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檢과거사조사단 "문답 진술서 받아야" 워크숍했지만 이규원 '질문 없는 윤중천 답변' 보고서 썼다 
[단독] 檢과거사조사단 "문답 진술서 받아야" 워크숍했지만 이규원 '질문 없는 윤중천 답변' 보고서 썼다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1.04.19 11:36
  • 수정 2021.04.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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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원 검사는 왜 자신의 질문을 숨겼나
지난 2019년 5월 2일 김학의 전 법무차관 재수사 수사단이 꾸려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는 건설업자 윤중천씨. [출처=연합뉴스]
지난 2019년 5월 2일 김학의 전 법무차관 재수사 수사단이 꾸려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는 건설업자 윤중천(가운데)씨. [출처=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출범 초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건을 재조사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이 '문답(問答)이 있는 진술서' 조사 방법을 논의하고도 성접대 당사자인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조사하면서 '답변만 있는 면담보고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윤중천 면담보고서가 청와대 기획사정으로 왜곡됐고 김 전 차관 불법출금과 재수사로 이어졌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데 청와대 조사만 남겨두고 있다. 

19일 <위키리크스한국> 취재를 종합하면 2018년 4월 대검찰청 산하 과거사진상조사단은 내부 워크숍을 가졌다. 2017년 12월 과거사위원회 출범 직후 박상기 당시 법무장관이 "과거사위의 사명과 역할, 운영 및 조사 방식 전반을 논의하는 워크숍을 법무부와 대검이 합동으로 진행하라"고 이용구 당시 법무부 법무실장(현 법무차관)과 구자현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현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에게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과거사 조사 작업은 법무장관 자문기구인 과거사위가 사건을 선정해 권고하면 대검 산하 조사단이 수사기록을 검토하고 사건관계인을 조사한 뒤 다시 과거사위에 보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조사단은 강제수사권이 없는 까닭에 임의조사의 구체적 방법을 미리 정하라는 취지였다. 당시 이 차관은 과거사위 간사위원, 구 차장은 이 차관 지시에 따라 행정지원 실무를 맡고 있었다. 

다만 당시 대검이 '과거사 재조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우회적 거부를 보이면서 워크숍은 조사단 내부에서 단발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그 규모가 축소됐다. 워크숍이 열리기 전 과거사위엔 '참석을 원하는 과거사위원은 자유롭게 참석하라'는 전갈이 왔을 뿐이다. 조사단 내부에서 열린 워크숍 핵심은 이정화 파견검사 발제에 있었다. 애초 6개 팀으로 이뤄진 조사단엔 검사가 팀별 1명씩 모두 6명이 파견됐는데 그중 막내인 이 검사가 발제문을 작성했다. 10쪽 분량의 발제문 주제는 '조사는 어떻게 하고, 조사 결과는 어떻게 남길 것인가'였다. 조사단원이 사건관계인을 만나 그 결과를 남기는 서면은 ①사건관계인의 동의를 받아 녹취 여부를 결정할 것 ②질문과 답변을 그대로 남길 것 ③서면 형식은 진술조서로 할 것, 크게 세 가지 원칙이 발표됐다.

워크숍에서 이정화 검사가 제시한 원칙은 김학의 사건을 맡은 8팀을 비롯한 몇몇 팀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정화 검사보다 연수원 3기수 선배인 이규원 검사가 최종 작성한 '윤중천 면담보고서'가 대표적이었다. 이규원 검사는 애초 6팀 소속이어서 김학의 사건에 관여할 수 없었다. 그런데 2018년 11월 이 사건이 명확한 이유 없이 5팀에서 새로 생긴 8팀으로 재배당되고, 이규원 검사가 여기에 합류하면서 그가 윤씨 조사를 전담했다. 8팀은 용산참사 사건을 맡은 6팀에서 이소아 변호사가 빠지고 조사단 총괄팀장을 자임한 김영희 변호사가 들어가면서 급조된 팀이었다. 8팀에서 유독 윤씨 조사에 강한 의욕을 보인 이 검사는 곧바로 윤씨가 어릴 적 머문 강원 원주로 가 윤씨의 현재 소재지를 입수했다. 윤씨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티타임' 형태로 진행됐던 1차 면담은 2018년 12월 26일 서울 용산구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2차 면담으로 이어졌다. 윤씨를 면담조사한다는 과거사위 보고는 이날 처음 이뤄졌다. 

