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일제 강제동원 韓전범, 韓위안부와 피해성격 달라"
헌재 "일제 강제동원 韓전범, 韓위안부와 피해성격 달라"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1.08.31 17:36
  • 수정 2021.08.3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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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14일 일제강점기에 일본 군무원으로 강제동원돼 제2차세계대전 이후 BC급 전범이 된 한국인(조선인)과 그 유족의 법률 대리인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2014년 10월 14일 일제강점기에 일본 군무원으로 강제동원돼 제2차세계대전 이후 BC급 전범이 된 한국인과 그 유족의 법률 대리인(가운데와 오른쪽)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일제의 강제동원으로 연합군 포로수용소에 근무했다가 종전 후 국제전범재판에 회부돼 BC급 전범으로 처벌받은 한국인들이 한일협정에 따른 분쟁해결절차에 한국 정부가 임해야 한다는 헌법소원을 냈지만 7년만에 각하됐다. 

31일 헌법재판소는 5대4 의견으로 BC급 전범으로 처벌받은 한국인과 그 유가족들이 외교부장관을 상대로 낸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한일협정) 제3조에 따른 '분쟁해결 부작위 위헌확인' 청구를 각하했다. 1965년 한일 양국은 서로의 국민들이 일제 시절 재산을 포함한 청구권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한일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 제2조는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음을 확인한다"고 선언하면서도 협정 해석이 단일하지 못한 부분을 대비해 제3조 1항에서 "분쟁은 우선 외교상의 경로를 통하여 해결한다"고 정했다. 외교상의 경로는 '중재위원회'를 뜻하는데 이 기구는 한일 정부 어느 한쪽이 중재를 요청하면 양쪽 중재위원 2인과 제3국 중재위원 1인으로 구성된다. 일본 정부가 한일협정에 따라 한국인 전범 청구권 문제도 해결됐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청구인들은 2014년 한국 정부가 한일협정에 따른 분쟁해결절차에 나아가야 한다는 헌법소원을 냈다.  

청구인들은 일제강점기 시절인 1941년 태평양전쟁이 발발하자 일제에 의해 연합군 포로들을 감시하는 포로감시원으로 동남아시아 각국에 위치한 연합군 포로수용소에 강제동원됐던 이들이다. 당시 이들은 하급 군무원으로 상관인 일본군 명령을 받아 연합군 포로들을 통제했는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연합군 포로들을 학대했다는 이유로 국제전범재판에 회부돼 전범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2004년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국내적으론 '강제동원 피해자 또는 희생자'가 됐다. 국내 신분과 국제 신분이 정반대 성격을 가지는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 헌법소원 쟁점은 한국 정부가 이들의 국제 신분보다 국내 신분을 우선 존중해 일본과 교섭에 나아가야 하는 의무가 있는지였다. 한국 정부가 한일협정에 따라 일본 정부와 분쟁해결절차에 나아가야 할 '작위 의무'가 없다면 법리적으로 '부(不)작위로 인한 기본권 침해로 위헌'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수의견인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이선애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4인은 "(청구인들이) 국제전범재판소에 회부되어 제대로 된 조력을 받지 못하고 처벌을 받은 안타까운 역사적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국제전범재판소 판결은 국제법적으로 유효하고, 피청구인(한국 외교부)을 비롯한 국내 국가기관이 이를 존중하여야 함"이라고 판단했다. 기존 헌재가 한국 정부에 분쟁해결절차에 나아가야 한다고 주문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사건이나 원폭피해자 사건이 가지는 '일제의 반인도적 불법행위'와 사안이 다르다는 취지다. 이번 헌법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해마루는 앞서 '부작위 위헌'으로 결론이 난 두 사건과 이번 사건의 성격이 같다고 주장해왔다. 각하 결론에는 동참했지만 별개의견을 낸 이종석 재판관은 한일협정에 따른 '국가의 국민에 대한 분쟁해결절차로 나아가야 할 의무' 자체를 부정했다. 

본안 판단에 나아가는데 1명이 부족했던 소수의견은 다수의견과 달리 한국 정부의 작위 의무를 인정했다. 일제 군무원으로 강제동원된 사실 자체가 이미 불법행위이기 때문이다. 이석태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 4인은 "(청구인들이) 일본군의 연합군 포로수용소에서 근무하면서 일본군 상관의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명령에 복종한 채 연합군 포로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이어 이들이 피해를 '일제에 의한 반인도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로 인한 피해'로 규정했다. 때문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와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제강점기에 일제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로 인하여 입은 피해에 대한 청구권과 그 성격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소수의견은 소송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는 다수의견과 달리 본안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과거 위안부피해자 사건과 성격이 같다고 봤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위헌의견으로 보인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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