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범람' 가상화폐 거래소 명운 짊어진 은행권, 뒷짐 진 금융당국
'사기 범람' 가상화폐 거래소 명운 짊어진 은행권, 뒷짐 진 금융당국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05.06 17:46
  • 수정 2021.05.0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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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금법 9월 시행되면 가상자산 거래소 줄줄이 폐쇄 위기
실명계좌 계약에 명운 걸려있지만... 은행권 부정적인 반응
"거래소 검증·책임 부담 큰데 금융당국이 손 놓고 있다" 지적도
"자전거래·스캠코인 퇴출 등 업권 내 자율규제 필요하다"
6일 오전 국내 거래소에서 가상화폐의 대표주자 격인 비트코인이 6천8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대안 가상화폐) 가운데 이더리움 클래식과 비트코인 캐시 등도 급등했다. [출처=연합뉴스]
6일 오전 국내 거래소에서 가상화폐의 대표주자 격인 비트코인이 6천8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대안 가상화폐) 가운데 이더리움 클래식과 비트코인 캐시 등도 급등했다. [출처=연합뉴스]

가상자산 사업자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여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지난 3월 시행된 가운데,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검증 책임이 사실상 은행권에 있어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금법 시행 6개월을 맞는 오는 9월에는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 서비스를 구축하지 못한 거래소는 줄줄이 폐쇄 위기에 놓여 있어 사실상 은행들이 명운을 쥐고 있다. 자전거래·스캠(사기성) 코인 상장 등 업권 내 기망 행위가 계속되고 있는데 금융당국은 뒷짐만 진 채 은행권이 모든 위험을 책임진다는 설명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최근 시중은행들에 '자금세탁방지(AML) 위험평가 방법론 가이드라인(지침)'을 하달했다.

지난 3월 25일 특금법이 시행 이후 관련 사업자들은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 서비스 구축과 정보보호관리 체계(ISMS) 인증 등 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거래소들은 시중은행과의 실명계좌 계약을 위한 관계도 구축해야 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당시 가상자산사업자 및 가상자산의 범위, 신고 서류 및 절차,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실명계좌)의 개시 기준, 가상자산 이전시 정보제공 대상ㆍ기준 등의 사항을 규정했다.

업계에서 가장 핵심으로 보는 것은 실명계좌 개시 기준이다. 법 시행 이후 거래소 이용자들은 해당 거래소와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시중은행의 계좌를 개설한 뒤, 고객신원인증(KYC) 절차를 통과해야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거래소 고객 개인의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시중은행과의 계약이 필수적이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실명계좌를 발급 받을 수 있는 요건으로 ▷고객 예치금을 분리 보관할 것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할 것 ▷신고 불수리 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것 ▷고객의 거래내역을 분리 보관할 것 ▷금융회사 등은 AML 위험을 식별·분석·평가할 것 등 5가지를 제시했다.

다만 이행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다른 4가지 실명계좌 발급 요건과 달리 '금융회사의 AML 위험 평가'는 은행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다. 정부가 그동안 가상자산을 두고 고강도 규제를 해온 만큼 은행이 이를 염려해 실명계좌 발급을 까다롭게 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 지금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당국이 필수적 평가요소, 절차 등 최소한의 지침도 주지 않아 은행연합회와 은행들은 최근 수 개월간 궁여지책으로 외부 컨설팅 용역까지 받아 결국 '가상자산 사업자 공통 평가 지침'을 마련했다. 

위험평가 방법론 지침에는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여부 ▷특금법 의무 이행 위한 조직 내부 통제 체계·규정·인력의 적정성 ▷가상자산 사업자 대주주 인력 구성 ▷가상자산 사업자가 취급하는 자산(코인 등)의 안전성 ▷가상자산 사업자 재무적 안정성 등을 핵심 점검 사항으로 명시했다.

각 점검 사항에 대한 복수의 검증 방식도 담겨 있는데, 각 은행은 상황에 따라 여러 방식을 조합해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거래소 사기 행각 이어지는데 손놓은 금융당국...검증은 온전히 은행 책임?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실명계좌 보유 등 요건을 갖춰 오는 9월 금융당국에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해야한다. 그런데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 중 은행권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곳은 몇 년 째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곳에 불과하다.

해당 거래소들은 지난 2018년 1월부터 6개월 단위로 시중 은행 한 곳과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 계약을 갱신하고 있다. 계약을 연장하지 못하면 원화로 암호화폐(가상화폐)를 거래할 수 없다.

4대 거래소 외에 다른 거래소들 중에 시중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곳은 없다. 해당 거래소들은 '벌집계좌'라 불리는 법인계좌 아래 이용자들의 입출금을 관리하고 있다. 오는 9월 유예기간이 끝나면 벌집계좌 이용이 불가한 만큼 실명계좌를 받지 못한 대다수 거래소들은 줄폐쇄 위기에 놓여 있다.

이처럼 실명계좌 계약에 거래소들의 명운이 걸려있지만, 은행권은 쉽사리 계좌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이 사실상 거래소를 검증해야 하는 의무가 생기고,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 미흡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위험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 가상자산 투자 열풍에 올라타 다수 거래소들이 자전거래·스캠 코인 상장 등 사기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지적받는다. 몇몇 거래소에서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코인을 마구 상장하는 것도 모자라 거래량을 조작하는 자전거래를 일삼고, 상장피나 뇌물을 요구하는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브로커들은 거래소 임원임을 사칭해 가상화폐 사업자들에게 상장을 해준다는 조건으로 뇌물을 요구하고 잠적하는 사기 사례가 심심찮게 들린다"라며 "해외에도 AML 위험 요인이 산재해 있는데 은행 차원에서 거래소 수수료 때문에 큰 위험을 짊어질 필요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사기 행위를 바로잡기 위한 업계 내 자율규제 설정 등 자정 작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장 수수료를 투명하게 받아 거래소에 합리적 비용으로 사용하고 매출수익에도 기여한다면 바람직할 것”이라면서 “업권법을 통해 상장 절차 공시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해 업계에서 벌어지는 부정사례, 사기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가상화폐 투기에 대해 경고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지침이 없어 사실상 뒷짐을 지고 있다"라며 "가상화폐 검증 책임은 전부 은행이 지고 금융당국은 처벌에만 매달려있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금융 관련 정책을 주관하고 감시하는 금융위와 금감원에 마땅한 대응 부서도 없고 의견을 개진할 만한 담당자도 뚜렷하지 않다”라며 “시행 전 의견 수렴을 한다면서 진정으로 소통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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