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 톤당 가격 200불대...조선‧자동차업계 “나 떨고 있니”
철광석 톤당 가격 200불대...조선‧자동차업계 “나 떨고 있니”
  • 임준혁 기자
  • 승인 2021.05.13 16:02
  • 수정 2021.05.1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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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메이저업체 생산 감소‧中-濠 경제갈등도 한 몫
후판 선가 20~30% 차지...“조선업계 수익성 저하”
포스코 원료부두에 쌓여있는 철광석. [출처=포스코]
포스코 원료부두에 쌓여있는 철광석. [출처=포스코]

철광석 가격이 톤당 200달러를 돌파하며 유례없이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철광석 가격에 영향을 받는 자동차, 조선 등 국내 전방산업이 긴장하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항 수입가 기준(CFR) 현물 철광석 가격은 지난 10일 톤당 230.56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2일에도 228.93달러를 나타낸 바, 이는 지난 1월 4일 165.29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63달러 이상 인상된 수준이다.

지난 6일 톤당 201.88달러에 거래되며 사상 최초로 200달러를 뛰어넘은 철광석 가격은 다음날인 8일에는 톤당 212.25달러까지 치솟아 이틀 연속 200달러가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5월 80달러 수준에서 거래된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상승세는 1년여 지속되며 올해 들어 현재 철광석 가격은 연초 대비 30% 가까이 오른 상태다.

이 같은 상황은 코로나19로 위축된 경기가 풀리며 철강 수요가 늘어난데 반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철광석을 원료로 생산되는 철강재 가격도 올라 관련 업계의 시선이 철광석 가격에 쏠리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로 각국 경기가 얼어붙으며 철강 수요도 줄었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반전됐다"며 "철광석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세이며 향후 더 오를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증가하는 철광석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글로벌 철광석 시장은 브라질의 발레(Vale), 호주의 리오틴토(Rio Tinto)와 BHP 메이저 3사가 전체 생산의 70% 가까이 차지한다.

이들의 올해 1분기 공급량은 전분기 대비 하락하거나 전망치를 밑도는 수준이다. 발레의 생산량은 6805만톤으로 전년동기 대비 14% 증가했지만 기존 전망치 7200만톤에 미치지 못했다. BHP와 리오틴토도 각각 6670만톤과 7641만톤을 생산해 전년동기 대비 2% 빠진 생산량을 기록했다.

반면 철광석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세계철강협회는 올해 전세계 철강 수요가 지난해 대비 5.8% 증가한 18억7420만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전망치에서 1.7% 포인트 상향된 수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광석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광산업체들이 생산을 늘리지는 않고 있다"며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 철광석 가격이 높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철광석 가격은 향후 추가로 상승할 공산이 있다.

주요 철광석 수출국인 호주와 주요 수입국인 중국간의 최근 갈등 고조도 한 몫 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중국 국가개발위원회는 지난 6일 호주 정부와 전략 경제 대화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호주의 빅토리아주가 중국과 체결한 일대일로 사업을 전면 취소하는 등 대중국 압박에 나서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호주는 중국의 철광석 수입 가운데 60%를 책임지는 국가다. 중국과 호주의 철광석 수출입에 차질이 생기면 세계 철광석 생산 기지인 중국의 생산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같은 대외 환경 변화에 따라 국내 철강사들도 내수 수요를 위해 수출비중을 줄이는 대신 내수비중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철강재 수입은 올해 1분기 현재 전년 대비 11.2% 감소하며 6분기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광석, 원료탄, 철스크랩 등 원료가격 급등에 따른 가격상승 기대심리로 가수요가 급증하며 수입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하지만 국내보다 국제가격이 높아 수입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면서 올해 1분기 내수 대비 수입비중은 24.8%를 기록하며 2000년대들어 처음으로 5분기 연속 20%대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 차원에서도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주요 철강사들이 철강협회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고심을 했지만 고로 풀가동, 내수 물량 확대 등 원론적인 수준의 논의만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포스코의 경우 이미 지난해 내수 물량을 57%로 확대한데다 고로도 풀가동하고 있는 상태다. 현대제철의 경우 지난 주말 발생한 제철소 내 사망사고로 1열연 라인이 가동 중단된 상태다. 1열연은 하루 1만1000톤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중 철근이 3500톤 가량 된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수급에 차질을 빚게 된 셈이다. 1열연 라인을 다시 가동하기 위해선 고용노동부의 허가가 필요한 상태다.

철광석 가격 급등에 조선, 자동차업계 등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수주랠리를 지속하고 있는 조선업계의 경우 선박 제조에 필요한 후판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철광석 가격 급등에 따라 추가 후판 가격 인상도 불가피해 보인다”며 “이미 수주한 선박 가격대비 제조 원가 상승에 따른 향후 마진 축소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더욱이 조선업계는 철광석 가격 급등이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수주 호황 추세에 찬물을 끼얹지는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수년 동안 거의 수주 ‘제로(0)’에서 탈피해 이제부터 실적 개선을 이뤄 나가려는 시점에 돌발 변수가 출현한 셈이다.

조선업종의 특성상 선박 수주물량이 증가하더라도 건조 기간 소요로 실제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1년 반~2년 정도 걸리지만, 후판 가격 상승은 바로 건조 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앞서 지난달 조선업계는 철강업계와 후판 가격을 톤당 10만원 가량 인상하기로 합의한 바 있어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반기 가격 조정 협상에서 철광석 가격 상승분이 반영될 경우, 인상폭이 얼마나 될 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후판은 선가의 20~30% 비중을 차지하는 소재여서 단기적으로는 조선업계의 수익성 저하가 점쳐진다”면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선가도 함께 인상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자동차 업계도 당장 체감할 수는 없지만 가격상승 요인 등 2차적 영향이 있을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제작사는 철광석 가격 상승으로 인한 직접적인 불이익은 조선사보다 덜 할 것”이라며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가 철강을 가공해 제작 후 납품하기 때문에 (철광석 가격 상승에 따른)체감지수가 더 높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위키리크스한국=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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