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백악관 X파일(102) 러시아, 중국 겨냥한 북방정책…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험난한 여정
청와대-백악관 X파일(102) 러시아, 중국 겨냥한 북방정책…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험난한 여정
  • 특별취재팀
  • 승인 2021.09.07 16:00
  • 수정 2021.09.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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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백악관 x파일
청와대 백악관 x파일

노태우 정부가 출범 때부터 내세운 것이 공산권과의 유대를 강화하겠다는 ‘북방정책’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유엔 가입이 필수적인 과제였다.

그동안 박정희 - 전두환 정권도 유엔 가입을 꾸준히 추진했지만, 소련과 중국의 반대로 거대한 벽을 넘을 수가 없었다. 결국 한국 정부는 ‘남북한 동시가입’ 추진을 추진했다.
하지만 북한은 오랫동안 한국 정부의 계획에 동의하지 안았다.

그러던 북한이 1991년 3월 한국과 함께 유엔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태도를 바꾼 이유는 ‘한국이 유엔 회원국이 되고 나면 한반도를 영원한 분단국으로 만들 것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달았다.

내부적으로 북한이 입장을 바꾼데는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등 공산권 진영이 흔들리면서 체제 불안이 가중돼 일단 국제사회에서 국가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작용했다.

노태우 정부는 현홍주 주미대사를 주축으로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유엔 동시가입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 외에 국내 정치권 설득도 장애물이었다.

노태우 정부가 유엔 가입을 외교 1순위 현안으로 정했지만, 국회의 야당은 물론 여당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이 목표에 그다지 열성을 보이지 않았다. 외무부의 일부 관료들도 한국이 유엔 가입에 실패할 경우 곤란해질 상황을 두려워하며 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외부적으로는 중국, 소련이 한국의 가입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았다.

현홍주 대사는 뉴욕타임스에 ‘이제는 한국이 착석해도 되겠습니까?’라는 제목으로 한국 가입의 정당성을 호소하는 기고문을 싣기도 했다.

1990년 5월 중대 전환점이 왔다.

노 대통령은 일이 잘 안풀릴 경우 외교적인 망신을 당할 것을 무릅쓰고 꾸준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미 샌프란시코에서 노태우-고르바초프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을 위해 부시 대통령이 막후에서 지원 사격을 해줬다.

1990년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노태우-고르바초프 정상회담. 이 회담은 한국과 소련의 관계를 결정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연합뉴스]
1990년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노태우-고르바초프 정상회담. 이 회담은 한국과 소련의 관계를 결정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연합뉴스]

양국 대통령은 서로의 관계를 개선해나가기로 합의했다. 원만한 관계를 다지기 위한 방편으로 한국은 소련에게 30억달러의 경협차관을 공여하기로 약속했다.

이 정상회담은 북한의 반발을 의식,  '태백산'이라는 암호명 아래 극비리에 추진됐다. 한·소 관계 개선에 북한 김일성 주석이 직접 소련 측에 압력을 가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김일성 주석은 1988년 12월 평양을 방문한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상에게 '소련이 헝가리식으로 한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면 모스크바주재 대사관 이외 공식 사절단을 전원 철수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는 것이다.

소련과의 수교를 추진하던 노태우 대통령은 1990년 5월 고르바쵸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김일성이 우리와의 대화나 접촉을 거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푸는 최상의 길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라며 '미국에서 한소 정상회담 추진'을 지시했다.

한소 당국은 정상회담을 불과 이틀 앞두고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 호텔에서 6월 4일'로 구체적 시각과 장소에 합의했다. 한소 정상회담 합의가 최종 순간 극적으로 이루어졌고, 소련 측이 미소 정상회담 종료 시까지 완벽한 보안을 요구했다.

이후에도 소련 측은 "북한이 무척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한국 측이 동 회담을 지나치게 홍보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한국 측에 당부했다.

북한은 주소련 북한대사대리가 한소 정상회담 후 소련 외무성을 항의 방문해 "이 회담이 한반도에서의 사태를 악화시키고 남·북한 간 첨예한 대립을 조장시킬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경협' 당근에 흔들린 소련의 마음을 다시 빼앗아 올 수는 없었다.

[위키리크스한국=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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