조사단에 뒤늦게 파견된 최준환 검사와 검찰수사관들이 초안을 잡고 이규원 검사가 최종 집필한 '윤중천 2차 면담보고서'에는 조사단원의 질문은 빠진 채 윤씨 답변만 있다. 마치 수사기관에서 수사관이 작성해 주임검사에게 보고하는 '수사보고' 형태를 띤 것이다. 면담 당시 윤씨는 녹음과 녹취를 거부해 답변을 끌어낸 질문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진실성이 담보되지 않은 여러 발언이 공식 기록으로 남았다. 2019년 5월 검찰 재수사와 올해 2월 관련 민사 재판 1심에서 허위발언으로 판명난 "여러 검사들과 어울렸으나, 그중 김학의와 B에게 각 수천만원씩 현금을 준 적도 있는데, 무슨 대가를 바라고 준 것도 아니었고 다른 업자들에게 손 벌리지 말고 공정하게 수행하라는 의미로 일종의 후원 차원에서 준 돈" 윤씨 발언도 이렇게 나왔다. 8팀 조사팀장인 이근우 가천대 법대 교수는 "검사가 검사로서 쓴 서류를 내가 본들 어떻게 대응하느냐"며 팀 내부에서 기록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대검 훈령인 '검찰 과거사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운영규정'은 조사팀장에게 보고서 작성 권한을 부여하고, 내부단원인 검사는 조사팀장을 겸하지 못하게 했다. 

조사단에서 김학의 사건을 처음 조사한 5팀은 진술 요약 형태가 아닌 문답 전부가 있는 진술서를 남겼다. 5팀은 사건을 8팀에 빼앗기다시피 하면서도 비공식 보고서를 남겼다. 8팀은 성접대를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의견을 펴는데 법률전문가로서 동의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형법상 뇌물죄 공소시효는 이미 끝났기 때문이다. 대신 5팀은 2013년 최초 수사 당시 수사팀인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사건을 뇌물죄로 인지했으면서도 검찰에 송치할 땐 죄명을 바꿔 상습강요죄로 넘긴 점에 문제가 없는지 살폈다. 당시 검경 수사팀에 직무범죄 혐의가 없는지 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반면 8팀은 윤씨가 김 천 차관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진술을 토대로 단순 뇌물죄가 아닌 특가법상 뇌물죄를 적용했다. 공소시효가 남아있다는 견해였다. 윤중천 면담보고서가 힘을 발휘한 것이다. 5팀 보고서에 첨부된 조사서면엔 이같은 면담보고서는 없고 진술서가 있다. 가령 윤씨 보다 검경 수사팀 조사에 집중한 5팀은 2013년 경찰 수사팀 관계자 진술(전화통화)을 받으면서 조사단원 질문까지 함께 기록했다. 5팀 김가연 변호사는 "뇌물죄로 송치하지 왜 안 했느냐, 그런 부분에 대해서 물어본 기억이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8팀 조사 방식을 두고 "(수사기록을) 얼마나 봤을지도 모르겠다. 팀원들에 대해서 문제가 많다. 조사 내용을 언론에 다 흘리는 것 자체도, (흘리는 내용에) 부정확한 내용이 많았다"고 기억했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이규원 검사가 작성한 '윤중천 면담보고서' 주요 내용이 허위로 작성됐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은 이 보고서에 나오는 윤씨 '수천만원 진술'이 2019년 3월 25일 과거사위 수사권고에 핵심 역할을 했다고 보고 그 이틀 전 출금 승인과의 관련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규원 검사가 작성한 출금승인요청서에 "2019년 3월 25일경 대검에 뇌물수수 등 관련 수사 의뢰를 할 예정"이라고 적힌 게 근거 중 하나다. 중앙지검은 나아가 해당 면담보고서가 이규원 검사와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공모 속에 허위로 작성됐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2018년 11월에서 2019년 1월까지 총 6번에 걸친 윤씨 면담 날짜를 전후해 둘이 연락을 주고받은 통신기록이 있고 그때마다 윤씨 진술이 수정된 흔적이 있는 탓이다. 이 비서관은 과거사 재조사 당시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과거사위 업무를 직접 챙겼다. 결국 윤중천 면담보고서가 불법출금과 검찰 재수사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수원지검은 이 비서관에게 이달 말까지 검찰에 나와서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한 상태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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