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인터뷰]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 "대우건설 인수전, 비상식적인 일의 연속" 
[WIKI 인터뷰]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 "대우건설 인수전, 비상식적인 일의 연속" 
  • 박영근 기자
  • 승인 2021.10.06 17:21
  • 수정 2021.10.0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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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중흥그룹 입찰가 번복·각종 의혹 해명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 출처=KDB인베스트먼트]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 출처=KDB인베스트먼트]

"중흥그룹 입찰 번복을 받아준 건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고, KDBI 입장에선 투자자들을 생각했을 때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는 게 중요했다. 이게 비상식적이라고 한다면 블라인드로 실시한 입찰 가격이 입찰 실시 불과 몇 시간 만에 만천하에 공개된 건 상식적인 것이겠느냐. 입찰 당시 중흥그룹과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이 제출한 입찰가는 KDB인베스트(이하 KDBI) 내에선 담당자 둘 만 이메일로 받아서 확인했고 다른 사람들은 전혀 몰랐다. 대우건설 인수전은 비상식적인 일의 연속이었다."

대우건설 매각을 둘러싸고 호사가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던 KDBI 이대현 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콘레드 호텔 1층에서 위키리크스한국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이 대표는 이번 대우건설 인수 과정을 두고 수 차례 혀를 내둘렀다. 30년 이상 구조조정 및 M&A 전문가로 수많은 기업들을 살펴봤지만, 대우건설 매각만큼은 '산 넘어 산'이었단 것이다.

앞서 KDBI는 지난 7월5일 DS네트웍스 컨소시엄과 중흥건설을 대상으로 입찰을 실시했다. 그러나 블라인드로 실시한 입찰가격이 이 대표의 주장처럼 불과 수십분 만에 공개됐다. 업계에 따르면 중흥그룹은 2조3000억 원을 적었고,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1조8000억 원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을 파악한 중흥그룹 측은 '가격을 너무 높게 적었다'면서 재입찰을 요구했다. KDBI 측은 이를 인정해 2차 입찰을 실시했다. 결국 중흥그룹은 기존 입찰가 대비 2000억 원 낮은 2조1000억 원에 대우건설을 인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 및 대우건설 노조 등은 '졸속 매각'이라면서 KDBI를 비난했다. 일각에선 '이대현 KDBI 대표가 중흥과 은밀한 거래를 했다' '이 대표가 임기 내 한 자리 차지하기 위해서 매각에 속도를 낸 것 아니냐'는 등 각종 의혹들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각종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즉각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세간을 떠돌고 있다. 이 대표에게 돌직구로 물어본 질문들을 일문일답으로 풀어봤다.

Q. 왜 입찰가를 번복한 중흥그룹을 선택했나
"사실 대우건설을 두고 그간 물밑에서 관심있다고 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합리적인 가격을 쓸 의사가 있고 자금 조달을 완수할 수 있는 투자처는 많지 않았다. 약 3분의 2 이상은 브로커였다. 그런 측면에서 어떻게 보면 중흥그룹이 베팅한 것에 대해 안도하고 있다. 중흥그룹이 '가격조정 안해주면 철회하겠다'고 주장한 부분은 우리 입장에서도 황당했다. 대신 중흥그룹에서 본인들의 입장을 인정해주면 본인들이 요구했던 비가격 조건 하나를 빼겠다고 했다. KDBI는 중흥그룹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면 2000억 원 저렴하게 써낸 DS네트웍스 컨소시엄에게 매각할 수 밖에 없었다. 중흥그룹이 가격을 낮추더라도 우린 중흥이 더 비싼 값에 입찰가를 적었기 때문에 중흥 손을 들어준 것이다."

Q. 입찰가 오픈이 안됐다면, 중흥그룹이 2조3000억 원에 인수하지 않았을까
"우리가 생각해도 참 불가사의한 부분이다. 가격이 어떻게 샜는지 모르겠다. 원래는 양쪽 금액이 다 블라인드로 됐었어야 했다. 그런데 자기네들이 언론에 가격을 깐 것 아니겠느냐. 어쨌든 중흥그룹 입장에선 가격이 5000억 원이나 차이가 발생했으니 자존심이 상했을 것 같다. 생각되기로는 입찰가 유출 이유가 대우건설 OB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현재 대우건설 딜에 노이즈가 많은 이유 중 하나도 대우건설 OB들의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들이 얽혀있기 때문이라고 짐작되고 있다."

