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 일본 추월 8년, 적자무역 계속... 對日 의존도 풀 해법은
반도체 산업 일본 추월 8년, 적자무역 계속... 對日 의존도 풀 해법은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07.16 17:41
  • 수정 2021.07.16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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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자립화 이뤄냈다" vs "탈(脫)일본 실패"
"R&D 적극 지원과 수입처 다양화 위한 외교적 노력 필요"

[편집자주] 지난 2013년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2위로 올라섰다. 반도체 부문에서 일본을 앞지른 것은 1980년대 삼성전자를 필두로 반도체를 본격 생산하기 시작한 이래 30년 만의 일이었다. 2017년에는 반도체 기업 매출 1위까지 탈환했지만 일본과의 적자 무역은 계속돼 여전히 긴장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기업 입장에서 대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최선의 전략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이재용 부회장 등 경영진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부회장 등 경영진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국내 반도체 산업에서 일본의 존재는 핵심 거래처이자 동시에 계륵인 존재다. 일본과의 교역에서 소재·부품 등 수입은 계속되는데 수출 규모는 제자리라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격차를 필두로 한 수십년 간의 혁신 끝에 일본을 추월한 지 8년이 됐지만 아직도 넘어야 하는 산인 셈이다. 정부에선 대일 의존도를 줄이라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자립 성과를 강조하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선 위험 부담이 큰 만큼 '계륵'으로 불린다.

1970년대 초반까지도 우리나라는 반도체의 불모지였다. 1960년대 중반까지 라디오와 일부 초보적인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수준이었다. 반도체 관련 학문을 가르친 곳도 1972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문을 열면서부터다. 당시 김충기 KAIST 교수는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소규모 설비를 갖춰놓고 국내 최초로 ‘반도체공정’을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그 강의를 들었다.

당시 삼성전자에서는 이건희 전 회장을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이 추진됐다. 그러나 반도체 사업을 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부정적 견해와 미국·일본을 어떻게 이길 수 있겠냐는 자조 섞인 푸념이 팽배했다.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인 페어차일드가 인원을 감축하고, 인텔·내쇼날 등이 생산 시설을 축소할 정도로 반도체 사업 전망은 지극히 어두웠다. 일본 미쓰비시 기업은 '한국이 반도체 사업을 할 수 없는 이유 5가지'를 열거하며 비아냥대기까지 했다. 

반도체는 선진국이라 불리는 경제대국에서나 가능했던 사업이었고 세계시장은 인텔, IBM, NEC, 히타치 등 미국과 일본 기업 위주로 판이 짜여 있었다. 그럼에도 이병철 삼성전자 회장의 사재를 털어 삼성은 한국반도체를 인수하고 본격적으로 반도체 사업에 나섰다. 이후 1983년 미국, 일본에 이어 64K D램을 생산했고 1995년에는 세계 최초로 256M SD램 개발에 성공하게 된다.

2013년에는 드디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2위로 올라섰다. 이에 그치지 않고 2017년에는 미국 인텔마저 제치고 반도체 기업 매출 1위 자리를 탈환하는 데 성공한다.

이렇게 반도체 산업은 비약적인 성장을 비뤄냈지만 동시에 일본과는 불편한 관계가 이어졌다. 일본과의 경쟁에서 이겼지만 여전히 일본은 주요 수입처로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럼에도 수출은 미약한 적자 무역이 계속돼 대일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은 계속해서 제기됐다. 

2년 전 발발한 한일 간 무역분쟁은 여기에 휘발유를 얹은 격이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해 정부의 허가 없는 전략물자 수출을 불허했고 비민감품목에 대한 간소화 혜택도 폐지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셈볼룸에서 열린 대한민국 소재·부품·장비산업 성과 간담회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셈볼룸에서 열린 대한민국 소재·부품·장비산업 성과 간담회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수출규제 2년을 맞은 현재 국내에선 반도체 전략물자 대일 의존도가 크게 줄었다고 자평한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1년간 수출규제 3개 품목의 통관 수입실적을 분석한 결과 포토레지스트와 불화수소는 대일(對日) 수입 의존도가 각각 6%포인트, 33% 포인트 감소했으며 벨기에와 대만으로 수입처가 다변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탈(脫)일본에 성공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박수현 청와대 소통수석은 이달 1일 SNS를 통해 "아직 가야 할 길과 극복할 과제는 남아있지만, 소부장 독립운동은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소부장 100대 핵심부품의 대일 의존도가 31.4%에서 24.9%로 낮아졌고, 시총 1조원 이상 소부장 중견·중소기업의 수도 13개에서 31개로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함께 마침내 소부장 독립기념일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일본은 “수출규제 강화 전과 후 한국의 대일 의존도는 불화수소 43.9%→13.0%, 포토레지스트 91.9%→85.2%로 나타났다"라며 탈일본에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소재·부품 분야 대일 무역적자는 2019년 141억 달러에서 지난해 153억7천만달러로 확대되는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소재·부품 수입액 총 1천678억달러 가운데 일본 제품은 267억9천만달러로 16.0%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2019년의 15.8%와 비교하면 소폭 상승한 수치다.

업계에선 대일 의존도를 확 줄일 수는 없다며 수년 간의 연구개발(R&D) 지원과 수입처 다양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 전문가는 "R&D는 단기간에 결코 성과를 낼 수 없고 오랜 기간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만큼 세제 지원 등 지속가능한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반도체 기업 TSMC로 대표되는 대만과의 관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무역 비중에서 중국·미국산은 큰 변화가 없는데 대만산은 크게 늘어나고 있어 경쟁 상대만이 아닌 다각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소부장 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장관들은) 지원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해 주길 바란다"며 "이제는 대일 의존도가 큰 품목들에 대한 지원을 넘어 소부장 산업 전반으로 지원을 확대해 달라"고 주문했다.

포토레지스트 개발 업체로 '소부장 으뜸기업'에 선정된 동진쎄미켐의 이준혁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위기 극복 과정과 경험은 앞으로 소재 국산화의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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