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소매금융 시장 철수' 결정 씨티은행...'외국계 금융 엑소더스' 어쩌나
[WIKI 프리즘] '소매금융 시장 철수' 결정 씨티은행...'외국계 금융 엑소더스' 어쩌나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04.20 15:37
  • 수정 2021.04.20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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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 오는 27일 이사회서 소비자금융 출구전략 논의
'코로나' 여파 따른 수익성 악화·강력한 금융규제 등 배경
외국계 은행들, 경기침체 때마다 중소기업대출비율 낮춰
높은 순이자마진(NIM)으로 본사에 고배당 정책으로 논란
"외국계 금융사 엑소더스 대비 위한 금융당국 정책 필요"
씨티은행 간판. [사진=연합뉴스]
씨티은행 간판. [사진=연합뉴스]

한국씨티은행의 국내 소매금융 시장 철수 결정으로 금융권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철수 방식에 대해 분리매각·단계적 철수 등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같은 결정에 우리나라만의 강력한 금융규제와 실적 악화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한국씨티은행은 외국계 시중은행인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고통 분담에 동참하지 않고 실적이 악화되자 발을 빼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오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본사인 씨티그룹이 발표한 국내 소비자금융 출구전략 추진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씨티그룹은 지난 15일 국내 뿐 아니라 호주, 중국, 대만, 러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폴란드, 바레인까지 총 13개국에서 소비자 금융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기업금융 등 투자은행(IB) 부문만 남겨두고 철수하기로 한 것이다.

추진 방식이나 목표 시한은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씨티은행이 철수하기로 한 소매금융 부문은 여·수신, 카드, 투자상품, WM 등이다.

이같은 철수 결정 배경에 씨티그룹의 수익성 개선 의지가 있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국계 은행은 본사가 높은 배당을 가져가기에 수익성 추구에 주력하는 경향이 강하다. 씨티은행의 2018년~2019년까지 배당 규모는 9994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순이익 급감으로 배당금이 줄어들자 수익성 개선을 위한 소매금융 사업부문 정리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국내 은행권은 저금리 등에 따른 이자마진 축소로 불황에 처해 있다. 지난해 금융지주들이 코로나19에도 좋은 실적을 거뒀지만 비은행 계열사 성장 덕분이었다. 한국 내 씨티그룹 계열사는 한국씨티은행 뿐이므로 이점이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

한국씨티은행 당기순이익은 2018년 3074억원으로 전년보다 26.1% 급증했지만 2019년 2794억원으로 9.1% 감소했고 지난해는 3분기까지 161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38% 급감했다. 

총자산에서 순이익을 얼마나 올렸는지를 보여주는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씨티은행은 ROE와 ROA가 각각 2.99%, 0.35%를 기록했다. 수익성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2019년(4.05%, 0.48%)에 비해서도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국내 은행들의 지난해 평균(5.88%, 0.44%)에 비해서도 매우 낮은 수치다.

지난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은 최근 5년 이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지난해 상반기 한국씨티은행 BIS 비율은 18.44%로 1.12%포인트 하락했다. 다른 시중은행들에 비해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19%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9월 말에는 19.01%를 기록해 19% 대를 회복했다. BIS 비율은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로, 은행의 자본력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다. 

전통적으로 외국계 은행은 국내 은행에 비해 중소기업대출비율이 낮고, 총자산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낮은 편이다. 외국계 은행의 수익원은 대출보다 순이자마진(NIM)인데 이들은 경기침체 등으로 대외 여건이 악화되면 중소기업대출비율을 낮췄다.

씨티은행을 비롯한 외국계 은행들은 소상공인 2차 금융지원 대출 시행에 참여하지 않아 금융권의 따가운 눈총도 받았다. 이들은 1차 소상공인 초저금리 이차보전 대출(이하 이차보전 대출) 당시 소극적 태도를 보이자 금융당국이 대출한도를 대폭 줄였다.

이차보전 대출은 은행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연 1.5% 초저금리로 최대 30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문제는 그만큼 줄어든 대출한도가 국내 시중은행에 고스란히 배정돼 당시 "금융당국의 기조를 충실히 이행하는 은행은 되려 부담이 커지고 따르지 않는 은행은 되려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씨티은행이 시중은행으로 분류되지만 외국계 은행의 특성상 포용금융 기조에 제대로 동참하기 힘들다는 관측이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국계 은행들은 수익성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라고 밝혔다.

한때 씨티그룹이 금융당국의 '관치' 행태에 질려 철수를 고민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금융당국은 지난 1월 국내 5대 주요 은행에 배당 자제 권고를 할 때 한국씨티은행,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에도 함께 공문을 보내 올해 6월 말까지 순이익의 20% 이내로 배당할 것을 권고했다.

대출 이자상환 유예, 배당금 축소 권고 등 당국의 지나친 간섭에 철수를 고민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외에도 13개 국가에서 소매금융 철수 의사를 밝히면서 설득력을 잃은 상황이다.

이처럼 외국계 금융사들의 엑소더스(인력과 자금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현상)가 가속화되고 있음에도 이에 대비할 금융산업 육성 전략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홍콩 민주화 운동 이후 홍콩을 대체할 '아시아 금융허브' 이슈가 수면 위로 올라왔지만 서울과 부산이 그 자리를 이어받을 가능성이 없다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외국계 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다수 외국계 금융사들은 이미 몇년 전부터 한국 사업을 철수했고, 남아있는 곳 마저 사업과 인력을 대거 축소하고 있다"라며 "침체된 금융업을 살리기 위한 금융당국의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라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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