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외줄타기' 양안관계와 반도체 위기론
[기자수첩] '외줄타기' 양안관계와 반도체 위기론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07.20 15:24
  • 수정 2021.07.20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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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분쟁 핵심 의제로 떠오른 '하나의 중국'
美, 대만 통한 동맹 외교 가속화
TSMC, 화웨이 거래 중단하며 미국 편으로 완전 선회
국내 '반도체 위기론' 고조... 국제 정세 영향 클 수 밖에 없어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017년 다보스 포럼 회동. [출처=연합뉴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017년 다보스 포럼 회동. [출처=연합뉴스]

오늘(20일) 자로 취임 6개월을 맞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당초 예상과 달리 중국에 대한 강경대응책을 이어가고 있다. 취임 전만 해도 '공산당 커넥션'이라는 오명을 쓸 정도로 친중 논란이 짙었던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 이상으로 압박 기조를 높이고 있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거칠게 공격하면서도 패권주의 외교로 동맹관계를 냉각시키는 ‘아메리칸 퍼스트’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과 우방국을 규합해 중국을 전방위에서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여기에 신장위구르 지역 인권 문제와 남중국해 갈등과 같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툭툭 건드리는 등 견제의 고삐를 죄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견제를 위한 핵심 축은 중화민국(대만)이다. '양안관계'로 대표되는 중국-대만 관계는 2013년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1949년 국공내전 패배 이후 현재의 대만으로 천도한 국민당 정부는 중국 영토가 누구 것인지 치열한 논쟁을 벌여왔다. 그럼에도 1971년 유엔 총회에서 상임이사국 지위를 중국에 뺏기고 회원국 자격까지 박탈당하자 미승인국으로 전락한 대만의 목소리는 자연스레 묻혔다.

미국은 이런 대만을 중국 압박을 위한 핵심 동맹국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2019년 대만을 국가로 분류해 '하나의 중국' 정책 공식 폐기를 시사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도 대만은 대표적 우방 국가로 꼽힌다. 중국에 대한 노골적인 압박보다 대만 기업과의 협력 강화와 동조로 산업 주도권을 조금씩 뺏어오는 것이다.

그 중 대만 반도체 기업 TSMC는 사실상 미중 무역분쟁의 주요 전장이다. TSMC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수탁 생산업체(파운드리)로 시장의 절대 강자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산업에서 생산 공정만 전담하는 기업이다. 자체 완제품이 아닌 고객으로부터 위탁받은 제품만 대신 생산하는 셈이다. 주 고객은 완제품을 생산하는 IDM(종합반도체기업)이다. TSMC는 고객사와의 네트워크가 촘촘해 망하지 않는 세계 1위 '파운드리 제국'으로 불린다. 

TSMC는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면서 완전한 미국 편으로 선회했다. TSMC는 지난해 중국 최대 통신 업체인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했다. 화웨이는 당시 TSMC의 2대 고객이었다. TSMC는 또 오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애리조나에 5나노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TSMC의 가장 큰 시장이다.

백악관이 반도체를 단순한 상품이나 산업을 넘어 안보 자산이라는 점을 명백히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를 "인프라"라고 규정하면서 "중국 공산당이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고 지배하려는 공격적인 계획을 갖고 있는데,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미국은 동맹국에게 반 화웨이 전선에 동참해달라는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화웨이의 통신장비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이용될 수 있다며 동맹국들을 상대로 화웨이 장비 배제를 요구해왔다. 미국과 기밀 정보를 공유하는 동맹체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구성원인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영국은 상당 부분 동조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TSMC. [연합뉴스]

'외줄타기' 양안관계를 고려하면 대만은 미국과 동맹을 강화할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중국은 한 국가 두 체제인 '일국양제'를 거부하고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고 있다.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1주년을 맞아 홍콩 범민주진영은 사실상 궤멸 위기에 놓였다. 홍콩의 대표적 반중 성향 매체 빈과일보는 폐간됐다. 티베트와 신장위구르 자치구는 국제 사회의 계속되는 인권 탄압 지적에도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변화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만은 이런 '하나의 중국'의 궁극적 목표다. 중국은 당초 표면상으로는 높은 자치권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대만과의 일국양제 통일을 요구했다. 하지만 홍콩 보안법 제정 이후 대만에서 일국양제 통일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면서 적대 관계는 고조되고 있다.  

적대 관계가 더 심화되면 가능성은 아직 희박하지만 중국이 대만을 흡수통일하는 방안도 실행될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2019년 신년사 연설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해 평화통일을 추구할 것이지만 무력 사용을 포기한다고 약속할 수는 없다”라며 야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시 주석은 지난 1일 공산당 100주년 축하 행사에서도 “대만 문제를 해결하고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중국공산당의 변치 않는 역사적 임무"라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우방국이지만 '외줄타기' 외교로 대만에게 영향력을 뺏기고 있다는 지적이 들려온다. 실제로 미 국방부는 2019년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자유진영의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중국 주변의 대만, 싱가포르, 뉴질랜드, 몽골을 ‘우방 국가’로 명기했다. 보고서는 이들 4개국이 믿을만하고 능력이 있는 파트너라고 언급했는데 한국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TSMC는 최근 일본에도 반도체 공장 건설을 검토하며 반도체 동맹을 확대하고 있다. 인텔은 세계 3위 '글로벌파운드리스' 인수 협상을 진행하며 합종연횡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기업 상징이었던 칭화유니그룹이 파산하고, 우한훙신반도체제조(HSMC)도 폐업하면서 흔들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대만해협 맞은편 푸젠성에서 대규모 상륙 훈련을 진행하는 등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우리는 어떤가. 정부는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한국을 대표하는 반도체기업의 수장은 영어(囹圄) 상태다. 

풍전등화 정세 속 '반도체 위기론'은 계속 점화될 수 밖에 없기에 정부의 외교력과 긴밀한 국가전략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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