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업계 “광주 붕괴사고 수습만 놓고 보면 기업에 유리해지는 표현” 지적
HDC현대산업개발 광주 붕괴사고 사과문이 수정됐다. 최초 사과문에는‘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적혀있었지만 이후 해당 문구는 ‘재해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로 내용이 바뀌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안전 문제에 대해 더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으로 접근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안전관리 전문가들은 “‘재해방지’ 표현은 결국 기업에 유리해지는 표현”이라고 비판한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사고 이틀 뒤인 지난 11일 광주 붕괴사고 사과문을 공개했고 같은 달 14일 사과문 내용을 수정했다. 이 과정에서 별도의 설명은 없었다.
HDC현대산업개발 사과문에서 수정된 내용은 ‘재발 방지’ 관련 부분이다. 해당 사과문은 최초 공개 당시 ‘전사적으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적혀 있었지만 사과문 공개 3일 후인 14일 ‘모든 건설현장에서 재해방지 대책을 수집하겠다’로 내용이 바뀌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광주 붕괴사고 사과문 내용을 ‘재발방지’에서 ‘재해방지’로 수정했다”며 “이는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회사가 더 포괄적인 안전 대책으로 접근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안전관리 업계에선 공사 관계자들의 징계 수위가 결정될 때 ‘재해 방지’로 바뀐 표현이 기업에 유리해질 수 있는 표현이라고 꼬집는다.
통상적으로 안전 관련 메뉴얼에서 재해·재발 방지대책은 묶어서 이야기 된다. 재발 방지는 좁지만 구체적인 의미고 재해 방지에는 모든 건설현장으로 보다 범위가 확대돼 넓은 의미가 이 안에 포함되게 된다. 즉 광주 붕괴사고만 놓고 봤을 때 대책의 범위를 특정 사고 현장이 아닌 모든 공사현장으로 확대하는 인상을 줄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업이 사고현장 이슈를 방어하는데에는 유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안전관리 업계 관계자는 “재해 방지와 재발 방지는 큰 프레임으로 보면 차이가 없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발 방지는 동종 유사재해를 방지하겠다는 의미로 좁지만 구체적인 뜻이고 재해방지는 모든 안전사고를 방지하겠다는 의미로 넓지만 사과 범위는 모호해지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 입장에선 재해방지 표현을 사용해 사과의 범위를 특정 현장이 아닌 더 넓은 범위로 확대할 수 있어 광주 붕괴사고 이슈 대응을 놓고 봤을 때 기업에 유리한 표현이 될 수 있다”며 “엄밀히 따지면 재해냐 재발이냐가 아니라 ‘광주 학동 건물철거공사 재해 재발 방지’라고 명기하고 사과해야 맞다”고 강조했다.
한편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선 현재 경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 16일 HDC현대산업개발 본사를 압수 수색해 본사와 현장 관계자들이 광주 학동4구역 철거 공사와 관련해 어떤 정보를 주고받았는지 조사하고 있다.
또 국회 국토교통위는 HDC현대산업개발 권순호 대표이사를 불러 광주 붕괴사고 관련 내용을 질타했고, 권순호 대표이사는 이날 “학동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재하도급 문제가 있었는지 몰랐다”며 "사고원인이 밝혀지면 책임 지겠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박순원 기자]
ssun@wikileaks-k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