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관심에 제4인터넷은행 설립 과열...“혁신과는 거리” 비판도
금융지주 관심에 제4인터넷은행 설립 과열...“혁신과는 거리” 비판도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04.12 17:34
  • 수정 2021.04.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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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금융지주사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너도나도 관심
3기 인터넷은행 흥행 참패 경험에...금융위 인가 허용 주목
"취지에 맞게 비금융 ICT 기업이 계속 나서야 한다" 지적도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출처=연합뉴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출처=연합뉴스]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금융당국의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 계획이 발표되면 설립에 나설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인터넷은행 인가 신청이 저조했지만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하반기 출범이 예상되는 토스뱅크(가칭)에 이어 제4인터넷은행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 금융권이 아닌 유통, 정보통신기술(ICT)기업과 같은 비금융권이 뛰어들어야 혁신에 가깝다는 주장도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금융지주사들은 독자적인 인터넷은행 설립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들은 빠른 시일 내 은행연합회를 통해 인터넷 은행의 설립을 원한다는 의견을 금융위원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은행연합회는 지난해 말부터 금융지주사들과 인터넷은행 설립 필요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연합회가 진행한 수요조사에선 다수의 금융지주사들이 인터넷은행 설립 의사를 밝혔는데, 협동조합 성격이 강한 NH농협금융지주는 유보적인 입장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은행의 시작점은 지난 2015년 6월 금융위의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 발표다. 관련 논의에도 번번이 좌절되다가 당시 금융위가 은산분리 완화(은행과 산업자본 분리)를 목표로 해당 도입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금융위는 동년 하반기 예비인가 신청접수를 받았고, 같은해 11월 케이뱅크, 카카오뱅크가 예비인가 획득에 성공했다. 이후 2017년 4월 케이뱅크가 ‘대한민국 1호 인터넷은행’으로서 영업을 시작했고, 카카오뱅크 또한 3달 뒤인 7월에 영업을 개시했다. 

다만 이는 법안이 없는 반쪽짜리 인터넷은행에 불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은행의 사금고화를 우려해 은산분리 규제가 그대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규제 혁신 1호 대상으로 인터넷은행 사업을 꼽았고, 결국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전문은행법)이 2018년 9월 국회에서 통과됐다. 

법안 통과에 대해 선(先) 인가 후(後) 법률 제정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더 큰 논란거리는 대주주 적격성 요인이었다. 특례법에는 6개월마다 대주주 자격을 심사하며 공정거래안, 금융관련법,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대상에게는 그 자격을 불허하고 있다. 

채의배 전 의원은 “기존 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은 오프라인 지점과 인터넷·IT 기반이라는 수단이 다를 뿐 은행이라는 본질은 같다”면서 “기존 은행법과 달리 불법행위를 저지른 기업들까지 대주주 자격을 줘야하는 이유가 뭐냐”라며 중요성을 설파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선 이같은 대주주 적격성 요인이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케이뱅크의 2대 주주였던 KT는 입찰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아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됐고, 카카오 역시 자회사인 카카오m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으로 증자가 늦어졌다.

특히 케이뱅크는 규제에 따른 자본금 부족으로 대출 영업이 수시로 중단되면서 사업 자체가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4월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공정거래법을 제외하는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나서야 리스크가 해소됐다.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부결되자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3월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부결되자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은행 설립에 요구되는 엄격한 자본 문제도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지난 2019년 금융위는 케이뱅크, 카카오뱅크를 잇는 제3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에 ICT, 핀테크 기업의 참여를 독려해 금융 분야의 혁신성장 붐을 일으키고자 했다.

하지만 같은해 10월 마감된 인가 신청에 토스(당시 비바리퍼블리카)만 접수하며 흥행에 실패했다. 앞서 소상공인들이 중심이 된 소소뱅크 컨소시엄과 키움증권 중심의 키움뱅크 컨소시엄도 참여 의사를 밝혔으나 자본 확보 문제 등으로 신청을 포기했다.

토스 또한 자본 부족 문제가 불거지자 자신들의 지분율을 34%로 낮추는 대신 하나은행, SC제일은행, 한화투자증권, 웰컴저축은행 등 기존 금융회사들을 대거 주주로 참여시키는 조치로 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이같은 흥행 참패에 ICT 공룡 기업들은 일찌감치 관심을 접었다.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네이버는 인터넷은행 대신 금융 부문을 분할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했다. 네이버파이낸셜에 미래에셋대우가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 우리은행과 손잡고 네이버에 입점한 소상공인을 상대로 대출까지 나설 계획이다.

그럼에도 금융지주사들이 인터넷은행을 세운다면 흥행에 다시 파란불이 켜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가 비대면 거래 확산 등 금융혁신을 위한 ‘메기 효과'였지만, 기존 금융사의 진출을 배제하지 않는다면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다. 설립 형태는 금융지주가 산업자본이 아닌 만큼 지주사 측이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동시에 진정한 혁신을 위해선 비금융사업자가 설립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금융위는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30대 그룹과 상호출자제한 대상 그룹, 금융사에 인터넷은행 설립을 제한하고 네이버, KT, 카카오 등 나머지 기업에 참여 기회를 줘 설립을 허가하기로 했다.

금융지주가 인터넷은행 설립에 나서는 것은 설립 취지와도 맞지 않고, 혁신과도 멀어져 있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금융위가 혁신적인 IT 기업 중심으로 설립된 은행이 시장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감에 시작됐고, 영업점은 대부분 온라인에 기반을 두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오프라인 영업점이 허용된다”라며 “금융지주들의 은행 설립은 은산분리 완화 취지와도 동떨어져 있고 이미 자회사 은행들은 오프라인 기반 영업을 하고 있으면서 혁신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은행의 장점이 퇴색돼 사업을 할 만한 요인이 줄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은행은 영업점설치비, 유지비, 인건비 등 감축과 수수료 면제 등 장점이 있지만 IT 인력 및 기술 도입 비용이나 홍보비가 높다는 단점이 있다. 여기에 은행간 금융결제망이 개방되는 오픈뱅킹 서비스가 도입된 이후 수수료마저 급락해 리스크가 더 크다는 것이다.

법조협회 김영국 박사는 “시중은행이 빠르게 금융혁신을 이뤄내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장점이 약화되고 있다”라며 “온라인 상에서 이뤄지는 인터넷은행 영업과 시중은행의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명확하지 않은 점도 있다”라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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