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불법출금 수사방해' 이성윤 알리바이 ①수사요청 없고 ①무혐의 자체결론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방해' 이성윤 알리바이 ①수사요청 없고 ①무혐의 자체결론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1.05.14 11:13
  • 수정 2021.05.14 1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검 반부패부장' 이성윤 공소장과 반부패과장 통화로 분석한 알리바이 전략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출근하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출처=연합뉴스]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출근하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출처=연합뉴스]

2019년 6월 19일 안양지청 형사3부는 검찰 내부통신망을 통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에 보고서 하나를 보낸다. 보고서 제목은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검사 비위 혐의 관련 보고'. 여기서 파견검사는 당시 미국 유학을 앞뒀던 이규원 검사다. 그는 2018년 11월 대검 산하 과거사진상조사단 8팀에서 '김학의 전 법무차관 성 접대 의혹'을 조사한 인물이다. 안양지청은 이 검사가 민간인이던 김 전 차관을 불법으로 긴급출국금지하는데 관여한 만큼 감찰이 필요하다고 봤다. 보고서엔 "이 검사의 자격모용공문서작성 등 범죄 혐의에 대해 검찰총장과 수원고검장에게 보고하겠다"는 문구가 적혔다. 과거사를 재조사하는 조사단과 여기에 파견된 검사는 수사기관이 아닌데 피의자가 대상인 긴급출금을 신청하고 여기에 필요한 자격을 '모용'(冒用·지위를 허위기재)했다는 취지다. 

문제는 '강원랜드 사건' 이후 반부패범죄 사건 보고 체계가 대검으로 일원화됐지만, 검사가 피의자인 반부패범죄는 예외였다는 점이다. 2018년 이전에는 지청 단위 검찰청은 관할 본청에 보고만 하면 검사 사건을 직접수사할 수 있었다. 그러다 대검 반부패부가 일선 청 반부패범죄 수사를 막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강원랜드 사건 수사 이후 보고 통로는 반부패부로 일원화됐다. 비공개 대검 예규인 '부패절차 수사 등에 관한 지침'이 근거였다. 예규만 보면 반부패범족 수사 보고 경로는 간단해진 것 같지만 현실은 달랐다. 검사는 피의자 이전에 검찰 구성원 신분으로 내부 감찰을 먼저 받는다. 감찰 규정에 의해 검사 비위를 감찰하려면 관할 고검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때 검사 비위혐의는 정도에 따라 곧 범죄혐의이기도 해 감찰 겸 수사를 착수하는 경우 대검 반부패부 보고가 필수적이다. 지청에서 검사를 감찰하려면 고검에 보고하기 전에 대검 반부패부에 "고검에 보고하겠다"고 보고해야만 하는 셈이다. 

이같은 보고체계는 지난 12일 '안양지청 수사 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주장하는 알리바이가 됐다. 이 지검장은 사건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이었다. 이 지검장 측은 안양지청 보고 핵심은 '수사개시'나 수사 필요성'이 아닌 '감찰 필요성'인 만큼 '수사외압'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양지청 보고서에는 '이규원 검사 혐의가 인정되고 수사 필요성이 있다'는 문구가 있어 '반부패부가 보고받는 건 수사 필요성인데, 당시 안양지청 보고는 감찰 필요성이다'라는 반부패범죄 보고 체계에 기댄 알리바이는 탄탄하지 못하다. 

김 전 차관 불법출금 수사외압 혐의를 수사한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지난 2월 김형근 전 대검 반부패부 수사지휘과장을 불러 조사했다. 김 전 과장은 이 지검장으로부터 "김학의 출금은 법무부와 대검이 이미 협의된 사안이고 서울동부지검장도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는 말을 듣고 안양지청장에게 해당 내용을 그대로 전달한 인물이다. 검찰 출석을 앞둔 지난 2월 1일 김 전 과장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여러 번 "안양지청으로부터 이규원 검사 수사개시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반복해 말했다. 그는 "당시 대검 지침에 의하면 그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선 안양(지청)으로부터 별도의 수사개시 요청이 있어야 해요. 그런데 저희는 수사개시 요청을 받은 바가 없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다른 수사를 하지 마라' (말)할 여지가 없었던 거죠"라고 했다. 이 지검장이 내세운 알리바이 논리와 정확히 일치한다. 