Q. 이 대표는 대우건설 회장직,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은행연합회장직을 두고 중흥과 딜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제 거취와 관련해 대우건설 매각을 서둘렀다는 건 이전에도 음모론같이 많이 나왔다. 음모론의 핵심은 KDBI 자산이 대우건설 하나밖에 없으니 안팔고 오랫동안 갖고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막은 다음과 같다. 각종 브로커들이 찾아와서 '프로포절 해봐라'라고 제안하면 다음부터 찾아오질 않았다. 그리고나서 이들이 시장을 돌아다니며 '이대현이 대우건설 안팔려고 한다'고 소문내고 다녔다. 또 이동걸 회장의 은행연합회 이야기는 산업은행 연임 확정 전 이미 한 번 나왔던 이야기다. 연임 확정 되면서 해당 음모는 사라졌다. 대우건설과 이걸 연계시키는 건 다분히 의도적인게 아닌가 싶다."

Q. 중흥그룹 매각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점은?
"보안이었다. 호반그룹이 대우건설 인수 당시 매도 주관사를 1년 전 선임했다. 시장조사도 그렇고 굉장히 오래하다보니 대우건설 내부가 술렁이고 언론이 계속 관심을 가졌다. 끝으로 영업 현장에서 문제가 생겼다. 재개발 재건축 가서 수주 경쟁을 펼쳐야 하는데, 경쟁자들이 '곧 주인 바뀔건데 대우건설 사업자로 선정하면 나중에 곤란한 상황 올 수 있다'면서 음해 했다. 이번 중흥그룹때도 비슷한 이야기들이 흘러나오지 않았나. 그래서 가급적이면 공식화하지 않고 공개를 최대한 미뤄왔다."

Q. 이번 대우건설 매각시 어려웠던 점은?
"대우건설은 재무적으론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니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게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건설은 입찰해서 사업권을 따낼 때까지 일관 체재가 이뤄져야 하는데, 대우건설은 입찰, 실행 계획과 예산, 공사하는 것, 회수하는 것까지 각자 다 달랐다. 그러다보니 각 단계에서 돈이 술술 빠져나갔고 마지막에 마이너스가 났다. 일례로 지난 2019년까지 대우건설이 해외에서 까먹은 게 3조가 넘었다. KDBI는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일관 책임체계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KDBI를 싫어하는 일부 직원들이 발생했다." 

Q. 정항기 CEO 영입 배경은?
"정 사장은 현대그룹 시절 전략쪽도 알고 증권, 캐피탈 등 재무나 금융쪽 자본시장 업무도 많이 했다. 정 사장의 미션은 예를들어 캐시플로우를 KPI에 넣는다거나, 거기에 견제와 균형을 가져서 리스크 관리를 잡게 하는 것이다. 이런 일들은 대우건설 내부에서 해야하는 것들이다. 정 사장에게 이런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조언을 준 것이고 정 사장은 그 안에서 수행했다. 과거엔 대우건설이 사업본부 위주로 리스크 관리는 뒷전이었고 성과 위주였다. 또 대우건설 재무제표를 받아봤더니 미수채권이 상당했다. 공사 돈을 못 받아오는건지 안받아오는건지 모를 정도였다. 그걸 저희가 KPI에 집어넣었다. 그랬더니 1년 순부채가 4000억 원이 줄어들었다. 견제와 균형을 갖춘 조직이 건강한 조직이 되는 것이다."

Q. 정 사장은 이번 매각 과정을 전혀 몰랐다던데
"정 사장을 매각에 관여 시키는 것 자체가 문제다. 그리고 그 사람 아니면 이 일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은 그 사람의 역량이나 역활에 따라 별도로 쓰여지는 것이다. 정 사장이 가급적이면 대우건설 과거의 구태를 털어내고 담백하고 청렴하게 만들어주길 기대했다. 대우건설 본인들끼리 선후배 엮여서 그러니까 외부 사람을 투입시켜서 미션을 준 것이다. 정 사장의 미션은 거기까지다."

Q. KDBI에서 김형 CEO를 밀어내려 했다?
"그건 아니다. 정 사장은 건설 전문가가 아닌데 그가 부사장으로 있고 건설 전문가인 김형 CEO만 사장으로 있으면 균형이 안맞지 않느냐. 김형 CEO와는 부딪힐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KDBI는 훨씬 더 개혁적인 걸 요구하지만 사장 입장에선 노조 눈치도 봐야 하고 이것저것 봐야 할 것들이 많지 않느냐. 거기서 오는 자연스런 현상일 뿐이다."

Q. 대우건설 노조에서 이번 매각을 강하게 반대했다
"노조는 어디든 다 반대하는 것 아니겠느냐. 노조는 어디든 찬성하는 게 명확치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노조 측에 '본인들이 원하는 곳을 데리고 와보라'고 했다. 노조는 속성상 매각을 반대하면서 향후 새 주주 왔을 때 본인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싶어서 그러는게 아니겠느냐 생각한다. 노조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노조라는 조직 자체가 이런걸 반대해야 본인들 목소리를 좀 들어줄 것 아니겠는가."

Q. 추후 정항기·김형 CEO의 거취는?
"이 부분은 새 주주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판단된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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