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진실유포죄 구출코드 '310' 열쇠는, 大法 '공사' 말고 '공익' 
[WIKI 프리즘] 진실유포죄 구출코드 '310' 열쇠는, 大法 '공사' 말고 '공익' 
  • 윤여진 기자
  • 기사승인 2021-09-07 15:10:34
  • 최종수정 2021.09.0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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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전 헌재 재판관 4명 "공사 나누고, 사생활 유포만 처벌해야"

진실을 말했어도 사람을 비방했다면 형사재판에 넘겨지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온 지 6개월 만에 대법원이 처벌 예외 사유인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를 좁게 해석하는 판결을 내놨다. 

지난달 26일 대법원 2부(조재연 민유숙 이동원 천대엽 대법관)는 징계절차 회부 문서를 사내 게시판에 통지한 징계 담당 회사 직원에게 형법 제307조 1항(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적용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피고인은 징계혐의자에게 보내야 하는 내용증명 형태의 등기우편 서류를 관리소장을 시켜 근무현장 사내 게시판에 게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 판결 쟁점은 확정되지 않은 징계혐의 내용이 담긴 문서를 징계혐의자뿐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볼 수 있게 사내 게시판에 게시한 행위가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하는지였다. 형법은 제307조 1항 적용의 예외사유로 제310조에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고만 정했다. 때문에 대법원은 국가·사회 이익뿐 아니라 회사 같은 '특정한 사회집단'의 이익도 '공익'에 포함된다는 해석론을 발전시켜왔다. 

원심과 상고심이 갈린 건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기준을 정한 2007년 대법원 판례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를 다르게 해석했기 때문이다. 

징계절차 회부 문건 사내 게시 행위를 유죄라고 본 1심을 파기한 원심은 사내 징계회부 사실은 공적 절차인 까닭에 '공적 관심의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징계에 회부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사생활에 관한 사항이 아니고 회사의 공적인 절차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징계혐의 사실과 징계회부 사실을 기계적으로 구분한 뒤 각각 '사생활'과 '공생활'로 연결한 법리로 재판부는 "절차에 관한 사항은 그 절차의 사유가 되는 특정인의 구체적인 행위에 관한 사실보다 더 큰 중요성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고"라고 했다. 구체적인 공익은 "회사 내부의 원활하고 능률적은 운영의 도모"로 정의했다. 

이동원 대법관. [출처=연합뉴스]
이동원 대법관. [출처=연합뉴스]

항소심을 재차 파기한 대법원은 징계회부 사실과 징계혐의 사실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이 사건 회사에서 근무 중 저지른 비위행위에 관하여 징계절차가 개시되었다는 것이어서 공적인 측면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공적인 측면이 있다고 하여 징계절차에 회부된 단계부터 그 과정 전체가 낱낱이 공개되어도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결론 냈다. 징계회부 사실이 공개되면 징계혐의 사실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실제 징계회부 문건에는 '상급자의 업무와 관련된 훈계에 대하여 불량한 태도를 보임'이라는 개략적인 징계사유가 적혔다. 대법원은 "징계혐의 사실은 징계절차를 거친 다음 일응 확정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내 게시는 징계사유가 확정됐을 때 이뤄져야 공익으로 간주하는 '회사의 이익'이 성립한다는 뜻이다. 

대법원 판결은 헌재가 지난 2월 25일 형법 제307조 1항을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합헌을 유지한 이유 '대법원의 사정'에 부합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법조계 내부에서 이견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 다수의견은 "대법원은 위법성 조각사유(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를 가능한 넓게 해석함"을 이유로 형사처벌 범위를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내용인 경우'로 축소하는 '일부 위헌' 의견에 동참하지 않았다. 소수의견인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수사 및 형사재판 절차에서 마주하게 될 공익성 입증의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재판부 또는 심급마다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 입증이 달라질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우려했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사생활이 아닌 것'에서 '공익이 아닌 것'을 분리해내려고 시도했다는 점에서 '사생활 그 이상' 범주를 만들어내 헌재 소수의견 지적을 피해갔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 사건 상고심 주심 이동원(사진) 대법관은 판결문에 "(징계절차 회부) 문서에 적시된 내용이 피해자의 사생활에 관한 것이 아니고"라고 분명히 했다. 헌재 소수의견은 진실을 '사생활'과 '사생활이 아닌 것'으로 나눴고 이 사건 항소심도 이같은 체계를 따랐는데, 대법원은 '사생활이 아닌 것'이 '공익'과 '공익이 아닌 것'으로 분화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대법원 판결을 적극 해석하면, 헌재 소수의견처럼 사생활을 공개한 행위만을 재단할 때 오히려 '사생활이지만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는 선처받지 못하고 '공공의 이익이 아니지만 사생활에 관한 때'는 반대로 구제받는 역설이 발생하는 셈이다. 다만 이 부분 대법원의 구체적인 법리 전개는 따로 없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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