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인권 탄압, 언론 폐간 '탈레반 정권' 1개월… 국제사회 '합법 승인' 딜레마
[월드 투데이] 인권 탄압, 언론 폐간 '탈레반 정권' 1개월… 국제사회 '합법 승인' 딜레마
  • 강혜원 기자
  • 승인 2021.09.14 06:46
  • 수정 2021.09.14 0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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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파키스탄 대사관 앞에서 여성들의 반 파키스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파키스탄 대사관 앞에서 여성들의 반 파키스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탈레반이 지난달 15일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완전히 점령하고 정권을 잡은 지 한 달이 흘렀다. 그 사이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20년 전쟁을 끝내고 완전히 철수했고, 주요국 역시 자국민 대피 작전을 종료했다.

정권을 완전히 장악한 탈레반은 과거의 과오를 청산하고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아프가니스탄을 건설하겠다고 밝혔지만 혼돈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의 언론탄압으로 2600여 개 언론사 가운데 1000여 개 이상이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여성 인권 시위 취재에 나섰던 아프간 기자들 가운데는 탈레반 대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의 교육을 금지하지 않겠다고 밝혀지만 제한 사항은 잇따르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여성에게 눈만 빼고 얼굴을 가리는 니캅과 몸 전체를 덮은 아바야 착용을 지시했고 남녀 교실 분리도 강제했다. 또 대학에서 여성에게 가르치는 과목도 몇 달 내로 재검토될 것이라고 밝혀 당초 언급했던 여성 인권 보다 크게 후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탈레반 집권 후 보건의료 체계도 붕괴하고 있다. 아프간 내 의료체계는 국제 원조에 의존해 왔는데 자금이 동결되고 외국인들이 빠져나가자 의료 체계를 지탱할 힘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 같은 이유로 아프간 전체 34개 주 가운데 31개 주의 의료 서비스가 중단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빈곤 문제도 걱정거리다. 지난 9일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간은 식량 부족으로 이미 빈곤 위기에 처해 있고 여성과 아동 사망률은 앞으로 1년간 적어도 33%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럼에도 탈레반의 공포정치는 계속되고 있다. 과거 정권과 미국을 도왔던 시민들을 수색하는 것은 물론, 인구의 9%가량을 차지하는 하자라족을 향한 인종 차별 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아프간 내에서 탈레반 외 대안 세력이 없다는 점이다. 국제사회의 고민도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당장 인권 문제를 고려하면 탈레반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기에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난민이다. 시리아 사태를 겪으며 더 이상의 대규모 난민 발생을 바라지 않는 서구권은 아프간 난민을 받아들이는데 부정적이다.

인접국에서 아프간 난민을 받아들이기에도 무리가 있다. 물리적인 거리와 지형 등을 고려했을 때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과 같은 아프간 북쪽으로 탈출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이미 많은 수의 난민을 받아들인 파키스탄은 경제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또다시 대규모 난민을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난민 입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루트가 이란을 가로질러 터키로 가거나 터키를 거쳐 그리스로 들어가는 것인데 터키 역시 시리아 난민 사태를 겪은 바 있어 내부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대규모 난민을 발생시키지 않는 방법은 원조와 지원을 통해 난민 발생을 억제하는 것인데 이 경우 탈레반 정권의 정당성을 인정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양귀비 재배에 따른 마약 수출도 문제다. 탈레반은 정상 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양귀비 재배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경제적 원조가 끊긴 상황에서 유일한 외화 수입원은 마약 수출 외에는 없다는 게 문제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아프간의 양귀비 재배면적은 22만 4000㏊에 이른다. 여기에서 나온 양귀비는 이란을 거쳐 터키로 이동해 제조되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데, 국제기구들은 탈레반 수익의 60%가 마약 거래에서 나오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서구권의 원조와 지원 없이는 마약 거래 중단을 근본적으로 없애기 힘들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제사회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딜레마다. 탈레반을 합법 정부로 승인하는 문제를 놓고 중국과 러시아는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은 탈레반의 추후 행동을 지켜보자는 신중론이 강하다.

우장하오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 있는 탈레반 정치국 간부인 압둘 살람 하나피와 통화를 한 뒤 "아프간 정세는 근본적으로 변했고, 아프간의 운명은 아프간 국민의 손에 달렸다"며 "중국은 일관되게 아프간의 주권과 영토 보존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반면,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8일 탈레반의 새 정부에 대해 "대통령을 포함해 우리 행정부와 국가 안보팀의 어느 누구도 탈레반이 세계에서 존경받고 가치 있는 구성원이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탈레반은 어떤 식으로든 인정을 받지 못했고, 우리는 그들에 대해 평가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복잡하게 흐르는 가운데 유엔은 중재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9일 국제사회가 탈레반과 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탈레반이 또다시 고립될 경우 국제적인 테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가까운 카타르가 중재자 역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타니 카타르 외무장관은 최근 “우리는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탈레반 과도 정부를 찾은 첫 외교단 역시 카타르이기도 하다.

다만, 앞에서 언급됐던 문제가 산적한 만큼 카타르가 국제사회에서의 이미지 쇄신만을 위해 중재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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