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디즈니 제국 뜨는데... 국내 OTT 오리지널 경쟁력 충분할까
넷플릭스·디즈니 제국 뜨는데... 국내 OTT 오리지널 경쟁력 충분할까
  • 최종원 기자
  • 기사승인 2021-09-23 14:39:31
  • 최종수정 2021.09.2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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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 미국에서도 1위
국내 시장에 올해에만 5억 달러 투자 계획
디즈니도 아시아 시장 진출 교두보로 한국 선택
글로벌 OTT에 시장 잠식되면 콘텐츠 하청기지화 우려
웨이브·시즌·티빙·쿠팡플레이·왓챠 등 토종 플랫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수급에 주력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출처=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출처=넷플릭스]

넷플릭스가 승리호·DP·오징어 게임 등 한국 콘텐츠 흥행을 이어가며 투자를 가속화하는 가운데,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상륙도 임박하며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넷플릭스에 이어 막강한 콘텐츠 파워를 가진 디즈니플러스가 시장을 잠식하면 국내 중소 콘텐츠 제작사들이 살아남기 힘들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체들은 넷플릭스·디즈니 제국에 맞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수급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국내 드라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1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 넷플릭스 순위에서도 2위에 올랐다. 이전까지 최고 기록은 지난해 공개된 드라마 <스위트홈>으로, 미국 순위 3위까지 오른 바 있다. '오징어 게임'은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이 거대한 공간에 갇혀 456억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생존 게임 드라마다.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 진출 이후 국내에서 여러 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2019년 작 <킹덤> 시즌1은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19 최고의 인터내셔널 TV쇼 TOP 10’으로 꼽히며 ‘좀비 사극’ 신드롬을 불러모은 바 있다.

킹덤 흥행에 이어 <인간수업>,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 등 오리지널 드라마와 <사냥의 시간>, 인기 영화 세계 1위에 오른 <승리호> 등 한국 영화도 넷플릭스에서 독점 공개됐다. 올해 공개된 탈영병 잡는 군인 이야기를 담은 오리지널 드라마 'D.P.'는 한국 군대의 부조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앞서 넷플릭스는 올해 한국 진출 5년을 맞아 약 5억 달러(5893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천명해왔다.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아시아 지역 콘텐츠 총괄은 지난 2월 ‘2021년 콘텐츠 라인업 소개’ 행사에서 넷플릭스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7700억원을 투자했으며, 올 한 해엔 지난 4년 간 투자 총액의 70%가 넘는 액수를 투자하겠다고 설명했다. 고전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을 교두보로 삼아 영향력을 넓히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디즈니 플러스 론칭.
디즈니 플러스 론칭.

전세계에 문화 제국을 형성한 디즈니의 OTT 디즈니플러스는 오는 11월 12일 국내에 공식 출시된다. 디즈니, 마블, 픽사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한 만큼 충성고객 수가 많다는 평가다. 디즈니플러스는 올해 2분기에만 1200만명의 유료 회원을 확보하며 2019년 11월 출시 이후 약 2년 만에 회원 1억1600만명을 끌어모았다.

2008년 개봉한 아이언맨을 기점으로 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시리즈는 한국이 영화 흥행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사장은 한국을 해외에서 중국 다음가는 두 번째로 큰 시장이라고 강조해 왔고, 한국은 마블의 해외 수익 중 중국에 이어 다음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캡틴 마블>, <어벤져스:엔드 게임>,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등 작품은 국내에서 전 세계 최초 개봉이 이뤄졌다.

때문에 디즈니플러스의 성장 잠재력은 넷플릭스보다 우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월 9900원으로 한 계정에서 최대 4명이 공유해 쓸 수 있다는 점은 넷플릭스(14500원, 동시 접속 최대 4명)보다 우위에 있다. 2분기 신규 가입자 수는 1200만명으로 넷플릭스(154만명)의 약 8배에 달한다. 여기에 영화, 애니메이션을 넘어 <완다비전>, <팔콘과 윈터 솔져>, <로키> 등 마블 시리즈 드라마도 론칭하고 있어 국내 고객들을 크게 모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글로벌 OTT 업체들이 아시아 시장 진출 교두보를 한국으로 삼고 투자를 가속화할 전망이지만 국내 OTT 업계엔 큰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에서 자본력·충성 고객 등 부문에서 열위에 있고, 망 사용료 분쟁으로 불거진 글로벌 OTT들의 '무임 승차'는 불공정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튜디오드래곤.
넷플릭스와 제휴한 CJ계열 스튜디오드래곤.

