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만료 1년 여를 남겨두고 국무총리로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명하는 등 정부 부처 개각과 청와대 개편을 동시 단행했다.
더불어민주당의 4·7 재보선 참패 후폭풍에서 벗어나기 위한 인적 쇄신의 일환이다. 임기 말 국정동력 약화 우려 속에 인사를 통한 정국 반전을 의도했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낙연·정세균 총리에 이어 마지막 총리 역시 정치인인 김부겸 후보자를 택했다.
김 후보자는 민주당 소속으로 2016년 20대 총선에서 험지인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되는 등 지역주의 극복의 상징으로 꼽힌다. 당내에서도 친문, 비문 등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는 통합형이다.
김 부총리를 중심으로 임기 말 당·청 갈등 가능성을 차단하고, 공직사회 기강을 다잡아 안정적 국정운영에 나서겠다는 뜻이 읽힌다.
문 대통령은 5개 부처의 장관을 관료 및 전문가로 채우며 사실상 마지막 내각 진용을 꾸렸다.
국토교통부 장관에 노형욱 전 국무조정실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문승욱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 고용노동부 장관에 안경덕 경제사회노동위 상임위원, 해양수산부 장관에 박준영 현 차관을 각각 내정했다. 이들 4명의 후보자는 모두 행시 출신 관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인 임혜숙 이화여대 전자전기공학전공 교수를 발탁했다.
지난해 말과 올 초 개각에서 정치인 출신을 대거 기용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당 인사를 내정하지 않고 비주류, 전문가 위주로 인적쇄신을 단행한 것.
청와대 인사에선 대대적 개편보다 세세적인 쇄신을 택했다.
재보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최재성 정무수석의 후임에 여권 내 비문인 이철희 전 의원을 발탁해 여권 내 통합과 균형을 꾀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의 코로나 관련 정책역량 강화에도 무게를 뒀다. 사회수석에 관료 출신인 이태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상임감사를 앉히고, 방역기획관을 신설해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를 발탁했다.
또 국회의원을 지낸 정책통인 박경미 교육비서관을 대변인에, 서상범 선임행정관을 법무비서관에 각각 임명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에 이해찬계 4선의 윤호중(58·경기 구리) 의원이 선출되며 '친문' 영향력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윤 의원은 16일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비주류 3선인 박완주 의원을 누르고 새 원내 사령탑의 자리에 올랐다.
윤 의원은 1차 투표에서 169표 가운데 과반 이상인 104표를 획득하면서 결선 투표 없이 바로 당선됐다. 박 의원은 65표를 얻었다.
4·7 재보선 참패로 한 달 가량 일찍 진행된 이번 선거에서 친문인 윤 의원이 압승을 거두면서 정책기조 변화 등 비주류 중심의 쇄신 논의에 타격이 예상된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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