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장판사의 백운규 '구속 기각사유' 檢 배임죄 추가수사 명분됐다
[단독] 영장판사의 백운규 '구속 기각사유' 檢 배임죄 추가수사 명분됐다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1.06.29 12:58
  • 수정 2021.06.2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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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영장 기각사유 "한수원, 직권남용 공모 내지 방조는 아닌가"
직권남용 구속영장 재청구까지 검토했던 수사팀 배임죄 적용 선회
한수원을 피해자에서 '모회사 한국전력에 손해입힌' 가해자로 바꿔
'민사 피고 대통령' 우려했나.. 김오수 총장, 직권남용죄만 우선 승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출처=연합뉴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출처=연합뉴스]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조작' 사건 수사팀장 교체 전날인 24일 대전지검 부장검사 회의에서 백운규(사진)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업무상 배임죄 기소의견이 만장일치로 나온 배경엔 이 사건 수사 변곡점인 '직권남용 구속영장 기각사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9일 새벽 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심리한 백 전 장관 구속영장을 대전지검 수사팀에 내주지 않으며 언론에 569자(字) 기각사유를 밝혔다. 수사팀은 백 전 장관으로부터 '월성 1호기 원전의 조기 폐쇄 및 즉시 가동중단' 검토를 지시받은 산자부 공무원이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를 압박해 경제성을 낮췄다는 점에서 업무방해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적용했었다. 구속영장청구서 범죄사실에서 산자부는 가해자, 한수원은 피해자인데 오 부장판사는 이 구도에 동의하지 못했다. 오 부장판사는 언론에 공개하는 기각사유에선 "범죄혐의에 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이므로 피의자에게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음"이라고 했을 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이유를 적지 않았다. 

<위키리크스한국> 취재 결과 오 부장판사가 청구서에 붙여 대전지검에 통보한 영장 기각사유에는 '한수원 이사회가 경제성 평가조작을 공모 내지 방조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한수원을 피해자로 상정한 검찰의 범죄사실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오 부장판사는 그 근거로 '공소사실에서 피해자인 직권남용 상대방이 실제로는 공범일 수 있다'는 박상옥 대법관의 별개의견을 제시했다. 지난해 1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문화예술인 좌파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관리한 혐의(직권남용)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을 때 박 대법관은 '파기' 결론에는 동의했지만 '파기이유'에선 별개의견을 냈다. 다수의견은 원심이 판단한 유죄부분 일부에서 직권남용 상대방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영화진흥위원회·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의무 없는 일'을 했는지 별도 심리가 없었음을 지적했다. 반면 박 대법관은 "각 법인 직원들의 행위가 피고인들의 위헌·위법한 행위에 대한 공모 내지 방조에 해당하는지 수사와 소추 여부 결정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세 법인을 피해자 지위에서 "의무 없는 일을 하였다는 점에 대해서만 수사와 공소가 이루어짐으로써 사건의 실체가 왜곡될 수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박 대법관이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을 '블랙리스트 공범'으로 의심한 것처럼 오 부장판사는 한수원을 '경제성 평가조작 공범'으로 달리 본 것이다. 

영장 기각 직후 대전지검 수사팀은 내부적으로 '주식회사인 한수원 이사들에겐 공무원에게만 있는 직무권한이 없는데 어떻게 직권남용 공범이 되나' 반발하며 백 장관 구속영장 재청구를 한때 검토했지만 장기간 법리검토 끝에 오히려 추가수사 지점을 발견했다. 수사 결과 백 전 장관은 2018년 4월 산자부 공무원에게 지시해 한수원 스스로 '월성 1호기를 가동할수록 적자가 난다'는 내용의 거짓 의향서를 쓰게 했다. 한수원은 한국전력의 자회사이고, 한전 지분의 49%는 민간이 보유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경제성이 충분한 원전을 조기폐쇄하면 한전에는 손해'라는 배임 주장이 한전 주주들로부터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이같은 증거수집을 바탕으로 가해자와 피해자 구도를 다시 그렸다. 영장 청구 전후로 피해자가 한수원에서 한전으로 바뀌고 업무상 배임죄가 새로 적용된 이유다. 이렇게 되면 백 전 장관을 계속해서 가해자로 규정할 수 있다. 대전지검은 부장회의를 통해 백 전 장관과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공모한 것으로 결론 냈다. 

이달 새로 취임한 노정환 대전지검장으로부터 28일 부장검사 회의 결과를 보고받은 김오수 검찰총장은 '직권남용 부분은 불구속 기소하되 배임 부분은 민간이 참여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붙여라'고 지시했다. 김 총장으로선 검찰이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하면 향후 문재인 대통령이 민사소송이 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원전 조기폐쇄 결정의 시작엔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하느냐"는 문 대통령의 물음이 있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대통령은 재임기엔 소추 대상이 되지 않지만 민사에선 얼마든지 피고가 된다. 실제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출금(出禁) 검찰 수사와 별개로 진행 중인 민사소송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대통령 공개 수사지휘로 혐의가 없는데도 사실상의 피의자로 입건됐다'는 소장을 받고 "수사지휘가 아닌 당부였다"는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피고가 되려면 먼저 형사재판에서 청와대가 배임죄 공범임이 우선 입증돼야 한다. 대전지검 수사팀이 산자부에 압력을 넣은 채희봉 전 산업정책비서관을 직권남용죄로만 기소하겠다고 한 건 대검 수뇌부를 설득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이자 백 전 장관을 배임죄로 기소하기 위한 일종의 타협책인 셈이다. 지검장에게 권한이 있는 수사심의위 직권신청을 포함한 지휘부의 최종 결정은 이 사건 수사팀장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이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으로 좌천성 전보되는 다음 달 2일 이후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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