국내 OTT 업계가 경쟁력을 잃을 경우 콘텐츠 제작사는 글로벌 OTT의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OTT 사업자 간 콘텐츠 경쟁 구도에서 사실상 대형 콘텐츠 제작사만 이익을 점하는 형국인데, 넷플릭스와 제휴한 CJ 계열 스튜디오드래곤·중앙그룹 계열 제이콘텐트리 등 대형 콘텐츠 제작사를 제외한 중소 제작사는 살아남기 힘든 구조다. . OTT 사업자들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유명 배우들을 보유한 대형 콘텐츠 제작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후문인데, 이런 기조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준호 호서대학교 교수는 "완전히 개인화된 안정적 1위 넷플릭스와 익숙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디즈니는 자본력도 압도적이어서 국내 제작사 또한 하청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K-콘텐츠 경쟁력은 나날이 높아지는데 K-OTT는 그에 못 따라가는 것이 현실"이라며 "자칫 국내 콘텐츠 산업이 글로벌 OTT의 하청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 K-OTT와의 동반 성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토종 OTT들은 이에 맞설 플랫폼에 특화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수급하고 있다. SK텔레콤의 OTT '웨이브'(wavve)는 지난달 31일 오리지널 드라마 '유 레이즈 미 업'을 공개했다. '유 레이즈 미 업'은 최초로 방송 채널이 아닌 웨이브에서만 볼 수 있는 첫 단독 오리지널 콘텐츠로 기획됐다. 30대 ‘용식’이 첫사랑 ‘루다’를 비뇨기과 주치의로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해당 드라마는 신규 유료 가입자 견인 콘텐츠 1위를 기록하며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KT 시즌이 기획·제작하는 오리지널 영화 ‘어나더 레코드’ [출처=KT]
KT 시즌이 기획·제작하는 오리지널 영화 ‘어나더 레코드’ [출처=KT]

KT는 자사 OTT '시즌(Seezn)'을 통해 2023년까지 4000억원 투자와 함께 100여 개의 오리지널 드라마를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자사 OTT 시즌(Seezn)을 전문법인으로 분사시켰다. 시즌이 기획·제작한 오리지널 영화 ‘어나더 레코드’은 내달 중으로 공개된다. KT 측은 "어나더 레코드는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배우 신세경의 평범한 듯 특별한 라이프 스타일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설명했다.

'티빙(Tving)'도 지난해 10월 CJ ENM으로부터 분할,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후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 및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드라마, 예능, 영화 영역에서 <당신의 운명을 쓰고 있습니다>, <신서유기 스페셜 스프링 캠프>, <샤크: 더 비기닝> 등 단독으로 콘텐츠를 공개하고 있다. 올해 1월 JTBC스튜디오에 이어 지난 6월 네이버도 지분을 투자하는 등 향후 3년 간 4000억원 이상의 제작비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쿠팡 계열사 쿠팡플레이는 스포츠, 예능 위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스포츠에선 지난 3월 축구 한일전 중계를 시작으로 코파아메리카, 카라바오컵, 월드컵 예선 등 생중계로 인지도를 쌓고 있다. 예능의 경우 얼마 전 인턴기자 콘텐츠로 사회 초년생들을 풍자해 화제를 모은 'SNL 코리아'를 단독 론칭하며 힘을 싣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왓챠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본격화하고 있다. 왓챠는 제작사 하드컷과 진행하고 있는 ‘언프레임드(Unframed)’ 프로젝트를 오는 12월 중 오리지널 시리즈로 독점 공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야구 구단 한화 이글스의 이야기를 담은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도 공개될 예정이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국내 OTT 시장 추산 규모는 3조3000억 원으로 지난해 2조8600억 원 대비 15% 가량 상승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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