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건강 책] 지금 독립하는 중입니다
[의사의 건강 책] 지금 독립하는 중입니다
  • 위키리크스한국
  • 기사승인 2021.10.01 12:50
  • 최종수정 2021.10.0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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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건강책방 일일호일]
[제공=건강책방 일일호일]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

일단 맛을 보면 그 매력에 지속적으로 빠져든다는 말이다. 다소 황당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 표현은 음식점이 아니라 책방에서도 적용이 된다. “이 책을 한 번도 안 들추어 본 사람은 있지만, 한번 들여다보고 구매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다.

우리 책방에서는 이 책 ‘지금 독립하는 중입니다’가 이 부류에 해당한다. 다소 무난한 표지 때문에 첫눈에 눈길을 많이 끌지는 못한다. 하지만, 한 번 이 책을 열어본 사람은 한참을 집중해서 본 뒤 ‘이 책은 사지 않을 수가 없네요.’라는 말과 함께 책을 구매한다. 물론 그들 중 십중팔구는 학부모다.

이 책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십대들의 마음을 탐구하는 책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학부모에게도 의미가 있다. 다년간 병원과 학교에서 청소년들을 만나온 정신과 의사이자, 다독가로, 다작 작가로 잘 알려진 하지현 선생이 썼다. 부지런히 읽고 쓰는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의 내공이 빛나는 책이다.

책은 먼저 의학적으로 청소년기에 찾아오는 신체적 변화와 뇌의 가지치기 등의 발달 과정을 설명한다. 그리고,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그것이 어떤 혼란을 가져오는지 밝힌다. 그러면서 지금의 다양한 감정의 변화와 도대체 ‘나는 누군가’ 궁금해지는 일관되지 않은 자기 개념이 이상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즉, 자연스러운 성장의 과정임을 이해하고 나라는 존재를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진료실 안밖에서 만난 다양한 상황의 청소년을 상담해온 저자의 경험이 현실적인 조언을 제시한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책은 성적이 오르지 않는 청소년에게는 ‘공부가 다가 아니라는’ 책임 없는 말 대신 인지이론과 뇌과학에서 인용한 공부방법을 소개한다.

또 덕질을 몰입의 경험으로 만들기, 부모님과의 대화에서 감정의 지뢰를 밟지않고 소통하는 노하우 등, 십대에게는 도움이 되고 부모에게는 참고가 되는 방안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책의 장점은 생각보다 술술 읽히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다독하는 저자의 내공이 느껴지는 적절한 비유와 머릿 속에 상황이 그려지는 구체적인 서술,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전개가 읽는 맛을 더한다. 

한때 자기개발서들이 인기였는데, 그 열기가 육아서로 이어지고 있다. 저학년을 대상으로는 아이의 마음을 공부하고 정서를 돌보는 책들이 많다. 반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지도서, 자녀 교육서가 대세가 되는 변화의 포인트가 생긴다. 아이들에게 공부 강요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부모들까지 학습코치가 되어야 하는 상황. '나'라는 인간을 탐구하고 미래를 꿈꿔야 할 아이들의 빛나는 한 시절이 오직 ‘입시'를 위한 준비시기로만 존재한다면 그 사회의 미래는 건강할까.

그래서인지 책방에서 이 책을 집어 들고 살펴보는 부모를 만나면 안도의 한숨을 쉰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저 부모의 아이는 따뜻한 기다림 속에 건강하게 자라나겠군.’하고 말이다. 한 사람의 질병을 진단하고 약을 처방하 듯, 한 사회의 아픔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것 역시 의사의 덕목일 것이다.

때로는 그 처방전이 한 권의 책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 ‘지금 독립하는 중입니다’는 십대를 위한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한 마음 처방전이다.

<건강책방 일일호일 책방지기 김민정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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