴스]
중국 전인대 개막식 참석한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 [사진=연합뉴스]

길거리에서 시민들의 의향을 들어보는 일은 더 어려워졌지만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홍콩을 떠나는 문제를 고려중인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홍콩의 IT 단지에서 일하는 켄 리우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은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 생각을 전파할 합법적 수단이 있는 한 그렇게 할 겁니다.”

그러나 그는 많은 사람들이 홍콩을 영원이 떠날지도 모른다고 염려했다.

한편, 영국은 홍콩 이양 이전에 태어난 시민들을 대상으로 영국 시민이 되는 비자 선택의 문을 이미 활짝 열어놓고 있다.

하지만 영국 시민이 되는 길에는 큰돈이 필요하다고 리 종혁 교수는 말했다. 홍콩의 보통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버리고 이민을 가는 것은 가능한 선택지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베이징 당국에 의해 강요된 변화에 불만을 지니고는 있지만 “정치적 권리는 살아가는 일에 있어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 이득을 위한 정치적 거래’라는 담론이 퍼지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베이징의 정치력이 경제 번영을 가져다주는 한 정치적 권리를 유보함으로써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 본토 시민들을 예로 들었다.

“홍콩은 번영할 것입니다.”

현재 부는 변화의 바람과 관련하여 대놓고 당국을 비방하는 사람을 찾기보다는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찾기가 훨씬 쉽다.

페니 선은 수천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SNS의 온라인 인플루언서이다. 그녀는 BBC에게 선거법 개정을 절대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하면서, 홍콩의 정치인들도 그래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나아가 2019년 오랫동안 벌어졌던 시위 사태 때보다 지금 자유를 더 구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당시의 시위 사태를 ‘폭동’이라고 표현했다.

“폭동이 일어났을 때는 저는 제 생각을 말했다고 공격을 받을까봐 겁이 났습니다. 제게 안 좋은 일이 닥칠까봐 무서웠어요.”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시위 사태 와중에서 중국 당국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말썽을 피하기 위해 정치 이야기를 꺼렸다고 말했다.

“그건 우리가 알던 홍콩의 모습은 아니었어요.”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애국적’ 정치인이라면 홍콩의 주택난 등 민생 현안에 중요한 문제에 대해 얼마든지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은 번영할 것이고, 우리의 삶은 더 안정을 찾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 같은 생각이 중국 당국에 동의하는 사람들에게만 사실이고, 당국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우려한다.

연쇄반응에 대한 베이징의 공포

해외의 관측통들뿐만 아니라 많은 홍콩 사람들은 최근 변화의 놀라운 속도에 경악하고 있다. 작년에 도입된, 말 많았던, ‘국가보안법’부터 최근의 선거법 개정까지의 빠른 변화를 말한다. ‘국가보안법’은 홍콩 분리 독립 주장이나 전복 음모, 그리고 외부 세력과의 결탁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어겼을 경우 종신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리 종혁 교수는 변화가 이보다 더 빨리 올 거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중국 지도부가 “홍콩 시민들에게 굴복했을 경우 연쇄반응이 일어날 것을 엄청나게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놀랍게도, 베이징 당국은 홍콩 정부의 시위 대처 능력을 믿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평가했다.

“하지만 2019년 두 번째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을 때는 공산당 지도부는 민주적인 대표부를 구성하자든가 시민운동 네트워크를 결성하자든가, 교육제도를 개선하자는 등의 집단행동의 원천을 차단하기 위해 직접적인 개입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년 뒤, 베이징을 비방하는 행위는 불법이 되었고, 야당 정치인들은 의회에서 간단히 배제되게 되었다.

“반전은 없을 겁니다.”

리 종혁 교수는 이렇게 내다보았다.

“이건 너무나 분명합니다. 보편적 참정권은 공산당 정권의 안정에는 장애물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dtpchoi@wikileaks-k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