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손정의와 최태원의 평행이론... 이동통신에서 투자전문사로
[취재파일] 손정의와 최태원의 평행이론... 이동통신에서 투자전문사로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08.20 18:01
  • 수정 2021.08.2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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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오른쪽)과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AP=연합뉴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오른쪽)과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AP=연합뉴스]

"개와 늑대가 냄새로 같은 종을 찾듯이 본능적으로 우리는 같은 동물이라고 느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도쿄 포럼 2019'에서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와 대담을 나누면서 꺼낸 말이다. 당시 정보기술(IT) 공룡 기업의 두 수장은 지난 20년간의 '인연'을 회상하며 AI 기술이 이끌 미래에 대한 거침없는 전망을 내놨다. 

21년 전, 마윈에게는 20분의 프레젠테이션 시간이 주어졌지만 손정의는 6분만에 말을 끊어버리고 투자를 결심했다. 손정의가 투자한 2000만 달러의 투자금은 후대에 알리바바가 상장되면서 무려 578억 달러(약 59조원)에 달하는 가치로 3000배의 대박을 냈다. 알리바바는 소프트뱅크 시총을 한참 뛰어넘으며 '청출어람'의 본보기가 됐다. 

손 회장은 그 날을 회상하며 "다른 사람은 돈을 투자해달라고 했는데 마윈은 투자해달라는 말은 않고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어떻게 돼야 하는지,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했다"고 언급했다. 마윈도 "대화를 시작한 지 5분 만에 손 회장이 자신의 돈을 가져다 쓰라고 하더라"며 "손 회장이 5000만달러를 가져가라 했는데 중간쯤인 2000만달러로 타협했다"고 전했다.

손 회장이 스타트업 '알리바바'를 단번에 알아보고 투자에 뛰어들었듯 초기 투자는 매우 중요하다. 액셀러레이터(투자자) 입장이나 창업자 입장이나 3년 이하 초기 창업 단계는 기업의 방향을 선도할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소프트뱅크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세계 최대의 투자자다. 일본의 이동통신사로 지배력을 거느리는 소프트뱅크는 이제 통신기업으로의 정체성보다 투자전문기업으로 더 정평이 나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소프트뱅크는 관련 스타트업들에게 840억 달러(약 97조 원) 이상을 투자했다. 소프트뱅크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함께 조성한 세계 최대 기술 펀드인 '비전펀드'는 매년 200억 달러(약 23조원)를 테크 관련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손 회장은 초기 일본 내 PC보급에 앞장섰고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이동통신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다가 알리바바 상장을 계기로 인수합병(M&A)과 투자를 주력으로 내세운다. 손 회장이 스타트업 알리바바를 단번에 알아보고 투자에 뛰어들었듯 초기 투자는 매우 중요한 셈이다.

23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맡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사진=연합뉴스]

SK텔레콤을 주력으로 하는 SK그룹도 소프트뱅크와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04년 이후 기업의 목표는 '이익 극대화'가 아닌 '사회적 가치(SV)'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강조한 그는 재계에서 선구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채택했다. SK그룹은 매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데, 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지난해 SV는 10조3357억원으로 집계돼 전년(9조171억원) 대비 1조원 이상 늘었다.

최 회장은 지난 2019년 국내 최대의 민간 사회적가치 플랫폼 SOVAC(Social Value Connect)을 출범시켜 사회적기업·소셜벤처와 투자자들을 연결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을 성장시키고 사회적 기업 투자 생태계를 활성화 한다는 취지다. 사회적 기업과 소셜벤처는 환경 보호, 취약계층 일자리 제공 등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오는 11월에는 SK텔레콤이 인적분할해 투자전문회사 'SK스퀘어'를 신설하기로 확정했다. 오는 10월 12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인적분할 계획을 최종 확정하고, 분할기일인 11월 1일 SK텔레콤(존속회사)과 SK스퀘어(신설회사)로 공식 출범한다.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ADT캡스, 콘텐츠웨이브,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 16개 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정보통신기술(ICT) 투자와 M&A, 자회사 기업공개(IPO)에 집중한다. SK그룹 신사업 자회사를 총괄하는 중간지주사인 동시에 글로벌 투자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존속법인 SK텔레콤은 사명을 유지하고 본업인 이동통신(MNO) 사업에 주력한다.

특히 반도체·ICT 영역에서 이와 같은 전략을 기반으로 ▲적극적 투자/ M&A  ▲New ICT 포트폴리오 성장 ▲새로운 미래성장동력 창출을 통해 순자산가치(NAV)를 2025년에는 현재의 세 배인 75조 원 규모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먼저 반도체 분야에서 공격적인 투자 및 인수합병(M&A) 추진 등을 통해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를 제고하는 동시에, 정부와 민간이 함께 추진중인 ‘K반도체 벨트’ 조성에 힘을 쏟고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강화하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SKT 박정호 CEO는 “새롭게 출범하는 SK스퀘어는 글로벌 ICT 투자전문기업으로 도약해 반도체 등 미래 핵심산업을 진흥하고 생태계 활성화를 선도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대한민국 경제와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출처=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출처=연합뉴스]

투자를 이끄는 SK그룹은 계열사가 총 144개로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많다. 소프트뱅크 또한 전세계 유망 벤처기업을 싸그리 인수한 끝에 자회사가 무려 1400여개를 넘는다. 소프트뱅크 창업 30주년을 맞은 2010년 발표한 '신 30년 비전'에서 손 회장은 "30년 이내에 5000개의 계열사 집단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소프트뱅크처럼 국가를 대표하는 통신사업자가 투자전문사로 탈바꿈한 것은 이례적인 경우다. 

굵직한 M&A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사회적 기업과 ICT 투자를 강조하는 SK그룹도 비슷한 행보를 밟고 있는 셈이다.

연매출 139조원, 영업이익 9조원, 임직원 11만명, 계열사 144개를 거느린 초대형 기업의 수장으로서 최 회장이 견뎌야 할 왕관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질 수 밖에 없다. 왕관을 쓰려는 자는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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