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건설, 협력사에 공동연구 제안하더니 개발 완료되자 토사구팽
[단독] 현대건설, 협력사에 공동연구 제안하더니 개발 완료되자 토사구팽
  • 박순원 기자
  • 승인 2021.07.22 08:39
  • 수정 2021.07.2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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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기술개발 국산화 성공에도 기술료 내고 해외업체와 계약
전문건설업계 “해외업체 기술료 낮추는 용도로 국내 협력사 이용했을 가능성” 거론
[출처=현대건설]
[출처=현대건설]

현대건설 연구개발팀이 해양항만 공사 필수 공정인 케이슨 시공 유압 기술을 국산화하자고 협력사에 공동개발을 요청했지만 정작 기술 개발이 완료되자 협력사를 외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협력업체가 개발한 기술은 공동 개발자로 부터도 채택되지 못한 미완성 기술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협력사는 경영 위기에 처했고 케이슨 유압기술 국산화 경쟁력 역시 추락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2018년 협력업체 우진폼테크에 케이슨 시공 유압 기술을 국산화하자고 공동연구를 제안했다. 현대건설은 케이슨 유압 기술 국산화를 통해 회사의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협력사에는 케이슨 제작설비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제안서에 담았다.

케이슨 유압 기술은 해양항만 공사에 필요한 필수 공정으로 해당 기술이 없으면 건설사는 공사를 완료할 수 없다. 하지만 해당 기술은 스웨덴 회사인 비깅우데만이 독점하고 있는 분야라 국내 건설회사들은 막대한 기술 로열티를 지불하고 해당 기술을 사용해왔다.

이에 현대건설은 우진폼테크에 해외 독점 분야를 국산화해 이익을 도모하자며 공동개발을 제안했다.

현대건설이 제안한 계획서 살펴보면 양사는 이번 공동연구를 위해 각각 5억원 정도의 연구개발비를 출자하기로 했다. 우진폼테크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연구개발비로 외부 업체에 5억원 가량을 투자한 것은 창사 이래 최대 금액이라면서 공동연구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우진폼테크는 케이슨 유압 기술을 국산화 하기 위해 공장 확장과 인력 보강 등을 해야해 총 10억원 대의 연구비를 추가 지출했다.

이후 공동개발은 성공을 거뒀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말 내부 보고를 통해 케이슨 수직이동 유압 장비와 수평이동 유압 장비 기술개발에 성공했고 성능 검증이 완료됐다고 결론냈다. 케이슨 유압장비 국산화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그런데 올해 초 인천항만 1-2단계 컨테이너 부두 하부공사 입찰을 앞두고 기류가 변했다. 당시 현대건설은 인천항만 컨부두 하부공사 입찰을 위해 우진폼테크에 입찰용 설계도를 요청하면서 스웨덴 비깅우데만에도 설계도를 요청했다.

이때 현대건설은 해외 업체에는 설계만 받아보는 것이라고 우진폼테크 측에 설명했지만 올해 2월 실제 입찰에서는 국산 공동개발자가 아닌 해외 비깅우데만과 계약했다. 인천신항 1-2단계 컨부두 하부공사는 총 공사비 3500억원 규모의 대형 사업이다.

현대건설이 자체 기술개발에 성공하고도 해외 업체와 계약하게 되면서 협력사는 경영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사는 약 10억원 대의 개발비와 3년 여의 시간을 들여 기술 개발에 성공했지만 현재 이 기술은 공동개발자로 부터도 외면받은 미완성 기술이라는 프레임에 씌워지게 됐다.

우진폼테크 관계자는 “현대건설과 공동개발해 케이슨 유압기술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현대건설은 전화 한 통으로 사용을 거부했다”며 “현재 이 기술은 개발 성공에도 불구하고 공동 개발자로 부터 외면받는 기술이라는 프레임에 씌워져 신뢰를 잃게 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대건설이 케이슨 유압장비 국산화 개발 성공 카드를 해외 업체와 딜을 하는 용도로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기존 스웨덴 비깅우데만 사는 국내 건설회사에 높은 이용료를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비깅우데만 사가 거래처를 잃을 것을 우려해 현대건설에 로열티 비용을 삭감한 새 계약 조건을 제시했고 현대건설이 이를 수용했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이다.

전문건설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케이슨 유압기술 국산화에 성공하고도 비용이 30% 이상 더 드는 해외 업체와 계약했다”며 “국내 협력사와 공동개발한 기술을 해외 업체와의 협상 카드로 사용한 게 아니라면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다”고 지적했다.

 

현대건설은 자체 보고를 통해 케이슨 유압장비 성능검증이 완료됐다고 알렸다. [출처=위키리크스한국DB]
현대건설은 지난해 말 자체 보고를 통해 케이슨 유압장비 성능검증이 완료됐다고 알렸다. [출처=위키리크스한국DB]

한편 현대건설 측은 공동개발 기술의 안전성 문제가 검증되지 않았고 협력사의 경영 상태가 좋지 않았던 점이 현장 적용 불가의 이유였다고 설명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기술 공동개발에 성공해 성능 검증이 완료됐지만 안전성 문제로 현장 적용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봤다”며 “또 연구 과정에서 협력사가 법정관리를 겪은 점도 이 판단에 고려됐다”고 밝혔다.

이에 우진폼테크 측은 “현대건설은 우진폼테크가 법정관리 상태인 점을 아는 상황에서 공동연구를 지속했고, 때문에 회사가 법정관리에 처했던 점은 공동 개발기술 외면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정말 법정관리가 문제였다면 올해 초 인천신항 컨부두 공사에 입찰할 때 입찰 도면을 요구하지 않았을 것이고 회사는 이미 법정관리 인가를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건설은 케이슨 유압장비 Mock-up 테스트를 통해 성능 검증이 완료됐다고 상부에도 보고했다”며 “성능 검증을 안전성만 빼고 완료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데 이제와서 안전 검증이 안됐다 한다면 이는 핑계일 뿐이다”고 강조했다.

[위키리크스한국=박순원 기자]

ssun@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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