"2017년도에 지청에 부패범죄 수사 권한이 없어졌거든요. 그때 (전국) 41개 지청에 대해서 부패범죄 특별수사 총량을 줄이기 위해서 지청은 부패범죄 수사를 하지 못한다고 (문무일 당시) 총장님이 결정을 하시고 그것에 따라서 지침이 만들어졌어요. 그래서 안양지청 같이 부패범죄수사부가 없는 데서 부패범죄 수사를 하기 위해선 대검 승인을 받아야 해요. 그러면 그 지침에 따라서 수사계획서와 승인요청서를 보내게 돼 있거든요. 그게 저희 (반부패부)한테 온 게 없기 때문에..."(지난 2월 1일 기자화 전화통화에서 김형근 전 대검 반부패부 수사지휘과장)

김 전 과장은 다만 안양지청으로부터 이 검사 혐의를 보고받았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못한다. 김 전 과장은 "감찰 관련 부분은 이규원 검사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보고를 한 차례 받은 사실이 있어요. 그런데 그게 수사를 개시하겠다는 내용은 아니었어요. 그건 별도 보고죠"라고 말한다. 김 전 과장은 당시 안양지청 보고가 수사개시 보고가 아닌 감찰개시 보고였다며 기자에게 사실과 다른 말과 한다. 그는 "저희가 따로 (안양지청에) 피드백을 준 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면서 '이 지검장으로부터 답변을 받은 바 있느냐' 물음엔 "그런 것 없어요"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감찰 부분도 반부패부 승인이 필요한가' 질문에는 "감찰 건은 대검 감찰부와 수원고검이 담당하는 부분이죠"라는 이유를 댔다. 그러면서 "일선 청에서 수사를 하겠다고 하는데 저희(반부패부)가 불승인한 전례가 없어요. 그러니까 (수사개시) 그걸 올리면, 왔다면 당연시 승인이 되는 절차예요"라고 덧붙였다. 안양지청이 이 검사를 수사하겠다고 보고만 했다면 당시 반부패부는 승인했을 것이란 얘기다. 

이 지검장과 알리바이 전략을 공유하는 김 전 과장의 말은 수사 결과와 같지 않다. 김 전 과장은 이 지검장 지시를 받고 "안양지청 차원에서 해결해달라, 이 보고는 안 받은 것으로 하겠다"라고 말했다는 게 수원지검 수사팀 결론이다. 피드백이 전혀 없었다는 해명과 달리 수사책임자에게 수사 무마를 시도한 것이다. 이같은 행위엔 지청장이 '수사하지 않겠다' 결론 내면 지청 검사는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두 번째 알리바이가 숨어있다. 안양지청 차원에서 더는 수사하지 않겠다고 정한 것인 만큼 반부패부 차원의 외압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김 전 과장은 기자에게 수사 방향을 두고 일선검사와 지휘부가 의견이 달랐던 강원랜드 사건을 사례로 들며 "검찰권이라는 건 검사 개인이 결정하는 게 아니고 어떻게 보면 그 청이 결정하는 거거든요. 지청이면 지청장이 결정하는 거"라고 주장했다. 검사는 지청장, 지검장, 총장에게 지휘를 받는 입장이지만 주임검사는 부당한 지휘를 따를 의무가 없는 단독관청이다. 김 전 과장이 내세우는 두 번째 알리바이는 직권남용죄 구성요건인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다'를 부정하는 것이어서 첫 번째 알리바이보다 약하다.  

결국 안양지청은 2019년 7월 3일 "수사의뢰 대상자 전원 불기소처분 하겠다"는 보고서를 반부패부에 올렸다. 반부패부는 '더 이상의 진행 계획 없음'이란 문구를 추가한 보고를 다음 날 다시 제출하게 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피고인(이 지검장)이 안양지청 수사팀 검사들의 의사에 반하는 최종 수사결과보고서를 작성하게 제출하게 함으로써, 안양지청장 이현철 및 안양지청 수사팀 검사들의 수사권 행사를 방해하고 이들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이 지검장 공소장에 적었다. 안양지청 검사들은 범죄수사 개시 권한을 침해받고(권리행사방해) 의지와 다른 수사보고서를 써야만 했던(의무없는일) 직권남용 피해자란 뜻이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aftershock@wikileaks-kr.org

기자가 쓴 기사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