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시대] 메타버스, 중국, 제조업
[메타버스 시대] 메타버스, 중국, 제조업
  • 정숭호 칼럼
  • 승인 2021.10.06 08:03
  • 수정 2021.10.06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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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 로고. /출처=flikr.com

지난달 9일, 약 한 달 전, 중국의 관영 증권 정보지 ‘증권시보’는 이제 막 불이 붙기 시작한 중국 내 메타버스 붐에 찬물을 끼얹는 논평을 실었다. “메타버스는 사람으로 치면 유아기이며, 관련 산업도 미성숙하다. 메타버스가 보편적 산업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지금 메타버스에 맹목적으로 투자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눈물짓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중국 관영언론이 당국을 대신해 논평 형식의 경고를 보내는 것은 오래된 관행이다. 증권시보는 이 논평을 통해 메타버스에 투자하는 기업과 개인 투자자들에게 “메타버스는 대세다. 지금 메타버스에 올라타지 않으면 시대의 흐름과 돈벌이에서 뒤처진다”는 생각을 버리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메타버스는 ‘비디오 게임’이 바탕이다. 비디오 게임 발전이 메타버스를 탄생시켰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비디오 게임시장이다. 증권시보가 경고를 발하기 직전 블룸버그는 “메타버스의 시장 규모는 앞으로 연간 8조 달러에 달할 것이며, 여기서 가장 큰 이득을 볼 국가는 중국”이라고 예측하는 기사를 내놓았다.

실제로 올해 들어 메타버스가 세계 IT업계의 최대 화두가 되고, 지난 7월에는 마크 저커버그가 5년 내 페이스북을 메타버스 기업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발표한 직후 중국 첨단 산업기지인 셴전(심천)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인터넷 기업이 메타버스 관련 기업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일주일 새 주가가 두 배로 뛰는 등 중국 내 메타버스 관련 기업의 주가가 하늘 높이 솟구치고 있었다.

중국 최대의 비디오 게임 업체인 텐센트 역시 메타버스의 선두 업체들인 미국의 샌드박스와 에픽게임에 상당한 투자를 해놓은 상태였다. 증권시보의 경고로 말미암아 메타버스에 대한 중국 기업인들과 투자자들의 관심은 급속히 냉각됐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1일 중국 게임 산업 당국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초강력 게임규제(18세 미만 청소년은 금요일과 주말, 공휴일에만 하루 한 시간 게임 접속할 수 있도록 실명 인증제를 도입해야 하는 내용)로 직격탄을 맞은 텐센트는 이번에도 꼼짝없이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중국의 메타버스는 올해 들어 강도가 높아진 빅테크기업(첨단 IT기업) 규제의 일환이다. 지난 4월에는 알리바바가 반독점법 위반으로 3조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으며,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은 지난 8월 당국 명령으로 현지 앱마켓에서 퇴출당했다. 같은 8월, 학원 교재도 검열을 받도록 하는 등 사교육 규제가 발표되자 중국의 인터넷 기반 교육업체들의 주가는 하루 만에 40~70%가 폭락했다. 

중국 공산정권의 이처럼 무지막지한 빅테크 규제는 정권 유지를 위한 것이다. 자본이 정권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이 젊은이들의 뇌를 오염시키지 못하도록, 젊은이들의 오염된 뇌가 공산정권의 정당성에 의심을 갖지 못하도록, 그런 의심을 전파시킬 위험이 너무나 큰 빅테크 규제에 나선 것이다.

중국의 빅테크 규제는 제조업이 중국경제를 뒷받침해주기 때문에 가능하다. 제조업이 있으므로 중국은, 한국 미국 일본 그리고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빅테크가 있어야만 가능한 유통 교육 게임 등 21세기 형 서비스산업을 무시할 수 있는 것이다. 한 중국 전문가(김재현 머니투데이 전문위원)는 “중국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알리바바·텐센트 등 빅테크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 뉴스가 터져 나오지만, 제재 대상은 전부 인터넷·플랫폼 업체다. 제조업체, 특히 반도체·전기차·2차전지 등 첨단산업을 중국 정부가 규제한다는 뉴스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고 전한다.

텐센트 본사 입구. /출처=flikr.com

빅테크가 다른 나라에서는 발전하고, 관련 산업규모가 확대되는 한 중국은 빅테크가 더디게 발전해도 손해 볼 것이 없다는 게 정권 당국의 입장이다. 중국 당국자들은 외국 기업들이 빅테크의 가동에 필요한 하드웨어, 즉 장비와 자재, 도구의 제작, 공급을 중국에 맡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중국 제조업이 뒷받침하지 않는 한 어떤 빅테크 기업도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거라는 게 이 자신감의 근거다.

이 자신감은 메타버스 분야에서는 이미 입증되고 있다. 텐센트 등 메타버스 분야 빅테크들이 납작 엎드린 가운데 메타버스를 체험하고 즐기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장비 설계 및 제조업체들은 인수 합병으로 규모를 키우고 있으며 이 분야에 새로 뛰어드는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다. 중국 당국자들의 자신감은 “경제는 결국 제조업”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한국 제조업은 어떤가? 불안하다. 중국은 이미 제조업 여러 분야에서 한국을 따라 잡았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중국보다 우위인 분야를 찾기 어렵다.

그런데도 현 정권 담당자들은 제조업 성장을 반기지 않는 듯하다. 하루가 다르게 규제를 쏟아내 갈 길 먼 기업 다리를 묶어 놓는다. 다 잘살자는 게 아니라 다 망하자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방법은 없는가? 한국 제조업을 경쟁무대의 앞자리로 돌려놓을 방법은 없는가? 왜 없겠는가. 한국 산업(제조업)이 처한 위기의 본질과 대처 방향을 『축적의 시간』, 『축적의 길』 두 권의 저서에서 제시한 이정동 교수(서울대 공대)의 다음 글이 그 길잡이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그동안 수많은 기술자와 기업인들의 땀으로 세계에서 한 손안에 꼽히는 제조역량을 가지게 되었다. 코로나 와중에 경제의 동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그간 키워온 제조역량 덕분이다. 90년대 글로벌 공급망의 판도가 흔들리는 와중에 한국이 신산업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처럼 지금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도 우리에게 다시없을 재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업과 모든 정부부처, 그리고 정치권이 내남없이 머리를 맞대고 제조업의 기업환경과 인프라, 기술역량을 점검하는 논의의 장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 제조업이 강해야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고, 제조업 하는 사람이 존경받는 사회가 기술선진국이다.”(‘강한 제조업이 국가 안보의 초석’ 중앙일보 6월 21일자)

/정숭호 메타버스 인문경영연구원 이사장 (전 한국일보 경제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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