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단돈 100만원으로 이스타항공 회삿돈 56억원 빼낸 이상직의 비밀
[단독] 단돈 100만원으로 이스타항공 회삿돈 56억원 빼낸 이상직의 비밀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1.04.19 18:23
  • 수정 2021.04.19 18: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96억대 배임 혐의 사전구속영장 입수
국회는 72시간 내 '체포동의 여부' 표결
더불어민주당 시절 이상직 의원. [출처=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시절 이상직 의원. [출처=연합뉴스]

이스타 배임 의혹이 불거지자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던 이상직 의원이 2016년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직후 118억원에 달하는 이스타항공 그룹 계열사 부실채권을 단돈 100만원에 사들인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이날 이 의원 체포동의안을 접수한 국회는 사흘 이내 표결에 부쳐야 한다. 앞선 9일 검찰은 이 의원을 상대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같은 날 법원은 정부에 체포동의요구를 보낸 상태다. 

<위키리크스한국>은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임일수)가 지난 9일 이 의원을 상대로 전주지법에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청구서를 입수했다. 청구서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그룹 회장이던 이 의원은 2015년 11월 당시 비상장기업이던 이스타항공 주식 차명보유 사실이 상장예비심사에서 드러난다고 보고, 이스타항공의 실질적 지배자 아이엠에스씨와 대주주 새만금관광개발 보유 지분 도합 524만 2000주를 아들(66.7%)과 딸(33.3%)이 주주인 이스타홀딩스에 시세인 주당 1만 376원이 아닌 각각 1900원과 2041원에 넘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는다. 검찰은 아이엠에스씨와 새만금관광개발 피해액을 각각 약 112억 2000만원과 약 326억 8000만원으로 계산했다. 지배구조 변경 전 이스타항공 지분 44.6%를 보유했던 새만금관광개발 대주주는 이 의원이 차명보유했던 아이엠에스씨다. 아이엠에스씨는 이스타항공 지분을 별도로 5.0% 보유했었기에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스타항공 계속 지배에 가족이 동원된 것과 별개로 전주지검 수사팀은 이 의원이 직접 움직여 100억원이 넘는 채권을 부당하게 매입한 혐의도 포착했다. 이 의원이 2001년 인수한 철강·플랜트 회사 KIC 자회사 이스타F&P는 이 의원이 차명보유한 회사 중 하나인 비디인터내셔널에 132억여원을 빌려주고 약 30억원밖에 받지 못했다. 나머지 금액에 지연손해금이 붙어 미회수금은 약 118억원으로 불어났다. 이스타F&P는 2013년 2월 해당 금액을 일종의 부실채권으로 전액 대손충당하고 2016년 5월 이 의원에게 단돈 100만원에 팔았다. 20대 총선 전주을 경선에서 탈락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 의원은 지나치게 싸게 매수했다는 사실을 우려해 일종의 '정당화 근거'를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채무자인 비디인터내셔널은 2016년 2월 이스타항공의 신주인수권부사채 30억원 신주인수권을 이스타홀딩스로부터 1억 2000만원에 매수해 결국 이스타항공이 채무를 부담할 수 있는 상환 계획을 숨긴 채 삼덕회계법인에 "2015년 12월 31일 기준 청산가치로 평가해달라"고 의뢰한 것이다. 삼덕회계법인은 채권을 1742만 1911원으로 평가했고 이 의원은 여기에서 매수금액을 뺀 1650만원을 정산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비디인터내셔널을 통한 이 의원의 현금화도 이뤄졌다. 2012년 7월 이스타항공 계열정리를 통해 회사 대여금 188억원은 이 의원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케이아이씨 채권이 된다. 그해 말 케이아이씨는 이 채권을 부실채권으로 대손충당 처리했다. 이후 이스타항공 계열사 이스타인베스트먼트는 케이아이씨 188억 채권을 50억원에 매수한다. 이스타인베스트먼트는 계약금 10억원을 자체 마련했지만 40억원은 케이아이씨를 지배하던 나라계전에서 빌렸다. 케이아이씨에서 넘겨받은 188억 채권이 담보가 됐다. 이때 이스타항공은 차입금 원리금 변제 용도로 이스타인베스트먼트에 68억원을 빌려주고 9억원을 상환받아 59억 채권을 보유하게 됐다. 

범행은 이스타인베스트먼트와 이스타항공의 '속고 속아주는 거래'로 시작됐다. 이스타인베스트먼트는 이스타항공에게서 받을 돈을 188억원에서 59억원으로 낮췄다. 2016년 4월 이 의원은 김정식 당시 이스타항공 대표 겸 이스타인베스트먼트 대표에게 '188억원 채권을 비디인터내셔널로 이전시켜라'고 지시했다. 김 대표는 188억 채권 만기를 최대 2036년까지 연장해 분할 상환받는 식으로 바꿔 그 가치를 59억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이스타인베스트먼트가 이스타항공에게 줘야 할 돈 59억원과 맞바꾸면서 두 회사의 채권·채무는 0원이 됐다. 이스타인베스트먼트는 채권과 채무를 묶어 비디인터내셔널에 무상양도했다. 이스타항공은 채권자가 이스타인베스트먼트에서 비디인터내셔널로 바뀌자 188억원에서 59억원이 된 채권 금액을 다시 121억원으로 상향평가하고 조기상환했다. 갚아야 할 돈을 불린 것이다. 비디인터내셔널은 돈이 들어오자 즉시 59억원 채무에 이자를 더한 약 65억원을 이스타항공에 상환했다. 차액 56억 8000여만원은 '남는 돈'이 됐다. 이 의원은 이때 100만원으로 사놨던 비디인터내셔널 118억 채권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차액 전부를 출금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를 받는다. 이 금액은 계좌 추적 결과 '차입금 상환' 명목으로 횡령금 변제, 정치자금, 개인 채무변제에 쓰였다.

배임 액수 약 496억원과 별개로 그룹 계열사 5곳에서 횡령한 58억여원 가운데에는 자신 대신 '바지사장'으로 사법처리됐다는 의혹을 받는 친형이 2013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죄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자 '횡령 피해자인 회사에 공탁하면 집행유예 선고 가능성이 있다'는 변호사 자문에 따라 빼낸 6억 800만원도 있다. 검찰은 이 부분 등에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를, 이 의원 법인카드 유용과 딸의 포르쉐 승용차 리스와 오피스텔 임차 부분에 업무상횡령 혐의를 추가로 각각 적용했다. 이 의원은 2016년 7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지역구인 전주을 민주당 지역위원장 퇴직 전후로 불법인 시도당 당원협의회 사무소를 운영한 혐의(정당법 위반)도 있다. 검찰은 사무소 운영 과정에서 그룹 계열사로부터 흘러들어온 자금이 있는지 이 의원 구속수사를 통해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이 의원은 배임 혐의와는 관계 없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전주지법에서 열린 지난 16일 공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영장 심사에 응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검찰에게) 전했다"며 "샐러리맨 생활을 할 때 산 아파트 한 채 있는데, 무슨 사익을 추구했겠느냐. 자녀들과 상의해서 (이스타항공) 대주주 지분 50%도 헌납했다"며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aftershock@wikileaks-kr.org

기자가 쓴 기사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